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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낯설어서 더 강렬했던 새내기 서울이랜드 '정오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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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낯설어서 더 강렬했던 새내기 서울이랜드 '정오의 출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29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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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일 접목, 모든 것이 생소하고 처음…운영의 묘 최대한 살리며 성공적인 데뷔전

[잠실=스포츠Q 박상현 기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처음이라는 느낌과 기억은 누구에게나 강렬하다. 서울 이랜드가 그랬다. 100% 만족할 수는 없었지만 그 느낌만은 강렬했다.

서울 이랜드가 20년만에 태어난 K리그 기업형구단으로서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써내려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팀으로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스타트를 끊었다.

서울 이랜드는 29일 서울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벌어진 FC 안양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챌린지 2라운드에서 전반 37분 김재성의 페널티킥 골로 역사적인 창단 축포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후반 4분 안양 김선민의 그림과 같은 왼발 중거리슛에 골문이 열리면서 1-1로 비겼다. 창단 첫 승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첫 승점을 따냈다.

이날은 베일에 싸여있던 서울 이랜드의 모든 것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서울 이랜드의 경기력이나 전술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이미 경기장 내부는 지난 25일 공개됐지만 관중이 직접 들어오는 것도 처음이었다. 선수들 역시 아직 페인트 냄새가 배어있는 라커룸에 처음으로 들어왔고 자신들의 홈경기장에서 첫 경기를 가졌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긴장도 됐고 부담도 됐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면서 서울 이랜드의 성공 가능성을 알렸다. 시작부터 끝까지 처음이었지만 합격점이었다.

▲ [잠실=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선수들과 VIP들이 29일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안양과 K리그 챌린지 경기 직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상 첫 12시 경기, 경기 직전 흔치 않은 기자회견

이날 경기는 K리그 사상 처음으로 낮 12시, 정오에 벌어졌다. 2010년 3월 경남과 대전의 맞대결이 오후 1시에 벌어진 적은 있었지만 이보다 한 시간을 더 앞당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리그를 보면 종종 정오에 하는 경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낮 12시에 프로 경기가 열린다는 것은 선수들의 생체리듬을 생각할 때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마틴 레니 서울 이랜드 감독이나 이우형 안양 감독은 정오 경기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레니 감독은 경기가 열리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스코틀랜드에서도 정오에 하는 경기를 많이 경험해봤다"며 "선수들의 컨디션이 100%일 수는 없겠지만 이는 상대팀인 안양도 마찬가지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우형 감독 역시 "사실 아침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바로 옆에서 야구경기가 오후 2시부터 벌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발상이 좋다고 생각한다. 서울 이랜드의 창단 경기이기 때문에 원정팀으로서 충분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또 경기 직전 기자회견은 K리그 챌린지는 물론이고 K리그 전체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다. K리그 클래식을 취재하면서 경기 직전 라커룸에 들어가 감독과 만나 간담회 형식의 인터뷰를 하긴 하지만 정식 기자회견까지는 하지 않는다.

이우형 감독은 "K리그 챌린지에서 이렇게 기자들이 많이 오는 것을 본 것도 처음이고 경기 직전에 기자회견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 [잠실=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김재성(왼쪽에서 두번째)이 29일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안양과 K리그 챌린지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창단 첫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팬들을 향해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 경기 진행도, 관중석 운영도 처음…허점은 있었지만 합격점

서울 이랜드가 잠실주경기장에서 경기를 갖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다시 말해 시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할 시간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변 관중석 설치도 지난 27일에야 끝났다.

서울 이랜드가 마련한 5200석의 관중석이 다 차진 못했다. 그러나 4342명의 관중이 입장해 85%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첫 경기로서는 흥행에서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정팀에서는 약간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5200석 가운데 원정팀 서포터즈를 위한 좌석은 400석이었다.

사실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의 좌석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경기 규칙에 어긋난다. 연맹의 경기 규칙 2조 7항의 경기장 관중석에서는 K리그 챌린지 공식 경기의 좌석 수는 7000석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홈팀은 원정팀 관중을 우해 경기개최 일주일 전까지 원정팀이 요청한 적정수의 좌석을 협의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이우형 감독은 "원정팬도 팬이기 때문에 원정석을 너무 조그맣게 만들어놓은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원정팬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한 것 같다"며 "원정팬 좌석수를 늘리고 규모를 7000석으로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안양 서포터즈 A.S.U Red의 김준성(31) 대표도 "원정석이 너무 좁고 플래카드나 서포터들의 배너도 설치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기획한 퍼포먼스를 하기에도 부족하다"며 "K리그 챌린지에서는 수용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대한축구협회(FA)컵 등에서 K리그 클래식 팀을 만날 때는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안양 팬들은 원정석이 아닌 다른 좌석에서도 많이 목격됐다. 보통 원정팬들과 홈팬들을 분리하는 축구 경기 특성상 원정팀을 응원하는 관중을 아무런 구분없이 방치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또 스카이 박스에 해당하는 박스 스위트에서 경기를 관전한 팬들에게서도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가운데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관중은 "난간이 너무 낮아 위험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래도 원정팬들의 동선도 완벽하게 분리해 최대한 충돌을 막았고 우려했던 안전사고도 없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잠실=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 안양 서포터들이 29일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서울 이랜드와 K리그 챌린지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이들은 원정석 규모가 너무 작고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 선수들에게 생소한 그라운드, 베일 벗은 전술과 경기력

선수들도 모든 것이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훈련을 통해 갈고 닦았던 서울 이랜드의 전술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열심히 훈련했지만 K리그 챌린지에서 경기력이 얼마나 경쟁력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기 어려웠다.

일단 경기력과 전술도 합격점이었다. 서울 이랜드가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엔 아직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만만찮은 전력을 갖고 있는 안양을 상대로 먼저 골을 넣고 승점 1을 챙긴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레니 감독은 경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아직 우리 팀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인지, 몇 %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며 "경기력이 아직 만족스럽진 않아도 100%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팬들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서울 이랜드는 100%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팀이지, 100%에 올라온 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도 자신들이 100%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고 자평했다. 골키퍼 김영광은 "언제나 첫 경기는 어려운 법이다. 게다가 긴장도 됐고 마음도 무거웠다. 우리가 갖고 있는 60%밖에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며 "처음부터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차츰 나아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드필드 플레이가 K리그 챌린지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안양을 상대로 이 정도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것에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첫 경기여서 그런지 내려서는 모습이 많았다. 레니 감독이 원했던 것은 오히려 정반대로 공격적으로 나가라는 것이었는데 소심하게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라운드도 생소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8m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가변좌석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부산보다도 더 가깝다.

김영광은 "콜 플레이가 되지 않은 것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런 것 같다. 관중석에서 얘기하는 목소리까지 모두 들릴 정도였다. 이런 경기장에서 경기를 해본 경험이 없다"며 "유럽에서도 이정도로 경기장과 관중석이 가까운 경우가 없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잠실=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골키퍼 김영광이 29일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안양과 K리그 챌린지 경기에서 힘차게 골킥을 하고 있다.

◆ 마지막까지 신선한 서울 이랜드, 선수 관리도 다르다

경기가 끝나고 감독들의 기자회견까지 마친 뒤에도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좀처럼 나올 줄 몰랐다. 보통 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 믹스트존을 가면 선수들이 나와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기 마련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10여분이 지나서야 나왔다. 라커룸에서 회복훈련까지 진행했기 때문이다.

서울 이랜드 관계자는 "우리 팀은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 회복 음식을 먹으면서 몸을 푼다"며 "아예 회복훈련까지 경기장에서 하고 간다는 것이 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기존 팀과 다르다. 다른 팀 선수들은 모두 구단 버스로 단체 이동을 하지만 서울 이랜드는 개별 이동이다. 구단 버스로는 클럽하우스에서 합숙하는 일부 선수들이 움직일 뿐 가정이 있거나 출퇴근하는 선수는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한다. 대신 스케줄 관리는 확실하다. 몇 시까지 집합하라는 약속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조원희는 "자율 속에 철저한 규칙이 있는 것이 유럽 스타일이다. 유럽에서는 모두 선수들이 개별 이동을 하고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신 팀이 정해놓은 약속시간은 철저하게 지킨다"며 "또 자신들의 몸 관리도 자신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레니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모두 선수들에게 프로정신을 강조하고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또 하나 생소한 것은 서울 이랜드에 공식 서포터 클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응원 목소리는 오히려 안양 서포터들이 더 컸다. 아직 서울 이랜드는 공식 응원가나 구호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서포터즈와 일반 팬들이 분리된 다른 팀과 달리 서울 이랜드도 기존 팀과 다른 서포터 문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완벽에 가깝게 가려는 노력은 분명히 있었다. 서울 이랜드의 첫 경기는 그렇기에 성공적이었다.

▲ [잠실=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선수들이 29일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안양과 K리그 챌린지 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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