[300자 Tip!]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동체시력이 뛰어나 남들이 못 보는 찰나까지 잡아내는 남자 여장부(차태현 분)와 그의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 봉수미(남상미 분)의 이야기다. 자신의 장점을 살려 CCTV관제센터에서 일하는 장부가 수미를 다시 만나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2012년 개봉한 ‘헬로우 고스트’의 김영탁 감독이 차태현과 또 한번 작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월 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남상미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 상대를 둘로 나눠 호칭한다. 친오빠, 친척오빠나 사랑하는 상대는 ‘오빠’, 그렇지 않으면 ‘오라버니’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 개봉에 앞서 만난 남상미의 이야기 속엔 여러 오라버니들이 등장했다. 함께 영화를 촬영한 (차)태현 오라버니, (오)달수 오라버니, KBS2 ‘조선총잡이’를 촬영한 (이)준기 오라버니.
- 오라버니와 오빠의 구분이 확실하네요.
▲ 저보다 한 살이라도 많으면 무조건 ‘오라버니’예요. 예의바른 것 같아 좋다고 하는 분도 계시고, 너무 선을 긋는 것 같아서 서운하다는 분들도 있어요. 혹은 징그러워하는 분들도 있고.
- 귀여운데요. 애교가 많은 편인가요? 그렇게 보여요.
▲ 캐릭터를 잘 만난 것 같아요. 예전엔 무뚝뚝하고 보이시한 성격이었는데 20대 초반에 밝은 캐릭터들을 맡으면서 사람이 밝아졌어요. 그 역할의 성격이 남은 건지, 아니면 제 안에 있던 많은 성격들 중에 다른 측면을 꺼내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성격이 좋아진 케이스라고 하더라고요. 적극적으로 표현도 잘 하고요. 매니저 분이 말하길 신인 때의 저는 눈만 마주쳐도 울 것 같았대요. 그럴 정도로 조용했다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 차태현 오라버니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 태현 오라버니는 편하고 좋았어요. 상대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 적응기간이 필요했거든요. 드라마로 따지면 8회쯤 돼서야 어색함이 풀렸어요. 그런데 희한하게 태현 오라버니는 처음부터 편했어요.
- 많은 오라버니들과 연기했는데, 어린 배우와는 작품을 함께 하고 싶진 않나요.
▲ 또래나 어린 분들보단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편하더라고요. 여동생보다 언니가, 남동생보다 오라버니가. 촬영하면서 수다도 떨 수 있는데, 또래들과 조금이라도 소곤소근하는 모습을 보이면 눈에 띄게 보는 시선들이 있더라고요. 불편해서 말도 안 걸게 되고요.
- 그래서 '품절남'인 태현 오라버니가 편했을까요?
▲ 하하하. 태현 오라버니는 선후배를 떠나 인간적으로 신뢰가 가더라고요. 아내 분에게 너무나 잘하고 아이들에겐 친구같은 아빠예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자주 하고 아이들 사진도 보여주시고요. 그런 모습에 사람에 대한 신뢰가 생겼어요.
- 차태현씨같은 남편감을 만나면 좋을까요.
▲ 정말 좋죠. 다정다감한 분이잖아요. 연기라는 일적인 면도 잘 소화하면서 가정적이에요. 최고의 로망 아닐까요? 첫사랑과 결혼하기도 하셨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밖에 나가선 가정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잖아요. 그렇지 않은 태현 오라버니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아이들과 소소한 것들을 즐기고 아이들이 촬영장에 오기도 했어요. 오라버니같은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반 직장에선 가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면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면서요?
- 결혼에 대한 환상이 생긴 거군요.
▲ 동갑 친구와 결혼해서 알콩달콩 잘 사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그런 환상이 생겼어요. 아이 넷을 낳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태현 오라버니는 힘들다고 현실적인 독설을 하셨지만. 하하하. 그래도 부러워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 얼마 전 ‘조선총잡이’를 끝냈고 이젠 ‘슬로우 비디오’가 개봉하네요. 바쁜 행보였어요.
▲ 올 한 해를 잘 지낸 것 같아요. ‘슬로우 비디오’의 수미와 ‘조선총잡이’의 수인이가 좋았고 후회없이 연기했어요. 만약 “후속작을 정했느냐”는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이제 노는 여자 할 거예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하하.
아쉬움이나 후회가 있으면 그런 말을 못할텐데 제 자신에게 대견하다고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어요. 물론 제가 잘 해서라기보단 운이 좋았던 거죠. 저는 항상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작품도 그렇고 인복도 많고. 그래서 ‘범사에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제 뜻대로 되는 게 아닌데 이뤄지는 일들이니까.
- 그럼 ‘노는 여자’로서 이제 뭘 할 거예요?
▲ ‘아빠! 어디가?’랑 ‘슈퍼맨이 돌아왔다’ 틀어놓고 하루종일 보려고요. 다시보기가 얼마나 밀려 있는지 몰라요. 정액제 쿠폰도 미리 다 끊어놨는데. 하하.
- 아이들을 보는 걸 좋아하는 걸 보니 정말 결혼할 때가 된 건가요?
▲ 6~7살때도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그때부터 친척동생들을 돌봐주는 걸 좋아했거든요. 결혼은 서른 셋 전에는 하고 싶어요. 예전엔 20대 초반에 하고 싶었어요. 주제넘는 말일 수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멋모를 어릴 때 결혼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나중엔 괜찮은 사람이 점점 없어지거든요. 괜찮다 싶으면 임자가 있고요.
- 일단은 ‘노는 여자’ 하고, 다음 작품에선 어떤 연기를 해 보고 싶나요.
▲ 액션 연기요. ‘조선총잡이’를 하면서 제가 몸을 엄청 잘 쓴단 걸 알았어요. 하하하. 넘어지거나 구르는 장면에서 감독님은 “대역이 준비돼 있다”고 하셨지만 “왜요? 그냥 할게요” 했거든요. 안 다치고 자연스럽게 연기가 되더라고요. 매니저 언니는 ‘조선총잡이’를 보고 ‘극한의 상황에서 극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능력이 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쫓기거나 뛰어가는 장면에서 혼자서 굉장히 긴박하게 표현할 줄 안다고. 그런 연기를 잘 살릴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쁜 역할도 해 보고 싶어요. 보편적인 악역보단 왜곡된 마음에서 비뚤어진 시선을 갖게 된, 그런 어두운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
[취재후기] 연신 '하하하'다. 인터뷰 내내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는 남상미는 "후회없는 한 해였다"는 말대로 개운해 보였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지금 드는 감정도 "걱정이나 부담이 아니라 설렘"이다. 눈만 마주쳐도 울 것 같았다는 신인 시절과 달리 지금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하다. "나는 복이 많다"고 겸손하게 표현하지만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그녀에게 좋은 기회들이 오는 건 당연한 일. 해를 더해가며 더욱 사랑스러워지는 배우 남상미의 다음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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