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SQ현장] 갈 길 멀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피겨공주 트리오 '3색 과제'
상태바
[SQ현장] 갈 길 멀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피겨공주 트리오 '3색 과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15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소연·김해진, 세계선수권 앞두고 소중한 경험…채송주는 개인 최고기록으로 기대주 등극

[목동=스포츠Q 박상현 기자] 국제 피겨스케이팅 대회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그렇기에 3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10대 소녀들에게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은 좋은 공부가 됐다.

지난해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으로 '포스트 김연아' 1순위로 떠오른 박소연(18·신목고)과 김해진(18·과천고)은 15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끝난 ISU 4대륙 피겨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각각 최종 합계 163.75점과 147.30점을 받으며 9위와 11위에 자리했다.

박소연은 지난해 대회와 같은 순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대회 6위에 올랐던 김해진은 다섯 계단 떨어졌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첫 시니어 A급 국제대회에 출전한 채송주(17·화정고)는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 점수 79.67점을 훨씬 뛰어넘는 96.93점을 기록, 최종 합계 133.41점으로 13위에 올랐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박소연(가운데)이 15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2014~2015 ISU 4대륙 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관중들을 향해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김연아(25)의 연기에만 길들여진 국내 피겨팬들이라면 이들의 기록에 대해 실망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연아가 특별한 것이었지, 한국 피겨의 원래 실력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박소연과 김해진은 나름 선전했다.

게다가 국내 피겨선수권에서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채송주의 발견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박소연, 김해진 외에도 국제 대회에서 나름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스케이터 한 명이 더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 박소연 "편안함보다는 부담감, 정신력으로 이겨내야죠"

박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클린'을 해보이지 못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스핀을 하지 못하는 난생 처음 겪는 실수를 했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점프 연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착지가 불안하면서 가산점(GOE)이 깎였고 트리플 루프에서는 넘어지면서 점수에서 큰 손해를 봤다.

경기가 끝난 뒤 믹스드존에서 만난 박소연은 시원섭섭하다는 표정이었다. 경기가 끝나서 시원하긴 하지만 훈련 때 했던 연기만 제대로 했더라면 하는 서운한 마음이었다. 자신이 클린을 하지 못한 이유를 부담으로 들었다.

박소연은 "이번 대회를 하면서 많이 부담되고 떨었던 것 같다. 국내에서 국제대회가 열리면 편안한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부담이 어느 때보다 더 느끼고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너무 부담을 느끼면 자신감도 떨어진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박소연이 15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2014~2015 ISU 4대륙 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스핀 연기를 하고 있다.

박소연이 이처럼 말한 것은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이 국내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박소연은 "쇼트에서도 긴장감을 이기지 못해 스핀에서 실수했고 프리 역시 점프 실수가 나오면서 착지가 흔들렸다"며 "긴장을 이기기 위해서는 역시 대회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박소연은 "훈련했을 때처럼 하면 잘됐을텐데 그렇지 못했다. 훈련할 때 그대로 차분하게만 하면 좋은 점수가 나올 것 같다"며 "점프 전에 연결 동작과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다음달 세계선수권에서는 이번 대회를 통해 느꼈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소연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부담을 느낀다는 말이 나오고 언론을 통해 회자되면 더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박소연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마인드 컨트롤이나 정신력은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박소연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담함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됐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김해진이 15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2014~2015 ISU 4대륙 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1년에 걸친 성장통 이겨낸 김해진, 힐링이 되다

김해진은 지난 2010년 전국남녀피겨선수권에서 김연아에 이어 초등학생으로는 두번째로 여자 싱글 시니어 정상에 오르며 기대주로 손꼽혔다. 김해진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김해진은 부상에 종종 발목을 잡혔다. 훈련 도중 상대 선수의 스케이트날에 찍혀 한동안 빙판을 떠난 적도 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며 지난해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16위, 4대륙 선수권 6위로 선전했던 김해진에게 시련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였다. 갑자기 커진 키로 인해 성장통을 겪었다.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보다 4cm나 컸다.

피겨 선수가 갑자기 키가 자라게 되면 일장일단이 있다. 키가 크면 시원스럽고 선이 굵은 연기를 펼칠 수 있지만 점프를 뛸 때 중심축이 무너진다. 김해진에게는 키가 큰 것이 독으로 작용했다. 설상가상으로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왔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김해진이 15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2014~2015 ISU 4대륙 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회전 연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해진은 "키가 천천히 컸으면 좋았을텐데 갑자기 크는 바람에 뼈가 자라는 속도를 근육이 따라가지 못했다. 부상이 길어져서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레이백 스핀 같은 경우도 허리에 무리가 갈까봐 훈련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훈련하면서도 밀려오는 통증에 눈물이 났던 김해진은 지난달 전국선수권 때까지만 하더라도 허리와 무릎이 아픈 와중에서도 투혼을 보였다. 결국 4대륙 대회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무난한 연기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지난 동계올림픽 당시 뛰었던 트리플 루프도 허리에 부담이 갈까 제외했다.

김해진은 "이젠 심각하게 아플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 성장통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느낌"이라며 "국내에서 열리는 첫 국제대회 출전이라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만큼 긴장해서 그런지 실수가 나왔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시즌 베스트를 찍어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김해진은 다음달 세게선수권에 앞서 동계체전을 치른다.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동계체전에서 3회전 연속 점프를 시도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무리가 갈까봐 3회전 연속 점프를 뛰지 않았다.

김해진은 "훈련하면서 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의 성공률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동계체전에서 한번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방긋 웃었다. 1년 가까이 눈물 짓기만 했던 김해진이 3회전 연속 점프까지 시도해보겠다는 것을 보면 이번 대회는 분명 힐링이 되는 기회였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채송주가 15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2014~2015 ISU 4대륙 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연기를 하고 있다.

◆ 전국 대회 13위, 4대륙서도 13위, 채송주의 발견

채송주는 지난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던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에서 전체 13위에 그쳤다. 그런데 자신이 처음으로 출전한 A급 국제대회에서 똑같은 13위를 차지했다.

채송주를 주목한 한국 언론은 거의 없었다. 모든 한국 언론은 박소연이 메달권에 진입할 것인지와 김해진이 그동안 부진을 이겨내고 부활의 발판을 놓을 것인지에만 관심을 가졌다. 전국 대회에서 중학교 1, 2학년생에게도 밀리는 성적을 거둔 채송주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채송주는 최근 페어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최휘(17·군포 수리고) 등과 함께 차세대 유망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성장이 다소 더뎠다. 초등학생도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7급 이상의 시니어로 승급하지만 채송주는 중학생 때까지도 주니어(6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채송주는 첫 국제 A급 대회 출전임에도 개인 최고점을 받았다.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김해진이 받은 95.89점보다 높은 96.93점이었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채송주가 15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2014~2015 ISU 4대륙 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채송주의 강점은 키가 크다는 것. 170cm의 키로 시원시원한 연기를 펼치는 것이 장점이다. 그런만큼 예술성을 평가하는 프로그램 구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채송주는 프로그램 구성 요소에서 대부분 5점대 후반을 받았을 정도로 선전했다.

채송주는 "예전에 좀처럼 받아보지 못했던 점수를 4대륙 선수권에서 받아 처음에 깜짝 놀랐다. 연기한 것에 비해 점수가 잘 나왔다"며 "외국 선수들은 점프가 좋은데 나는 프로그램 구성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앞으로도 준비한 구성요소를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송주는 4대륙 선수권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다. 국내 피겨팬들은 앞으로 박소연, 김해진 외에도 채송주라는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그런만큼 채송주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이라는 큰 선물을 가슴에 품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