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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탈퇴 아픔 잊은 배혜윤, 다시 시작된 쇼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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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탈퇴 아픔 잊은 배혜윤, 다시 시작된 쇼타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15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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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와 수비까지 책임지는 빅맨 겸 파워포워드…팀내 공헌도 2위 '공수 맹활약'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때 임의탈퇴로 마음 고생을 했던 배혜윤(26·용인 삼성)의 진정한 쇼타임이 시작됐다.

배혜윤은 14일 부천체육관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팀내 최다인 16득점과 함께 6리바운드와 6어시스트를 올리며 부천 하나외환을 78-68로 꺾는데 수훈갑이 됐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10승 12패가 되며 3위 청주 KB스타즈와 승차를 2.5경기로 좁혔다. KB스타즈를 따라잡으려면 여젼히 갈 길이 멀지만 배혜윤이 삼성의 바쁜 발걸음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 용인 삼성 배혜윤(가운데)이 14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외환과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 세대교체 중인 명가 삼성, 공수 희망 된 배혜윤

명가 삼성의 몰락은 세대교체 실패에서 비롯된다. 아직까지 삼성은 현역 가운데 WKBL 최고참 이미선(36)이 가드로 버티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등 아직 실력이 여전하다고 하지만 그를 대체할 수 있는 가드가 없다는 점은 삼성의 큰 약점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삼성의 세대교체가 조용히 이뤄지고 있다.

세대교체의 주역은 박하나(25)와 박태은(28)이다. 박하나는 올 시즌 경기 평균 32분7초를 뛰며 11.14득점을 올리며 일곱 시즌 동안 최고 기록을 남기고 있다. 또 박태은은 아직 주전 자리를 확실히 꿰차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선의 은퇴 뒤 포인트 가드를 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배혜윤도 세대교체에 앞장서고 있다. 183cm의 장신 포워드인 배혜윤은 위치 선점 능력이 뛰어나고 점프도 좋아 리바운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배혜윤은 올 시즌 평균 7.09득점과 4.7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2013~2014 시즌 평균 득점(9.17점)과 리바운드(5개)보다 약간 낮아지긴 했지만 삼성 골밑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주목할 것은 경기 평균 1.36개의 스틸이다. 이미선(1.73개)에 이어 팀내 2위일 뿐 아니라 전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장신 포워드가 스틸까지 책임지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상대 공격을 끊는 센스가 뛰어나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까지 책임지면서 그만큼 공헌도도 높다. WKBL이 매기는 공헌도 점수에서 18.29점으로 이미선(23.97점)에 이어 팀내 2위다.

▲ 용인 삼성 배혜윤(가운데)이 14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외환과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 상대 선수들과 치열한 볼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 한때 농구가 싫어 떠났다가 복귀, 이젠 든든한 버팀목

2007~2008 시즌 신인왕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배혜윤은 2010년 춘천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된 뒤 2012년 런던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까지 나갈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챔피언에 올랐던 2012~2013 시즌이 끝나자 대학에 가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폭탄 선언에 팀과 농구 관계자, 팬들 모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농구하기가 힘겹다. 내가 모자란 것 같다"는 말로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이었다. 우리은행은 배혜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임의탈퇴선수로 처리했다.

이러던 중 골밑 강화가 절실했던 삼성이 손을 내밀었다. 골밑이 약했던 삼성이다. 배혜윤도 마음을 바꿨다. 배혜윤은 삼성의 기대대로 팀의 버팀목이 됐다.

배혜윤은 올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는 바람에 득점과 리바운드 기록이 크게 낮아졌지만 최근 이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12일까지만 하더라도 5.3득점, 4.2리바운드에 그쳤던 그는 득점은 2점 가까이 높아졌고 리바운드도 0.5개 많아졌다.

하나외환전에서 수훈 선수로 선정된 배혜윤은 "외곽슛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하면서 득점이 많아졌던 것 같다"며 "시즌 초반 밸런스를 잘 잡지 못했을 때 팀내 선수들의 조언을 듣고 다시 각오를 다졌다. 내가 팀내에서 하는 역할이 있는 만큼 리바운드를 많이 하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호근(50) 감독도 배혜윤만 보면 요즘 싱글벙글이다.

이 감독은 "배혜윤의 장점은 역시 꾸준함이다. 잘할 때와 못할 때가 명확하게 구분되긴 하지만 최근에는 기복도 없고 잘하는 경기가 많아졌다"며 "포스트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켜주고 일대일 대인 수비와 외국인 선수 매치업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 궂은 일도 잘해주고 있어 든든하다"고 밝혔다.

이어 "득점과 리바운드가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지만 수치와 기록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 수비 등 팀내 공헌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그동안 삼성이 세대교체가 늘 화두였는데 배혜윤을 비롯해 20대 중후반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어 팀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 용인 삼성 배혜윤(가운데)이 14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외환과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 승리한 뒤 박하나(왼쪽) 등 팀동료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WKBL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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