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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시미녀 정애연의 반전 '푼수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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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시미녀 정애연의 반전 '푼수연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3.1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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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시크한 도시미인 정애연(33)이 허당기 가득한 캐릭터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조용히 파고들고 있다.

SBS 일일극 ‘달려라 장미’에선 낮에는 매장에서, 밤에는 호프집에서 일하는 순수 발랄한 이혼녀 고아라로 푼수기 넘치는 코미디 연기를 쓸어담고 있다. 욕 배틀 오디션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헬머니’(3월5일 개봉)에선 교도소 출소 후 두 아들을 위해 여생을 바치기로 한 김수미의 둘째 며느리 소영으로 등장, 애교와 낙천의 아이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는 10일 현재 화제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 이어 전체 박스오피스 2위에 당당히 올라 있다.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상큼한 레몬색 블라우스 차림의 그와 잘 내린 차를 앞에 두고 마주했다.

 

◆ 드라마 ‘달려라 장미’, 영화 ‘헬머니’서 맛깔난 코믹연기 시도

“도시적이고 세련된 캐릭터를 주로 해와서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비중이 작더라도 색다른 도전이 가능할 것 같아 끌렸죠. ‘헬머니’에선 남편 역이 김정태 선배라 가벼운 백치미 캐릭터로 잡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선배님이 워낙 순발력이 좋아서 즐겁게 변신할 수 있었죠.”

김정태가 애드리브가 뛰어난 배우라 일부러 사전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반응만 잘 해도 자신의 캐릭터가 잘 나올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특히 소영은 자신과 비슷한 면이 많아 금방 빠져들 수 있었다.

“밝은 성격인 점이나 시어머니를 항상 든든하게 지원해주면서 살갑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비슷해요. 제가 시어머니(여배우 김보애)에게 그러거든요. 가리는 법 없이 할 말 다 해요(웃음). 워낙 나이차가 많은 데다 어머니가 혼자 계셔서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다가 있는 그대로, 밝은 성격을 보여드리면 되지 않을까 했어요. 그랬더니 고부관계가 모녀관계처럼 변하더라고요.”

정애연을 잘 아는 지인들은 ‘헬머니’를 본 뒤 “너답게 나왔네”라며 반겼고, 팬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 아쉽긴 하지만 그냥 훅 지나가는 코미디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답답함을 풀어내는 작품이란 점이 뿌듯해요. 특히 핵가족 시대를 사는 관객들이 어머니와 가족에 대해 되돌아보고, 따뜻한 감성을 가져갔으면 하고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슬프고 감동적이더라고요. 시사회 때 배우들끼리 ‘우리 영화가 이런 작품이었어?’라고 소곤거렸어요.”

 

독특한 소재, 내로라하는 연기자와 개그맨이 총출동한 영화다보니 촬영현장에서 만끽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특히 욕배틀 예선전 촬영 당시 개그우먼 정명옥의 맛깔난 욕설은 충격 그 자체였다. ‘SNL 코리아’ 때도 인상적이었으나 현장에서의 화려한 욕설 구사가 압도적이었다. 젊은 감성이 있어야만 가능한 김수미의 속사포 랩 배틀은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 촉망받던 무용학도에서 모델, 배우로 연속 '터닝'

맞벌이 부모 슬하에서 자신의 일을 스스로 척척 처리하며 성장한 정애연은 중고등학교 시절 발레와 현대무용을 배웠다. 대전대 무용과(현대무용)에 장학생으로 입학, 무용수를 꿈꿨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뒤 서울의 이모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가게에 들른 광고대행사 직원의 권유로 모델 일을 하게 됐다.

“사진작업이 무용과 비슷하더라고요. 대사 없이 신체동작과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 저와 잘 맞았어요. 그렇게 화보와 CF 촬영을 하다가 단막극에 출연하게 됐고, 2004년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하게 됐죠. 러시아 배우들은 기본으로 무용을 배우다고 하잖아요. 포즈와 라인, 신체를 자유자재로 쓰는 법을 어린 시절부터 배워서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됐고, 앞으로 액션 등 움직임과 관련한 연기를 한다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05년 첫 주연작인 드라마 ‘맨발의 청춘’이 조기 종영되며 연기력 논란, 여배우로선 특이한 허스키 보이스 비판까지 불거졌다. 타깃이 된 셈이다. 바닥까지 추락하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연극무대에도 서며 스스로를 배우로서 다져나갔다.

 

“당시엔 좌절감과 상처가 극심했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걸 깨달았어요. 배우는 나이 제한이 없는 직업이잖아요. 길게 보고 과정을 어떻게 즐길 지에 몰두했죠. 급하면 마음만 다칠 뿐이고, 내가 회복해야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거니까요. 작품들에 출연하며 스펙트럼을 넓혀나가자, 그 이후에 기회를 나의 색깔을 만들자고 계획을 세웠죠.”

◆ 2009년 2세 배우 김진근과 결혼하며 연기자 패밀리 입성

자신의 스케줄대로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다. 드라마와 영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경계를 넘나들며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다. 2009년엔 2세 배우 김진근과 결혼하며 화제를 뿌렸다. 원로배우 김진규- 김보애 부부, 1980~90년대를 풍미한 섹슈얼한 여배우 고 김진아의 배우가문에 며느리로 입성한 셈이다.

2012년 화제의 두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JTBC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현모양처 혜진, 김조광수 감독의 독립영화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에서의 독립적인 레즈비언 서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창 활동할 나이에 결혼을 선택해 주변에선 많이 놀라 하셨죠. 개인적으론 상처 받은 마음을 위안 받고 싶었어요. 나의 약한 부분을 남편이 많이 커버해줘서 편안함을 느꼈죠. 배우 입장에선 이 직업이 결혼과 출산, 육아 등 일상의 경험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에 결정했어요. 작은 역할(작품)이든 큰 역할이든 두루 하면서 한발 딛고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앞으론 좀 더 다양하게 활동했으면 해요. 그러면서 연기적으로 저를 더 알아가고 싶어요.”

 

더욱 다양한 맛을 느끼길 원한다. 연기라는 게 알면 알수록 어렵지만 깊게 다가가고 싶은 소망이 그득하다.

“배우도 악기와 비슷해서 자꾸 써봐야 좋은 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나쁜 소리가 나오는 지를 파악할 수 있어요. 많이 연기해봐야 장단점을 파악하는 게 가능하고, 작품하며 만났던 배우들에게 코칭도 받게 되고요. 육아(그는 다섯 살배기 아이 엄마다)를 병행해야 해서 시간 제약이 있긴 하지만 연기를 통해 나를 찾아가는 게 재밌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면 망설임 없이 뛰어들고 싶어요. 후후.”

[취재후기] 과거 작품 속 정애연의 잔상이 강했던 이유는 특별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허스키한데 촉촉한, 딕션 좋은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현명하게 비판을 수용하며 자신만의 무기로 가다듬었다. 말말이 여유 넘쳤다. 카피로 뽑고 싶은 멘트는 “겸손함과 욕심이 공존해야 성장하고, 좋은 배우로 남는다”이다. 삶의 씁쓸함도 알아야 표현이 풍부해진다는 그의 다음 연기가 기다려진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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