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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뚫어야 산다' 닥공의 숙명 맞닥뜨린 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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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뚫어야 산다' 닥공의 숙명 맞닥뜨린 전북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25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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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닝요-에두 아직 엇박자…수비 위주 전술 펼치는 팀 공략법 숙제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전북 현대는 올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도 단연 '1강'으로 꼽히지만 언제나 숙제를 안고 있다. 수비 위주의 팀을 어떻게 뚫어내야 하는가다.

'강희대제' 최강희 감독의 전매특허인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로 무장한 전북은 K리그 클래식 팀 가운데 공격력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지난해는 수비까지 강화한 '닥수(닥치고 수비)'까지 접목했다.

그 결과 전북은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38경기에서 61골을 넣고 22골만 내주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세번째 별을 엠블램에 추가시켰다.

그러나 전북은 중심을 뒤로 빼는 팀을 상대로 고전을 면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정규리그 38경기 가운데 골을 넣지 못한 것이 5경기였다. 물론 전체 팀 가운데 가장 적긴 했지만 수원 삼성(7경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골을 넣은 경기도 16차례였다.

결국 21경기에서 16골을 넣고 나머지 17경기에서 45골을 기록했다는 계산이다. 몰아칠 때는 한없이 몰아치다가도 막히면 가까스로 골을 넣거나 무득점으로 마무리지은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전북의 닥공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득점력 기복을 최대한 줄여야하는 것이 관건. 그런 점에서 전북의 올시즌 첫 공식경기는 다시 한번 숙제를 안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닥공이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 '셋이 합쳐 104세' 30대 중후반 공격 트리오 과연?

전북은 2013 시즌 중반까지 닥공의 중심이었던 에닝요를 다시 영입했다. 중국 리그에서 뛰다가 K리그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에닝요를 잡았다. 에닝요는 자신의 몸값을 줄이면서까지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2003년 수원을 통해 처음 K리그에 발을 내딛은 에닝요은 대구FC를 거쳐 2009년부터 전북과 영광을 함께 했다. 전북의 세차례 우승 가운데 두차례를 함께 했다.

단 214경기를 뛰고도 80골과 64도움을 올려 '60-60'을 기록했다. 6개의 도움만 추가하면 사상 첫 '70-70'을 개설할 태세다. 이 가운데 전북에서는 57골과 46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에닝요는 벌써 34세다. 축구 선수로는 어느덧 노년기에 들어선 나이다. 지난 24일 가시와 레이솔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에닝요는 여전히 프리킥 등 발끝이 매서웠지만 스피드는 예전보다 떨어졌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수원에서 활약했다가 독일 분데스리가와 일본 프로축구 J리그 등에서 뛰었던 에두도 닥공에 합류했다. 에두는 수원에서 단 95경기를 뛰었음에도 30골과 15개의 도움을 올리며 짧은 시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08년 수원이 K리그를 제패한 것도 에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에두 역시 34세. 에두는 AFC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가시와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피드가 예전만 못하고 마음만 급하다보니 오프사이드에 계속 걸렸던 것이다.

아직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그라운드에 복귀하지 못한 이동국도 36세다. 세 선수 합쳐 100세가 넘는다. 이들의 경력이나 경험, 기량에 대한 의문은 없지만 정규리그 38경기와 AFC 챔피언스리그, 대한축구협회(FA)컵까지 장기 레이스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전북은 지난해에도 상대 수비에 막혀 고전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FA컵 4강전에서도 잔뜩 뒤로 물러선 성남FC를 맞아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면서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갔고 끝내 분루를 삼켰다.

AFC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 역시 원정에서 비겨도 성공이라는 가시와의 수비 위주 전술에 막혀 전반 중반까지를 제외하고는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해내지 못했다.

◆ 젊은 피 이재성·한교원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이 해법

전북은 시즌을 앞두고 적지 않은 선수를 영입하기도 했지만 외부 유출도 만만치 않았다. 이승기(27·상주 상무)와 정혁(29), 신형민(29·이상 안산 경찰청)이 모두 군에 입대했고 김남일은 일본으로 떠났다. 지난 시즌 멤버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선수는 이재성(23)과 한교원(25)이 남았다.

에닝요, 에두, 이동국 등이 시즌 내내 강력한 면모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20대 초중반의 이재성과 한교원이 공격의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 가시와를 맞아 4-2-3-1 전술로 나선 전북은 이재성에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한교원에게 오른쪽 측면 공격을 맡겼다. 전북의 파상공세로 이어진 경기에서 이재성과 한교원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가시와를 공략했다.

그러나 활로를 뚫어주는 역할은 에닝요에게 집중됐다. 이재성과 한교원은 직접 기회를 만들기보다 에닝요가 만들어준 기회를 해결하는데 충실했다. 이 경우 에닝요가 막히면 공격 난맥상을 겪을 위험성이 높다.

에닝요는 왼쪽 측면을 맡은 선수다. 공격을 조율하고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중앙에 있는 것이 유리한데 한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다소 불리하다. 게다가 에닝요는 가시와전 도중 중앙으로 위치를 변경하자 오히려 위력이 줄었고 전북은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이재성이나 한교원도 다른 선수가 만들어주는 기회를 해결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기회도 창출해내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지난 시즌에는 이 역할을 이승기와 신형민이 번갈아가면서 기회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았지만 중앙 미드필더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모든 선수가 공격 옵션이 되어야할 필요성이 생겼다.

또 전북은 레오나르도(29)라는 좋은 공격자원도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 에두, 에닝요, 레오나르도의 공존을 통한 새로운 공격 전술도 시도할만한 시점이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경기를 조율해줄 선수가 없다면 4-2-3-1이 아닌 4-4-2 전환도 고려해볼 수 있다.

최강희 감독도 가시와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경기를 조율해 줄 미드필더가 없기 때문에 4-4-2 포메이션이나 빠른 공격 전술까지 다양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털어놨다.

전북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더블 스쿼드를 구성해도 좋을만큼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그러나 가시와전은 아직 전북에 구멍이 있음을 보여줬다. 상대의 수비를 뚫어야만 하는 닥공 축구 전북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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