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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옥탑방 고양이' 송광원의 드라마틱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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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옥탑방 고양이' 송광원의 드라마틱한 청춘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07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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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1년 넘게 했던 공연이라 익숙하지만 캐릭터 표현에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해요.”

대학로의 수많은 배우들 가운데 184cm의 훤칠한 키에 두드러진 비주얼을 자랑하는 송광원(27)이 소극장 연극 ‘옥탑방 고양이’(틴틴홀)로 여심을 흔들고 있다. 히트 드라마를 재각색한 이 작품은 2010년 초연 이후 시즌 10에 이르는 동안 연인들의 데이트 필수 코스이자 대학로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옥탑방 고양이’에 참여한 송광원은 완벽한 차도남 경민을 여유롭고 젠틀한 스타일로 그려내 ‘송선비’란 애칭을 얻고 있다.

 

◆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완벽남 경민 연거푸 맡아

‘옥탑방 고양이’는 사전 연습 강도가 센 걸로 유명하다. 참여 인원이 많은데다 밤샘 작업하기 일쑤다. 지난해 혹독하게 연습을 치러냈던 그는 이번 시즌 연습에 새롭게 캐스팅된 배우들과 똑같이 참여했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되게 하려고 캐릭터 안에서 눈빛 등 디테일을 새롭게 시도해보려 했어요. 연습이 충분해야 좋은 공연이 나오죠. 경민 역을 연기할 때 어떻게 하면 순수하게 보일까에 집중해요. 관객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거죠. 그래야 관객이 공감하고 동화되니까요. 배우들에게는 항상 고민이자 숙제예요. 그런 면에서 2010년 초연 무대와 시즌4에 출연한 강동호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그가 연기하는 건축가 경민은 부잣집 아들에 잘 생겼고 친절하면서 자상하다. 자존심 강한데다 냉소적인 느낌도 살짝살짝 내비친다. 시골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상경한 정은과 창신동 옥탑방에서 ‘동거’하게 되며 티격태격 로맨스를 만들어간다.

“까칠하거나 어리바리해 보일 수도 있으나 속은 깊은 친구예요. 정은을 약 올리는 것도 정은을 계속 파악하며 다가서려는 이유에서죠. 따뜻하고 마음 넓은 친구예요. 모나지 않은 바른 사람이죠. 남들을 배려하는 마음은 경민과 제 공통점인 것 같아요.”

 

대학로를 점령한 수많은 로코물 가운데 ‘옥탑방 고양이’만의 매력을 묻자 “순수한 캐릭터, 청춘의 때묻지 않은 풋풋함”이라고 목소리를 살짝 높였다.

◆ 음악PD 꿈꾸던 캐나다 이민시절 길거리 캐스팅으로 한국 U턴

세상 걱정 없이 곱게 자랐을 것 같은 청춘으로 보이는데 굽이굽이 속절이 많다. 중1 무렵인 2001년 캐나다 애드먼튼으로 이민을 갔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던 그는 팝음악 프로듀서가 꿈이었다.

친구도 별로 없을 만큼 내성적이었던 소년은 고2 무렵 한국에 왔다가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이 됐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으로 돌아와 계원예고에 편입했다. ‘연기의 신’ 조승우가 계원예고 선배였고, 톱스타 주원은 동기다. 고교 졸업 후 경원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고, 유명 매니지먼트사인 팬텀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는 등 등 앞날은 탄탄대로인 듯 보였다.

영화 ‘달려라 자전거’에 출연한 뒤 캐나다 영주권이 있어 군복무를 안 해도 됐지만 자원입대했다. 한국에서 배우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군복무를 마쳐야 한다고 여겨 2008년 입대, 전방 6사단에서 81밀리 박격포병으로 복무했다.

 

제대 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영화 ‘고지전’(2010)에 얼굴을 내밀었으며 연극 ‘로맨틱 코메디’ ‘옥탑방 고양이’ ‘연애의 목적’, 지난해 말 tvN 드라마 ‘푸른거탑 리턴즈’에선 ‘뮤지컬 하는 이병 송광원’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어렸을 땐 단순해서 금방 스타가 될 걸로 생각했어요. 어린 나이에 데뷔했는데 잘 풀리지 않으면서 ‘그만 해야지’란 생각도 숱하게 했어요. 그럴 때마다 ‘열심히 하면 좋은 작품이 내게도 오겠지’란 오기로 벼텼던 것 같아요. 정말로 오디션에 많이 떨어지면서 자신감이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만난 게 ‘옥탑방 고양이’예요. 출연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죠.”

◆ 톱스타 주원과 계원예고 동기동창 “절실함 있던 친구 성공해 기뻐”

작은 역할이라도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 자신이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살핀다.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모두 연기에선 별 차이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실시간으로 관객과 만나는 무대에서 순발력을 키워 드라마에서 도움을 얻었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트루 웨스트’ ‘나쁜 자석’과 같이 남자들의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특히 ‘나쁜 자석’은 여러 차례 관람했는데 순수한 고든 캐릭터에 자꾸 끌리더라고요. 아직 뮤지컬엔 출연한 적이 없는데 보컬레슨을 받으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연극을 더 겪고 숙성된 상태에서 도전하려고요. ‘쓰릴 미’ ‘라카지’ ‘김종욱 찾기’ ‘빨래’ 같은 작품은 꼭 해보고 싶죠.”

 

뮤지컬계를 쥐락펴락하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조승우는 그의 우상이다. 남자라곤 똘랑 12명밖에 되지 않았던 연극영화과 반에서 함께 밤새우면서 연습하고 작업했던 주원은 어렸을 때부터 절실함이 있었던 친구라 잘 돼서 기쁘다. 그들과 당당히 무대에 함께 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성공한 선배나 친구들을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게 가장 부러워요. 그럴 땐 ‘내가 더 잘해야지’란 생각이 들죠.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료 스태프들에게 인정받는 배우이고 싶어요. 배우는 귀와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고, 공동작업을 하므로 무엇보다 인성이 좋아야 할 것 같아요.”

◆ 연기에 올인한 배우 “감사하며 베풀며 사는 사람 되고 싶어”

송광원은 전형적인 꽃미남이자 동안 마스크다. 하지만 배우로서 “어려 보인다”는 평가가 썩 달갑진 않다. 역할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남성성 표출이 항상 고민이에요. 연기를 잘 해낸다면 편견을 불식시킬 거라고 여겨요”라고 쿨하게 대안을 제시했다.

초연작인 로맨틱 코미디 ‘연애의 목적’의 잘나가는 잡지사 기자이자 이 시대 최고의 나쁜남자 최지성에 이어 ‘옥탑방 고양이’의 완벽남 경민으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는 그는 “180도 다른 캐릭터를 ‘편하지 않게’ 연기하고 있다”며 기분 좋은 현재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취재후기] 바깥출입보다 집에서 영화와 책을 보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재충전과 사색의 시간이 너무 좋아서다. 힘겨운 시절을 보내서인지 마인드 콘트롤의 대가인 듯싶다. “감사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보면 좌절의 세월은 오히려 긴 호흡을 지닌 배우가 되기 위해 약이 된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스스로 “난 배우에 올인했다. 연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거다”고 말하니. 그의 언급처럼 베풀면서 스스로를 채우는 넉넉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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