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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황은 없다' 투혼까지 아름다운 배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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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황은 없다' 투혼까지 아름다운 배혜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1.09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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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 못지않은 손놀림 스틸 3위 기염, 코뼈 골절에도 투혼 발휘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시련은 사람을 달라지게끔 한다. 방황을 맛본 이들은 자신이 하던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다.

배혜윤(26·용인 삼성)이 달라졌다.

코트를 누비는 시간도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도 모두 지난 시즌과 비교해 떨어졌지만 플레이 하나하나에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코뼈가 골절돼 쉬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마음에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출전한다.

8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B국민은행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전. 배혜윤의 진가가 드러났다. 후반전이 되자 그는 거추장스런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부상 악화 위험에도 아랑곳 않고 투혼을 불살랐다. 팀은 62-61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 지난 3일 KB스타즈전에서 코뼈 골절 부상을 입었던 배혜윤은 8일 신한은행전 전반전에서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뛰었다. [사진=WKBL 제공]

특급신인서 국가대표로, 농구를 그만두려던 사연 

삼성은 배혜윤의 4번째 팀이다.

182cm 장신인 그는 리그 최고 센터로 군림했던 김계령의 뒤를 이을 센터 재목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신한은행의 부름을 받자마자 신세계로 이적해 데뷔 첫 해 5.0득점, 3.7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1군 무대와 퓨처스리그를 오가며 착실히 기량을 쌓던 그는 김계령, 강지숙의 반대 급부로 2010년 4월 양지희와 함께 우리은행으로 적을 옮겼다. 비록 팀은 2년 연속 꼴찌였지만 배혜윤은 전성기를 맞으며 2012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다.

2012~2013 시즌에는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그런데 지난 2년간에 비해 개인 성적이 크게 떨어진 탓인지(6.3득점, 3.6리바운드) 그는 시즌 종료 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우리은행은 배혜윤을 임의탈퇴로 공시했다.

농구를 포기하고 학업에 열중하려던 그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코트로 복귀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은행은 배혜윤을 삼성생명 이선화와 트레이드해 앞길을 열어줬다. 새 팀에 둥지를 튼 배혜윤은 지난 시즌 평균 9.2점 5.0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부활을 알렸다.

절실해진 배혜윤, 농구가 늘었다

돌고돌아 현역 생활을 연장한 배혜윤은 박정은의 은퇴, 이미선의 고령화 등으로 세대교체가 절실한 삼성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평균 27분31초를 소화하며 득점(6.8점) 29위, 리바운드(4.7개) 19위에 자리하고 있다.

배혜윤의 센스는 스틸에서 나온다. 그의 손놀림은 가드들 못지않다. 가로채기 1.35개로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커리어 하이.

운동능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경기를 읽는 눈이 생겼다. 포스트로 투입되는 공을 끊어버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지표들에서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공헌도 부문에서 358.40을 기록해 19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8일 신한은행전에서는 곽주영과 대등히 맞서싸우며 농익은 기량을 과시했다.

▲ 방황했던 배혜윤은 마음을 잡고 삼성에 자리잡은 후 한결 성숙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신한은행전 후반전에는 마스크를 벗고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사진=WKBL 제공]

15점과 8리바운드는 모두 시즌 최다 기록이었다. 특히 승부처였던 3쿼터에서 공격을 주도하며 역전승에 발판을 놓았다. 지난해 12월20일 3라운드 맞대결에서 김단비에게 버저비터를 얻어맞고 71-72 역전패를 당했기에 더욱 간절하게 뛰었다.

배혜윤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박빙 경기를 자주 했는데 잘 마무리해서 정말 기쁘다”며 “11일 신한은행전이 또 있는데 이틀 쉬고 하는 경기니까 상대도 준비해 나올 것이다. 그 경기도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은 강호 신한은행을 제압하며 9승11패를 기록, 플레이오프 티켓 마지노선인 3위에 한 걸음 다가갔다. 3위 KB스타즈와 승차는 1.5경기에 불과하다.

배혜윤은 팀의 ‘봄 농구’를 위해 아름다운 희생을 자처하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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