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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호랑이 킬러본능 깨운 '윤정환표 철퇴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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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호랑이 킬러본능 깨운 '윤정환표 철퇴축구'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15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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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포항과 동해안더비서 4-2 승리…전북 제치고 단독 선두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윤정환의 ‘철퇴축구’가 황선홍의 ‘개항 축구’를 무너뜨렸다. 2015년 첫 ‘동해안 더비’의 승자는 울산 현대였다.

울산은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제파로프와 마쓰다, 양동현, 김신욱이 골 퍼레이드를 펼치며 손준호, 티아고가 만회골을 넣은 포항에 4-2 쾌승을 거뒀다.

개막 2연승을 달린 울산은 전북 현대(승점 6)에 골득실에서 앞서 선두로 뛰어올랐다. 포항은 1승1패 승점 3을 기록, 6위에 머물렀다.

최근 몇 년 사이 K리그에는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만큼 불꽃 튀는 더비가 생겼다. 바로 포항과 울산의 ‘동해안 더비’다.

동해안을 끼고 위아래로 위치한 포항과 울산은 2013시즌의 우승팀을 결정하는 마지막 경기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했고, 2011년 이후 최근 5년간 무승부가 두 차례에 그쳤을 정도로(포항 6승, 울산 7승) 화끈한 대결을 펼쳤다.

포항은 울산전 3경기 연속 무패행진(2승1무)을 달리고 있었고, 울산도 포항 원정 최근 4경기(2승2무)에서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양 팀은 올 시즌을 앞두고 변화를 단행했다. 긴축경영으로 국내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리는 '쇄국축구'를 할 수밖에 없었던 포항은 외국인 선수 삼총사를 영입해 '개항'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6명의 주전 선수가 바뀌었지만 포항은 여전히 위력적인 '스틸타카'를 보였다.

40대 기수론의 새 주자 윤정환 감독은 울산 지휘봉을 잡자마자 예전보다 한층 강화된 '철퇴축구'를 구사했다. 1라운드 홈경기에서 FC서울을 2-0으로 완파, 동해안 더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 울산 제파로프(오른쪽)가 15일 포항과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 '철퇴축구 시즌2' 시작 알린 '꾀돌이' 윤정환

뚜껑을 열어보니 이만한 혈전이 또 없었다. 양 팀 골키퍼와 수비가 실수를 연발했지만, 골 소나기가 쏟아졌으니 팬들로서는 열광했다.

스틸야드에는 1만9227명의 관중이 입장, 만원사례를 이뤘다. 2012년 K리그 실 관중 집계 이후 경기장 만석은 2012년 수원과 2013년 창원 이후 세 번째 기록이다.

지난 시즌 위력을 감췄던 울산의 철퇴축구는 올시즌 부활했고 두번째 2골차 승리로 유감없이 그 위세를 증명했다. 울산은 전반 초반 포항의 공세에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선제골을 넣으며 주도권을 잡았다. 주인공은 제파로프. 포항의 역습에 후방으로 밀려나있다가 순식간에 상대 진영으로 뛰어들었다. 전반 46분 정동호의 크로스를 받아 왼발 발리슛으로 포항 골망을 흔들었다.

윤정환 감독은 전반이 끝난 뒤 “원정경기라 선수들이 긴장했는데, 경기 내용에 비해서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울산은 후반 2분 포항 손준호에게 동점골을 헌납하며 다시 분위기를 뺏겼다. 고무열-심동운-손준호로 이어지는 역습에 허무하게 골을 내줬다.

이대로 물러날 울산이 아니었다. 후반 중반 연속골을 터뜨리며 다시금 리드를 잡았다. 17분 마스다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김태수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문 왼쪽에 꽂혔다. 4분 뒤에는 포항의 어이없는 실책에 웃었다. 수비진에서 골키퍼 신화용에게 돌렸던 백패스가 느리게 굴러갔고, 이를 양동현이 빼앗아 골로 연결했다.

32분 티아고에게 만회골을 내준 이후에는 다시 수문장 신화용의 실책에 편승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33분 김신욱의 중거리슛을 신화용이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상대의 허점을 노린 뒤 한 방을 날리는 '윤정환표 철퇴축구'는 전북의 ‘닥공축구’와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반면 포항은 불안요소인 수비에 발목 잡히며 패하고 말았다.

▲ 울산 양동현(오른쪽)이 15일 포항과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 후반 김신욱 투입, 악수 아닌 '신의 한 수'

이날 승부의 향방을 가른 것은 김신욱의 투입이었다. 1-1 상황이던 후반 11분 김태환을 빼고 김신욱을 투입한 울산은 양동현-김신욱의 투톱 체제를 가동했다. 이들이 어떤 공격으로 분위기를 가져올지 시선이 집중됐다.

활동 반경이 넓고 제공권이 뛰어난 투톱은 포항 중앙 수비에 부담을 주기에 충분했다. 후반 17분 마스다의 추가골에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활약이 있었다. 양동현과 김신욱은 상대 수비수, 미드필더의 시선을 자신들에게 집중시키면서 마스다가 슛을 때릴 공간을 만들어줬다.

상대의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지만 이들은 나란히 한 골씩을 넣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팀이 전북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에두-이동국 투톱이 전북 닥공축구의 중심이라면, 울산에는 부상을 털고 돌아온 김신욱과 양동현이 철퇴축구의 최전방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팀 부진에 고개 숙였던 이들은 윤정환 감독의 전술에 그대로 녹아들며 훨훨 날았다.

▲ 울산 김신욱이 15일 포항과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팀의 네 번째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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