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SQ분석] 중국·동남아발 대변동, 춘추전국시대 맞는 아시아 축구
상태바
[SQ분석] 중국·동남아발 대변동, 춘추전국시대 맞는 아시아 축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28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탁월한 자금력과 인기 앞세워 장족 발전…한국·일본과 대접전, 일부서는 역전까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차전은 아시아 클럽축구의 전력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광저우 푸리, 베이징 궈안, 산동 루넝 등 중국 클럽들은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K리그에서는 수원 삼성만이 승리했다. 성남FC와 FC 서울은 패배의 쓴맛을 봤고 '닥공' 전북 현대는 득점없이 비겼다.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일본은 자존심에 금이 갔다. 전북과 비긴 가시와 레이솔만 승점을 챙겼을 뿐 가시마 앤틀러스,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 감바 오사카가 모두 패했다.

특히 지난 시즌 J리그 정규리그와 일왕컵, 리그컵 우승으로 국내 3관왕에 오른 감바 오사카가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3위에 그쳤던 광저우 푸리에 0-2로 덜미를 잡혔다. 그것도 원정이 아닌 오사카 홈에서 당한 패배여서 아픔이 더했다.

▲ FC 서울 고명진(왼쪽에서 두번째)이 25일 중국 광저우 텐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챔피언스리그 H조 1차전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 정즈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태국 클럽도 만만치 않다. 부리람 유나이티드가 성남을 2-1로 잡은 것이 좋은 예다. 물론 태국에서 벌어진 홈경기였고 성남이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K리그 팀 가운데 전력이 가장 약하다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이미 부리람은 2013년 서울과 같은 조에 들어 8강에 오른 적이 있다.

이는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도 드러났다. 태국의 촌부리가 가시와 원정에서 연장 접전까지 가면서 아쉽게 2-3으로 졌다. 연장 후반 10분에 레안드로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조별리그에 올라서지 못했다. 만약 촌부리가 대이변을 일으켰다면 전북의 상대는 가시와가 아닌 촌부리가 될 수 있었다.

◆ 중국 클럽, 이젠 다크호스 아닌 당당한 강호

중국 슈퍼리그의 활약은 이제 이변이 아니다. 대약진하면서 K리그와 J리그를 위협할 수 있는 전력으로 발전했다.

중국 슈퍼리그 약진의 마중물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끼얹었다. 이장수 전 감독의 지휘 아래 중국 슈퍼리그로 올라선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2011년 중국 슈퍼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특히 2012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전주 원정에서 전북을 5-1로 꺾는 대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2년 이장수 감독을 퇴진시키고 이탈리아의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명장 마르셀로 리피 감독을 데려온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2014년까지 중국 슈퍼리그 4연패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2013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 FC 서울 선수들이 25일 중국 광저우 텐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챔피언스리그 H조 1차전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선제골을 허용한 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성공 요인은 역시 명장의 지휘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선수를 데려온데 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초창기에는 무리키와 엘케슨, 다리오 콘카 등 남미의 특급 선수를 데려와 전력을 강화했다. 특히 콘카는 연봉 1040만 유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2011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몸값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의 활약으로 K리그와 J리그 클럽과 대등하게 맞서 싸우거나 승리를 거두면서 중국 선수들의 자신감도 함께 올라갔다. 대표팀 축구에서도 중국의 공한증은 상당 부분 사라진 모습이다.

이미 2010년 일본에서 열렸던 동아시안컵에서 당시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한국 축구대표팀을 3-0으로 꺾으면서 첫 대표팀 승리를 거뒀던 중국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이상 한국 축구를 무서워하지 않게 됐다. 호주 아시안컵 당시 중국이 한국과 맞붙었으면 좋겠다고 서슴없이 말한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성공을 거두고 있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독주를 막기 위한 중국 팀들의 견제도 중국 슈퍼리그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는 원동력이다.

박종우와 장현수를 보유하고 있는 광저우 푸리는 나이지리아 대표팀의 젊은 공격수 아론 사무엘을 데려와 공격력을 한층 강화했다. 지난해까지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이끌었던 광저우 푸리는 올해 코스민 콘트라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콘트라 감독은 헤타페를 맡은 경험이 있다.

베이징 궈안은 서울의 주역이었던 하대성과 함께 스웨덴 대표팀 경력이 있는 스트라이커 에르톤 페이줄라후를 데려와 공격력을 강화했다. 베이징은 지난해부터 바야돌리드, 라싱 산탄데르, 라요 바예카노, 마요르카, 아틀레티카 모드리드, 말라가, 세비야 등을 이끌었던 스페인 출신 흐레호리오 만자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산동 역시 산투스에서 뛴 경험이 있는 미드필더 월터 몬티요를 데려와 공격력을 강화했다. 어느 팀도 허투루 볼 수 있는 팀이 없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상하이 상강도 무시할 수 있는 팀이다. 지난해까지 광저우 푸리를 이끌었던 에릭손 감독을 데려온 상하이 상강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주역이었던 콘카와 함께 광저우 푸리 미드필더로 뛰었던 다비를 영입했다. 스웨덴 대표팀 경력이 있고 선덜랜드, 예테보리 등에서 활약했던 스웨덴 출신 글렌 토비아스 하이센도 지난해부터 상하이 상강에서 뛰고 있고 이번에는 서울의 수비수였던 김주영까지 데려와 수비를 강화했다.

허난 전예를 이끈 경험이 있는 김학범 성남 감독은 "이제 K리그 팀들이 중국 클럽을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중국 리그가 승부 조작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때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며 "중국 선수들이 더이상 한국 클럽을 두려워하지 않는 심리적인 면까지 작용하기 때문에 중국 클럽과 경기는 모두 백중세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 폭발적인 인기 등에 업은 동남아 축구의 대약진

아시아 축구에서 동남아시아는 그동안 언더독 정도로 여겨져왔다. 물론 1960년대와 1970년대만 하더라도 동남아 축구는 아시아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경제력 발전으로 급격하게 전력이 강해진 한국과 일본에 밀려 약체가 됐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 큰 차를 보이지 않았던 한국 축구도 1980년대부터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도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장족의 발전을 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발전은 눈여겨볼만하다.

동남아 축구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2007년 아시안컵이었다. 동남아 4개국에서 벌어졌던 2007년 아시안컵을 통해 더욱 인기가 뜨거워졌고 리그 역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경제력이 풍부한 구단까지 많아지면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기 시작했다.

▲ 성남FC 선수들이 24일 태국 부리람에서 열린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2로 진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곽희대 AI스포츠 대표는 "아시안컵을 계기로 동남아 클럽들이 한국, 일본은 물론이고 외국 선수들의 영입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클럽의 수준도 함께 올라갔다"며 "한국의 경우 초창기에는 내셔널리그 선수나 K리그에서 후보로 밀린 선수들을 대상으로 연봉 1억원에 가까운 대우로 영입했다. 시일이 지나고 리그가 발전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적응도 만만치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발전하면서 인도네시아는 한 차례 홍역을 겪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 기존 슈퍼리그와 함께 프리미어리그라는 새로운 리그가 출범한 것. 국제축구연맹(FIFA)은 한 국가에 2개의 1부 리그를 만들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서로 선수를 빼가고 선수 등록을 막는 등 알력 다툼이 있었지만 2013년 프리미어리그가 슈퍼리그로 통합되면서 봉합이 됐다.

브라질 유스팀 등에서 뛰다가 인도네시아 리그를 경험하기도 했던 권준은 "인도네시아 축구의 열기는 정말 뜨겁다. 선수들에 대한 대우도 좋다"고 말했다.

또 인도네시아 재벌 에릭 토히르가 지난해 인터 밀란의 최대 주주가 될 정도로 인도네시아의 축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디보다도 뜨겁다.

동남아 축구의 강호인 태국은 인도네시아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 대세다. 이 가운데 부리람 유나이티드는 중국의 광저우 에버그란데처럼 태국 리그를 선도하고 있다.

▲ 부리람 유나이티드 서포터들이 지난 24일 태국 부리람에서 열린 성남FC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태국 프리미어리그의 최강팀인 부리람 유나이티드는 3만2600석 규모의 아이모바일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쓴다. 경기가 벌어질 때면 이 좌석이 거의 들어찬다. 또 방콕을 연고지로 하는 아미 유나이티드와 마콘 랏차시마 역시 2만석 규모의 경기장이며 무앙통이나 치앙라이 유나이티드, 수판부리도 1만5000석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태국 프리미어리그 역시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태국 프리미어리그 규정에는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아시아 쿼터를 포함해 4명의 외국인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다.

이 가운데 손대호(벡테로), 고슬기(불람), 조태근, 박정수(이상 차이나트), 조병국(촌부리), 김동진(무앙통), 이호(포트), 이승희(수판부리), 공영선, 이준기(이상 TOT) 등이 뛰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멤버로 '황금 날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동진까지 태국에서 뛰고 있다는 점은 태국 프리미어리그의 수준이나 대우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포항과 울산 현대를 거쳐 부리람으로 들어온 고슬기나 수원 삼성, 전남, 성남, 인천에서 뛰었고 대표팀 경력도 있는 손대호 역시 태국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곽희대 대표는 "적어도 클럽 축구에서는 동남아도 더이상 '동네북'이 아니다. 만만치 않은 전력으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당당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클럽의 자신감은 대표팀의 자신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표팀 경기에서도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한국, 일본과 만만치 않게 경기할 날은 머지 않았다"고 경계했다.

▲ 성남FC 김태윤이 24일 태국 부리람에서 열린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