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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정음, "욕심버린 '킬미힐미', 스스로 치유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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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정음, "욕심버린 '킬미힐미', 스스로 치유된 시간"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16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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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2013년 드라마 '비밀'에서 보여준 연기력으로 '황정음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들은 배우 황정음(30). 이어 지난해 '끝없는 사랑', 그리고 지난 12일 종영한 '킬미, 힐미' 출연까지 그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 '끝없는 사랑'의 경우 그간 출연작이 받았던 호평에 비해 낮은 시청률로 조기종영하는 등 주춤했다. 이후 그는 곧바로 '킬미, 힐미'의 촬영을 시작했다. 휴식 없이 출연한 보람이 있을 법하게도, '킬미힐미'는 '시청자를 치유한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다. 출연 배우 황정음 또한 "스스로 힐링했던 시간"이라는 종영 소감을 남겼다.

[스포츠Q 오소영 기자] '킬미,힐미'는 해리성 인격장애를 앓는 차도현(지성 분)이 자신의 인격을 통합해 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그의 옆에는 비밀 주치의 오리진(황정음 분)이 있었다. '킬미,힐미'는 여러 인격을 연기하는 만큼 지성에 집중된 시선이 많았으나, 차도현 역시 오리진 덕에 빛날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 '킬미힐미' 황정음 [사진=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 "나는 작품 운 좋은 배우" "스스로 힐링했던 시간"

황정음은 "작품 운이 정말 좋은 것 같다. 내게 의미깊은 작품이었다"며 제작진에 고마움부터 표했다. 또한 상대 배우 지성의 연기력을 거듭 칭찬했다.

"연기하면서 이 정도로 제가 매회 방송을 기다린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그 짧은 시간에 해 내기는 연출을 보면서 이런 천재 감독님(김진만 PD)과 작업할 수 있다는 것에 복이 많다고 느꼈어요. 진수완 작가님의 필력에는 감동했고, 연기하면서 스스로 힐링을 많이 했어요. 지금껏 제가 살아온 날들을 쭉 돌아보는 계기가 됐거든요."

'킬미.힐미' 속 차도현과 오리진은 왜 도현이 다중인격을 갖게 됐는지 과거를 거슬러올라가, 잊고 살던 기억을 끄집어내게 된다. 도현은 학대당하던 어린시절의 리진의 모습을 보며 충격받았던 기억을 잊고 싶어 제 고통을 덜어줄 인격을 하나 둘 만들어냈고, 그 인격들은 리진을 만나 하나로 통합됐다. 황정음은 "내 과거를 떠올려보면서 나는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란 걸 느끼고 더 감사하게 사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황정음은 자신의 대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으로 7회에서 건물 옥상에 올라 자살을 시도하려 했던 안요섭(차도현의 인격 중 하나)에게 했던 대사를 꼽았다. ("돌연변이가 아니야!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누구나 마음속에 여러 사람이 살아! 죽고 싶은 나와 살고 싶은 내가 있어! 포기하고 싶은 나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내가 매일매일 싸우면서 살아간다고!")

"제 직업이 너무 행복하지만 고통스러운 두 가지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이 대사에 공감이 많이 가더라고요."

요섭의 자살을 말리기 위해 오리진은 그와 제법 격하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드라마 여주인공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 '킬미,힐미'의 지성과 황정음. [사진=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 "작품 성공은 욕심으로 되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지성의 작품인 것 알았다"

'킬미.힐미'에서 황정음은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다. 2009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보여줬던 코믹함과, 드라마 '비밀'에서의 눈물 등 이 드라마에서 그는 코믹, 로맨스,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연기했다. 이렇듯 '대놓고' 웃기기는 '하이킥' 이후 오랜만이다.

"감독님이 '컷' 소리가 안 난다고 연기 멈추는 걸 싫어하셔서 NG가 나도 어떻게든 연기를 계속했다." 이렇게 나온 '생' 느낌의 장면들은 본 방송에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리진이 폭탄을 만들러가려는 페리 박을 말리며 온몸 던져 춤추는 막춤 역시 애드리브로 살렸다.

"그간 코미디 드라마를 안 했던 이유는 '하이킥' 이상으로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때 나이에 할 수 있는 상큼함도 있었고, 내 인생에서 그만큼의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때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이킥' 이후로는 연기에 욕심을 부려야겠다는 생각에 '비밀'을 찍었고, 이후 더 정점을 찍고 싶어 '끝없는 사랑'까지 쉬지 않고 출연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끝없는 사랑'은 그간 그의 출연작에 비해 잘 되지 않았고, 황정음은 깨달음을 얻었다.

"작품은 내가 욕심부려서 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감독, 작가, 카메라, 조명, 배우들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잘 맞아야 한다는 걸요. 그래서 드라마 작업이 힘든 것 같아요. 저는 드라마 작업 말고 다른 일을 하라고 하면 너무 행복해요. 너무 쉽거든요.(웃음) 드라마를 찍을 때 너무 힘들어서, 누워서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그랬어요."

'킬미힐미'는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것과 다른 영역의 것들을 합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했다. 그 결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두텁게 생겼고, 다시금 '황정음의 힘'이라는 말과 함께 칭찬들을 들었다. 분량상 비교적 비중이 적었던 것에 속상할 만도 했었겠다는 말에는 손사래를 쳤다.

"정말 신기한 게, 욕심을 버리니 결과가 더 좋게 나오는 것 같아요. 어차피 처음부터 도현 오빠의 작품이란 걸 알고 있었는걸요. 욕심부리면 장면이 망가질 것 같아 편하게 했어요. 저는 제 역할인 주인공 옆에서 치료하고 그를 돕는 그 정도는 한 것 같아요. 많이 노력했는데도 부족했지만요."

분량상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은 '킬미,힐미' 제작발표회에서 남겼던 말과 연결되기도 한다. 그는 당시 "내가 (극중) 할 사이즈가 있는데 여기서 욕심 부리면 드라마가 망가진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들 알고는 있는 내용이나 이는 보통의 배우라면 쉽게 하지 못했을 말이다. 워낙 솔직한 성미의 황정음이야 할 수 있을 말일 터다. 그는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는 게 많아요. '비밀'처럼 칭찬을 들으며 배운 것과, 혹은 힘들었던 작품을 했을 때 배우는 게 있는데, 힘들었을 때 배우는 게 정말 큰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다들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그 둘, 혹은 셋이 공동 1등을 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양보할 땐 양보해야죠. 장면의 의도가 있는데 그 의도 대로 안 가고 누군가가 욕심으로 다르게 해버리면 신의 의도가 달라져 버려요. 날 위해서 한 거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게 안 좋게 된 거예요. 그래서 사이즈에 대한 욕심도 없었고, 욕심 부려서 될 문제도 아니었어요."

▲ '킬미,힐미' 황정음 [사진=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 내 인생의 슬럼프는 '슈가' '골든타임', "앞으로 더 고생해야죠"

황정음은 지금까지의 슬럼프를 묻는 질문에 두 번을 꼽았다. 그룹 '슈가' 활동과 드라마 '골든 타임'이다.

"제 인생의 실수였죠.(웃음)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지금의 황정음이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슈가와 골든타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고생은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고생해 봐야 성장하고 큰 사람이 되니까. 그런데 고생이라고 하면 슈가 멤버들에게 좀 미안해요. 근데 그 친구들도 같이 너무 힘들었으니까 이해하더라고요. 저희 사이 좋아요.(웃음)"

'지난 두 번의 슬럼프 때의 황정음을 만나면 무슨 얘기 해 주고 싶냐'는 말에 황정음은 웃기부터 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하하. 순간순간에 충실하고 행복하고 즐겨야 하니까요. 사람을 미워하거나 했던 것들도 '킬미,힐미'를 하면서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앞으로는 작품을 끝내면서 곧바로 차기작을 생각하고 그런 것보다, 지금 만족스럽지 않아도 즐기고 감사하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상대 배우 지성은 다중인격을 탁월하게 소화해 날마다 그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슬럼프를 벗어나 계속해 도약 중인 황정음에게서도 다중 인격 연기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5년 뒤쯤 다중인격 연기를 도전해 보고 싶어요. 감독님께 '저 나중에 시즌2로 할래요'라는 말도 했었어요.(웃음)"

[취재후기] 황정음은 워낙 솔직한 배우다. 분량을 묻는 질문에 "지성 오빠의 작품이었다" 하다가도, "이 드라마가 중국에 진출할 것을 알고서 내가 얻을 건 그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웃는 것에는 따라 웃을 수밖에 없다. 악의없는 솔직함과 톡톡 튀는 사랑스러움은 그를 다른 여배우와는 다른 차별성을 부여한다.

같은 시간대 비슷한 소재로 맞붙은 '하이드 지킬, 나'를 언급한 질문에는 "저는 아직도 어린지 시청률을 보면서 '이겼다!'고 좋아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물론 "사실 시청률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고 같은 연기자 입장이다보니 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사려깊은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서른줄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배우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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