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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국제시장'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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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국제시장'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1.29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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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이 세상 아들딸이 띄우는 애달픈 전상서’ ‘오늘을 만든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 ‘신파가 주는 감동’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영화’ ‘희생만 한 우리 시대 가장 대변’ ‘우리는 이런 영화가 필요했다’ ‘신구세대 소통할 따뜻한 영화’….

‘해운대’로 1000만 클럽에 가입한 윤제균 감독의 신작 ‘국제시장’(12월17일 개봉)의 시사 이후 언론매체에서 쏟아낸 리뷰 제목들이다. 대체적으로 감동이 진하게 묻어나는 헤드라인이다. 반면 일부 영화평론가들은 혹평을 가했다.

 

듀나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서독 파트까지는 그럭저럭 봤지만 베트남, 이산가족 찾기 파트는 불편하더군요. 역사를 다루면서 역사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거죠”라고 독설을 날렸다. 이어 “영화 만드는 사람은 다른 나라 전쟁터에 달러 벌러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허지웅 역시 “더 이상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시니어들의 문제가 다루어져야 마땅한 시점에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강조하는 ‘국제시장’의 등장은 반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스코어에 따라 우리가 얼마나 과연 얼마나 괴물 같은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지 나눌 이야기가 많아지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격변을 덕수(황정민)의 일생을 통해 그려낸다. 50년 12월 흥남부두, 피란을 가던 덕수네 가족은 생이별을 하게 된다. 어머니, 덕수 그리고 두 동생은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상점 ‘꽃분이네’에 안착한다. 64년 봄, 덕수는 남동생의 서울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독일 함보른 광산으로 떠나 광부가 된다. 그곳에서 파독 간호사 영자(김윤진)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는다. 74년, 덕수는 여동생 끝순(김슬기)의 결혼비용과 ‘꽃분이네’ 인수자금을 위해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한다. 83년 여름, ‘이산가족 찾기’ 방송에 출연한 덕수는 미국으로 입양된 막내 여동생 막순과 눈물의 상봉을 한다.

▲ 한국전쟁 흥남부두 피란 장면, 파독 광부 시절, 이산가족 찾기 출연 장면, 베트남 전쟁 장면(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전쟁, 파독광부와 간호사, 베트남전쟁, 이산가족 상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국제시장’은 현대사 국정 교과서 한편을 펼친 듯하다. 이를 10대부터 70대에 이르는 아버지 세대의 시선으로 훑어나가기에 감정이입이 되는 한편 보수적(혹은 반동적)인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그때 그 시절을 관통했던 가부장제와 경제개발 이데올로기가 고스란히 투영된 탓이다. 그 시대의 그늘인 인권과 민주주의, 공공의 가치 파괴에 대한 역사의식은 보이지 않아서다.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며 살아간 덕수의 노년은 착잡한 감정을 일으킨다. 가족에 대한 책임과 사랑은 크지만 완고하고 고집 센, 소통에 서툰 우리 사회 ‘올드보이’의 얼굴이 선연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덕수의 가장 역할은 자신의 부모와 형제에 집중된다. 자식들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덕수라는 한 인물이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두루 겪는다는 설정은 장점이 될 수도, 위와 같은 함정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사건을 담다보니 영화는 입체적이고 정교한 연출이 아닌 우직하고 단순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을 택한다. 아버지의 희생과 고통은 울음, 대사 등 직접적인 방식으로 표현된다. 신파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렇게 살아온 아버지들이 현실에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20대부터 70대까지를 소화한 배우 황정민의 발군의 연기는 신파를 뚫고 감동을 불러온다.

▲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의 결혼식 스틸

비평을 가하는 평론가들은 톰 행크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가 한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변화하는 역사의 의미를 담았다면 ‘국제시장’은 역사적 사건들을 개인의 신파로 이용하기만 했다는 일침을 가한다. 반면 환호하는 언론매체들은 영화가 전하는 묵직한 감동과 ‘명량’의 뒤를 이어 중장년 관객층을 대거 움직일 흥행 폭발력에 주목한다.

올해 하반기 극장가를 파고든 아버지 소재 영화들의 정점을 찍는 ‘국제시장’에 쏟아지는 찬사와 혹평 모두 설득력이 있다. 기획력이 빼어난 윤제균 감독은 논쟁의 한 복판에 설 ‘문제적’ 휴먼 드라마를 찍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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