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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광주, 잔류 그 이상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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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광주, 잔류 그 이상의 무한도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14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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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격팀으로 첫 잔류 및 중위권 이상 성적 목표…"3약 예상 뒤집겠다" 각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유럽축구를 보면 종종 승격팀이 이변을 일으키는 장면을 많이 본다. 이변이 한 경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즌 판도를 뒤흔들어놓기도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기성용의 소속팀인 스완지 시티가 대표적인 승격팀이다.

2004~2005 시즌까지 리그 투(4부), 2007~2008 시즌까지 리그 원(3부)였던 스완지 시티는 2010~2011 시즌 리그 챔피언십(2부)에서 3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 우승팀 자격으로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이후 벌써 세 시즌 살아남았고 올 시즌도 중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웃 중국과 일본만 하더라도 승격팀이 리그의 강호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중국리그 최강인 광저우 에버그란데도 승격팀 출신이다. 지난해 일본 J리그 우승팀인 감바 오사카 역시 승격팀이었다. 감바 오사카가 전통의 강팀이긴 했지만 강등의 칼날을 맞은 뒤 재기한 경우다.

▲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 우승을 이끌어낸 조진호 대전 감독은 축구는 의외성이 많은 종목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선수층은 두껍지 못하지만 아드리아노가 건재하기 때문에 잔류 그 이상을 자신하고 있다. [사진=대전 시티즌 제공]

K리그 클래식에서 올해 두 팀이 승격했다. 바로 대전과 광주다. 상주 상무는 지난해 최하위로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됐다. 아직까지 승격팀으로서 이변을 일으키거나 좋은 성적을 거둔 사례가 없다.

대전과 광주는 벌써부터 같은 시도민 구단인 인천과 함께 '3약'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대전과 광주는 그 예상을 보기좋게 깨겠다며 역사를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잔류는 1차 목표이고 내심 상위 스플릿까지 바라본다.

◆ "축구는 의외성 강한 종목" 큰일 내겠다는 대전

일본 가고시마에 동계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대전은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K리그 챌린지에서 선두 독주 끝에 우승을 거머쥔 대전은 외국인 선수 아드리아노를 앞세워 돌풍을 노린다.

아직 대전의 선수층은 얇다. 조진호(42) 감독은 "30여명 선수 가운데 쓸만한 선수는 20명 뿐이다. 출전 가능한 자원들도 경험이 부족하다"며 "3만~4만 관중이 지켜보는 경기장에서 뛴 적도 거의 없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주눅들지 않고 상대와 부딪힐 수 있는 자신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조진호 감독은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대전이 축구의 의외성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 될 것"이라며 "질 때 지더라도 후회없이 하겠다. 수비만 한다고 실점을 안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라인을 내리고 자물쇠만 채우는 축구는 절대 하지 않겠다"거 밀했다.

▲ 대전의 미드필더 안상현은 FC 서울에 있었을 때 기성용, 이청용보다 훨씬 기량이 낫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잦은 부상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말았다. 안상현은 대전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소속팀의 K리그 클래식 잔류를 이끌 각오다. [사진=대전 시티즌 제공]

조진호 감독의 첫 목표는 11개 구단을 상대로 1승씩 거두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에서 8위로 살아남은 부산이 10승(13무 15패)을 기록했다. 11승의 수치는 어느 정도 생존을 보장하는 승수라는 것이다.

또 지난 시즌 27골로 K리그 챌린지 득점왕을 차지한 아드리아노(28)가 1년 계약연장에 성공하며 대전의 주득점원으로 남아있는 것도 상당한 자신감이다. 이미 아드리아노는 K리그 챌린지에서 기량을 인정받아 K리그 클래식 팀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잊혀진 천재' 안상현(29)도 대구에서 대전으로 이적했다. 중학생 신분으로 2003년 안양 LG(현재 FC 서울)에 입단한 안상현은 조광래 당시 감독으로부터 "어렸을 때는 기성용이나 이청용보다 훨씬 기량이 뛰어났다"고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부상으로 서울, 경남, 대구를 거치며 빛을 보지 못했지만 대전에서 자신의 축구 인생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K리그 챌린지에서 대구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대전 아드리아노를 완벽하게 봉쇄하는 등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어 K리그 클래식 팀들의 화력을 견딜 수 있는 대전 수비의 중심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 남기일 광주FC 감독은 올시즌 목표를 잔류를 넘어 내심 상위 스플릿 진출까지 넘본다. 승격 기적을 함께 이뤄낸 주전들이 그대로 있는데다 데이터 축구로 무장, K리그 클래식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사진=광주FC 제공]

◆ 데이터 축구로 무장한 광주, 상위 스플릿까지 노린다

남기일(41) 감독이 이끄는 광주를 두 단어로 정리하자면 데이터와 '원 팀'이다.

일본 시즈오카에서 전지훈련하고 있는 광주는 연습경기마다 선수들에게 GPS칩을 부착시킨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며 뛴 거리와 순간 속도 등 세밀한 데이터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는다.

길레미 피지컬 코치가 직접 브라질에서 들고온 프로그램을 통해 광주는 선수들의 면면을 파악하면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는지를 평가한다.

이는 남기일 감독이 얼마나 선수들이 전술적으로 잘 이해하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는지를 분석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정작 남 감독이 자신있어 하는 것은 광주가 '원 팀'이라는 점이다. 지난 3년 동안 광주에서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 함께 뛰고 있어 그만큼 조직력만큼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여름, 임선영, 김호남 등 기적을 이끌어낸 주축 선수들이 다른 K리그 클래식 팀들의 영입 제의를 마다하고 광주에 남았다.

▲ 광주FC는 지난 시즌 승격을 함께 이뤄낸 주전 선수들이 그대로 있다. 여름(왼쪽부터)과 임선영, 김호남 등은 시즌을 앞두고 다른 K리그 클래식 팀들의 영입 제의가 있었지만 광주에 그대로 남았다. [사진=광주FC 제공]

남기일 감독은 "11명이 똘똘 뭉쳤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 게다가 K리그 클래식에서는 두 팀만 제치면 잔류할 수 있기 때문에 승격하는 것보다 더 쉽다"며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 수 아래지만 우리는 기적을 이뤄낸 팀이다. 우리 축구를 만들어 상위 스플릿까지 노려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팀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 선수들이라면 중위권도 충분하다"며 "다른 팀과 비교해 부족한 골 결정력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쪽으로 해법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만약 1차 목표를 달성한다면 기존 K리그 클래식 10개팀 가운데 최소 한 팀은 강등을 피할 수 없다. 대전과 광주의 올시즌 K리그 클래식 행보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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