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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극과 극' 달리는 승격팀, 광주와 대전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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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극과 극' 달리는 승격팀, 광주와 대전의 차이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23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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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난 시즌 기적 일궈냈던 멤버 지키며 전력 유지…대전은 선수단 개편으로 조직력 미흡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 팀은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의 절대 강자였고 또 한 팀은 4위로 턱걸이한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가까스로 승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두 팀의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성적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전자는 추락하고 있고 후자는 상승 기류를 탔다.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며 승격에 성공한 광주FC는 22일 끝난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라운드까지 2승 1무로 선두권에 자리하고 있는 반면 대전 시티즌은 3연패로 최하위까지 미끄러졌다.

두 팀의 경기력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광주는 지고 있는 순간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까지 보여주며 인천과 개막전에서 2-2 무승부를 일궈내는 등 3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지만 대전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한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광주는 대전과 2라운드 맞대결에서 2-0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물론 이제 3라운드를 치렀기 때문에 앞날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갑자기 광주가 슬럼프를 겪으며 성적이 뚝 떨어질 수도 있고 대전도 갑자기 공격력이 살아나며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3경기 성적만을 놓고 봤을 때 대전환이 일어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광주 김호남(가운데)이 지난 21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부산과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광주FC 제공]

◆ 광주에 그대로 남은 의리의 선수들 '어게인 2014'

광주의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돌풍의 요인을 찾는다면 '어게인 2014'다. 지난 시즌 극적으로 승격에 성공한 상승세가 그대로 올 시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멤버들이 그대로 남았기 때문이다.

인천과 대전을 상대로 1승 1무를 거뒀을 때는 대진운의 영향으로 느껴졌다. 올 시즌 예상에서 인천, 대전, 성남, 광주는 4약으로 분류돼 다음 시즌 강등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찻잔 속의 태풍'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부산과 원정경기까지 3-2로 이기자 광주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3경기 연속 2골 이상을 넣으며 7골로 팀 최다득점 1위를 기록 중이다. 광주는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지 않는다. 상당히 공격적인 색깔을 보여줌으로써 상대팀을 쩔쩔 매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광주의 승격을 함께 이끌었던 멤버들이 계속 남아 있다는 것은 가장 큰 강점이다. 지난 시즌까지 감독대행이었던 남기일 감독이 2년 넘게 지금의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면서 팀을 키워왔기 때문에 조직력에 있어서는 다른 팀 못지 않다.

또 김호남이나 임선영 등 광주에서 오랫동안 뛰었던 선수들의 기량도 물이 올랐다. 김호남이나 임선영은 일찌감치 다른 K리그 클래식 팀들의 영입 대상으로 꼽혔지만 이들은 '의리'를 생각해 그대로 광주에 남았다.

▲ 광주 남기일 감독이 지난 21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부산과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광주FC 제공]

여기에 베테랑 이종민도 광주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종민은 인천전에서 1골을 기록하고 대전전에서 1도움을 올리더니 부산전에서는 1골 1도움으로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남기일 감독은 "무엇보다도 광주에서 계속 뛰었던 선수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조직력이 강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간절함으로 가득했던 선수들이 올 시즌 역시 K리그 클래식에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절실함으로 경기에 임한다. 그것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인 것 같다"고 밝혔다.

남 감독은 미디어데이 행사 당시 "상위 스플릿에 올라가는 것이 첫 목표"라고 밝혔다. 이때만 하더라도 남 감독의 욕심이 너무 큰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부산까지 3-2로 꺾는 약진에서 광주가 결코 만만치 않은 전력을 구축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김학범 성남FC 감독도 "남기일 감독이 정식 감독으로서 첫 시즌인데도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며 "세 시즌째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완벽한 조직력을 보여줌으로써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다른 팀들이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 대전 이현호(가운데)가 지난 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부산과 K리그 클래식 1라운드에서 0-1로 진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대전 시티즌 제공]

◆ 선수단 구성부터 내홍 겪었던 대전,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팀

"지금 대전은 지난 시즌과 전혀 다른 팀이다." "대전의 올 시즌은 지난 시즌과 이어지는 연속성이 없다. K리그 챌린지 정상에 올랐던 대전을 생각하면 안된다."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감독들의 말은 하나로 모아졌다. K리그 챌린지에서 정상에 올랐던 대전을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올 시즌 강원FC의 지휘봉을 잡은 최윤겸 감독은 대전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최 감독은 오래간만에 K리그로 돌아오면서 옛 친정팀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최 감독은 "대전이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전력과 선수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임대 선수가 적지 않았고 재계약에 실패한 부분도 있었다. 선수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학범 성남 감독도 "대전은 광주에 비해 연속성이 없다"며 "대전과 광주 가운데 높은 점수를 준다면 단연 광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 대전 히칼딩요(가운데)가 지난 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부산과 K리그 클래식 1라운드에서 치열한 볼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 시티즌 제공]

'임대 선수의 전설'이었던 임창우가 울산 현대로 돌아간 것을 비롯해 장원석과 김대중 역시 임대 만료로 각각 원 소속팀인 제주와 인천으로 건너갔다. 김은중은 은퇴를 선언하고 벨기에로 지도자 수업을 떠났다.

대구에서 활약했던 안상현과 제주 출신인 이현호, 포항에서 임대로 데려온 이광훈 등을 수혈했지만 기존 선수와 융합이 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득점왕이었던 아드리아노가 아직까지 시즌 마수걸이골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아드리아노는 컨디션이 50% 수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골 감각 뿐 아니라 움직임에서 큰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전방에서 한방을 결정지어줘야 할 아드리아노는 침묵하고 이를 뒷받침해줄 조직력은 사실상 와해됐다. 이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기 때문에 단기간에 대전의 성적 급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전은 A매치 휴식기 열흘 동안 전력을 추스릴 수 있지만 다음달 4일 성남전을 비롯해 울산전(11일), 서울전(15일), 포항전(19일), 수원전(26일)을 잇따라 치른다.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여서 대전이 '지옥'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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