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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빅매치' 보아 "지난 14년 동안 못느꼈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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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빅매치' 보아 "지난 14년 동안 못느꼈던 감정"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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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사진 이상민 기자] '아시아의 별' 보아(28)가 두 번째 영화 나들이를 했다. 올해 할리우드 진출작인 댄스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에 출연한 그는 액션영화 '빅매치'(11월27일 개봉)에서 납치된 형을 구하려는 파이터 익호(이정재)를 도와 도심을 질주하는 '빨간 천사' 수경으로 강렬한 인장을 찍는다. 영화는 개봉 직후 '인터스텔라'의 뒤를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흥행 빅매치를 벌이는 중이다. 눈빛이 반짝이는 보아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멋진 선배들과 같이 해서 좋은 소문이 난 것 같다"는 말이 먼저 튀어 나왔다. 
 
액션영화 '빅매치'에서 수경 역 맡아 부상 투혼

 

전직 아마추어 복싱 챔피온인 수경은 천재 악당 에이스(신하균)의 마수에 걸려들어 그의 지령에 따라 익호를 다음 미션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까끌까끌한 성격으로 도통 속내를 알 수 없어 '의문의 빨간 천사'란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수경은 복잡한 심경을 담배연기로 날려버린다. 거친 운전, 위기의 상황에선 복싱으로 연마한 화끈한 격투실력까지 보여준다. 점차 익호와 묘한 감정을 나누며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영화에서 보아는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튀는 법 없이 작품 속에 잘 스며들어가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어요. 수경 캐릭터 역시 다른 영화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욕심 나는 캐릭터였고. 그의 인생이 한없이 불쌍하고 짠했어요. 그토록 좋아했던 복싱 챔피온이 됐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뒤 자신을 포기한 채 기계적으로 사는 인생이 안타까웠죠. 익호를 만나 다시금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누군가를 돕게 되잖아요. 망가진 여자가 재기하는 느낌이 좋았어요."

 

액션 영화이다보니 혹독한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보아 자신도 이 영화에 임하며 "예뻐 보이기보다 액션을 멋있게 소화하자"란 각오였다. 이정재와 함께 4개월 동안 액션스쿨을 다녔다. 복싱을 처음 배우며 큰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댄스 활동으로 인해 원래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강도 높은 트레이닝으로 인해 발목과 어깨부상을 입었다. 인대가 엑스레이 상에 희미하게 보일 지경이라 수술 권유까지 받았으나 일단은 미뤄놓은 상태다. "팔목이 부러져봐서 아는데 수술이 답이 아니더라"며 호쾌하게 웃기까지 한다.
 
주변 만류 뿌리치고 '빅매치' 선택 "협업, 타인의 삶 표현하는 매력 만끽"

 

일본과 아시아 음악시장을 평정한데 이어 미국 팝시장까지 진출했던 정상급 가수 보아의 연기자 변신은 화제가 됐다. 지난해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에 이어 올해 연달아 2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에게 연기 그리고 배우에 대한 생각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가수 활동 당시 연기 제의는 많이 받았지만 섣불리 시작할 수가 없었어요. 솔로다보니 요즘 그룹활동을 하는 아이돌 가수들에 비해 훨씬 바빴거든요. 준비가 안돼 있기도 했고요. 오히려 지금 시작한 게 낫지 싶어요. 과거에 비해 진중해졌고, 연기가 뭘까 더 고민하게 되니까요."
 
'메이크 유어 무브'는 댄스영화라 연기의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보아는 촬영을 하며 점차 매력을 느껴서 '연애를 기대해' 오디션을 봤다. 막상 해보니 힘들지만 가수와는 다른 매력을 맛보게 됐고 '빅매치'까지 이어졌다.

애초 소속사와 주변에서는 출연을 만류했다. 흡연 장면에 맞고 싸우고 등 너무 세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뭔가에 꽂히면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보아의 결단으로 참여하게 됐다.

 

"읽으면 딱 그려지는 시나리오가 있어요.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아무리 봐도 나와 매치가 안되면 '노!'하죠. '빅매치'를 통해 지난 14년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어요. 솔로가수로 활동했기에 영화의 협업이 주는 매력이 너무 커요. 또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니지 않은 채 한정된 사람들과만 일하다가 많은 배우, 스태프, 감독을 만나며 그들의 모습을 통해 배우는 게 많더라고요. 무엇보다 캐릭터의 심리와 상황을 분석, 그의 인생을 표현하는 작업에서 대체불가의 매력을 느꼈죠."
 
그랬기에 이번 수경 캐릭터는 희열과 아쉬움을 동시에 안겨줬다. 접어버린 꿈, 악당의 수하로 일해야만 하는 고충, 병석에 누운 아버지, 어느 날 불쑥 등장한 한 남자에 대한 호기심과 애틋한 감정...복합적인 감정선을 어루만져야 할 인물이란 점은 연기자 보아의 도전정신을 한껏 자극했다. 하지만 수경의 히스토리를 충분히 드러낼 행주대교 신이 편집과정에 잘려나갔기에 아쉬움이 큰 눈치다.
 
"2-3일 동안 3회차에 걸쳐 수경의 과거 장면을 찍었는데 편집이 됐어요. 아쉽지만 선택과 집중을 해야하는 감독님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죠. 행주대교 신과 더불어 상암월드컵경기장 액션장면도 공들여 촬영한 신이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현장에서 전 신인이었단 점이죠. 14년 경력의 가수가 실수하면 비난이 쏟아질 텐데 전 신인배우라 많이 용서받았어요. 이러면서 알아가는 거죠 뭐. 후후."
 
◆ 내년 가수 데뷔 15주년 기념 음반, 콘서트 활동 구상

 

댄스가수 출신이라 몸놀림이 좋은 보아는 이번에 액션영화의 맛을 제대로 봤다. 조만간 '액션 여전사=하지원' 독점 구도에 균열이 생길 듯하다. 본인도 도전 욕심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극심한 고통이 수반되는 와이어 액션을 제외하고는 뛰고 구르는 액션이 '적성'이라 또 한 편의 액션영화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댄스영화나 액션영화는 많은 걸 보여줘야 하기에 훅 치고, 빠지고 그래서 아쉬웠는데 제대로 감정을 잡고가는 영화를 해보는 게 소망이에요. 멜로도 좋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묻어나는 로맨스 영화도 좋고요. 인간의 멘털이나 깊은 심리 표현을 하는 작품을 한번쯤 해보고 싶어요. 이젠 나이와 경험이 있으니까 깊은 맛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내년이면 가수 데뷔 15주년이 된다.  올 한 해는 연기에 비중을 뒀다. '빅매치'에서 공연한 배우 이정재와 이성민은 보아를 두고 "연기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보아 스스로가 내리는 정체성은 '본업이 가수'다. 기념 음반, 국내 콘서트와 월드투어 등 머리 속에 여러가지 프로젝트가 넘실대는 것 같다.

 

[취재후기] 최근 SBS 'K팝스타' 시즌4가 방영 중이다. 시즌 1, 2 때 양현석, 박진영과 함께 3대 가요기획사를 대표해 심사위원석에 앉아 부드러우면서 날카로운 심사평으로 주목받았던 그다. "젊은 현역 가수가 누군가를 심사한다는 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앨범을 낼 때 심사위원 자질이 거론될까봐 엄청 걱정이 됐고요"라며 겪었던 고충을 슬쩍 내비친다. 하지만 많은 걸 배웠고 잊지 못할 추억이다. 40대가 돼서 그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좀 더 무게감 있는 심사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의욕을 감추지 않는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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