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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KIA, 다시 '용규'와 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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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KIA, 다시 '용규'와 친해진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23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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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그림자 지울 무명 최용규, 연습경기 0.538 맹타...붙박이 2루수-테이블세터 가능성 높여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시간이 흘렀지만 KIA팬들에게 ‘용규’라는 이름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이용규는 타이거즈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하위권에 처져있을 때 외로이 타선을 이끌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의 주역인 그는 KIA의 상징이었다. 잦은 커트로 투수들의 진을 빼는 것을 보고 ‘용규놀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이용규(30)가 한화로 떠난지 1년이 지났다. 이제 다른 용규가 그 허전함을 달래주려하고 있다.

바로 최용규(30)다.

최용규는 22일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2루수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제몫을 다했다. 연습경기 6연패에 빠진 가운데 KIA가 거둔 값진 수확이다. 그의 타율은 무려 0.538(13타수 7안타)에 달한다.

▲ 이용규와 친숙했던 KIA팬들은 이제 최용규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가 이용규의 기억을 지워나간다면 KIA는 리그의 다크호스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널뛰기 인생, 김기태 감독의 눈도장을 찍다

2008년 KIA 2차 2라운드 12순위로 입단한 그는 원광대 재학 시절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4학년이던 2007년에는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에서 타율 0.514(35타수 18안타)를 기록하며 타격상을 수상했다. 그해 11월에는 국가대표로 대만에서 개최된 제37회 야구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데뷔 시즌 20경기에 나서 0.094(32타수 3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2009년 KIA가 12년 만에 우승컵을 들 때 백업과 대주자 등으로 51경기에 나서며 자리를 잡는 듯 했지만 이듬해 22경기 0.160(25타수 4안타)으로 다시 주저앉았다.

설상가상. 시즌 종료 후 상무 선발에서 탈락하며 현역으로 군입대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2011년에는 방출이라는 서러움까지 겪었다. 절치부심한 그는 지난해 중반이 돼서야 친정팀 2군에 합류해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줬다. 퓨처스리그 25경기에 나서 0.351(57타수 20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것.

신임 김기태 감독이 부임하며 선언한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최용규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어느덧 서른줄에 접어들었고 군 문제도 해결한 만큼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그는 어렵사리 찾아온 기회를 보란 듯이 잡고 있다.

◆ 완벽한 환경, 붙박이 2루수를 노린다 

▲ 오랜 무명 세월을 보낸 최용규가 주전으로 도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연습경기에서 5할이 넘는 맹타를 휘두르며 김기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새 얼굴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 다행히 야수 쪽에서는 황대인, 투수 쪽에서는 임기준이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김 감독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 틈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30대 최용규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마침내 제대로 기량을 펼쳐보일 때가 왔다. 모든 상황이 최적이다.

2009년 데뷔하자마자 6년간 붙박이로 2루를 지켰던 안치홍이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군에 입대했다. 눈에 확 띄는 내야 경쟁자가 없는 가운데 홀로 치고 나가고 있다. 1루수, 3루수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라서 활용도도 높다.

KIA는 지난해 0.326를 기록하며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 이대형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시켰다가 톱타자마저 잃었다. 컨택트 능력이 일품인 최용규야말로 신종길과 함께 테이블세터를 구축할 강력한 후보 중 하나다.

누구도 KIA를 상위권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2012년 5위에 머무르며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이래 지난 2년간 연속으로 8위에 그치며 ‘야구명가’ 타이거즈의 명성에 누를 끼쳤다. 성적보다는 리빌딩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팬들의 기대치가 낮아졌다.

KIA가 객관적 전력상 열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용규가 이용규를 조금씩 지워나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1군 무대 통산 타율이 0.189(111타수 21안타)에 불과한 선수가 갑자기 튀어나와 전력에 큰 보탬이 된다면 KIA야말로 리그 판도를 좌지우지할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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