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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2409일만의 복귀' 박주영 효과, 핫하거나 쿨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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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2409일만의 복귀' 박주영 효과, 핫하거나 쿨하거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4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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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분 교체출전, 아직 컨디션·경기력 문제점 드러내며 '슛 0'…공간 만드는 능력은 합격점

[상암=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박주영(30·FC 서울)이 다시 상암벌 잔디를 밟았다. 국가대표로는 여러 차례 밟았겠지만 서울 유니폼을 입고서는 7년 만이었다.

그리고 박주영은 서울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서포터즈 응원석에는 '주영아, 힘들었지? 잘왔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지난달 14일 공식 입단식에 이어 복귀전을 치르는 박주영을 향한 갈채였다.

박주영이 2409일 만에 K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2008년 8월 30일 광주 상무와 경기 이후 7년, 정확하게 6년 8개월 만의 복귀전.

최용수(44) 서울 감독은 2일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국제이적동의서(ITC)만 받으면 선발, 교체에 상관없이 무조건 선수 명단에 넣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주영의 ITC가 2일 늦은 오후에 들어오자 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것은 당연했다. 이미 박주영의 복귀를 테마로 제작한 포스터를 제작했던 서울 구단 프런트들도 ITC 발급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 서울 박주영(오른쪽)이 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후반 44분 에벨톤의 선제 결승골 때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아직 완전치 않은 컨디션, 최용수 감독의 배려

서울은 지금 마음이 급하다. 지난달 8일 울산 현대와 원정 개막전을 시작으로 지난달 14일 전북 현대와 홈 개막전, 지난달 22일 포항과 3라운드 경기까지 모두 졌다.

경기 내용도 좋지 못했다. 3경기에서 뽑아낸 골은 2골로 최용수 감독이 공언했던 '무공해(무조건 공격해)'가 빛을 잃었다. 에스쿠데로를 떠나보내고 몰리나가 일찌감치 전력에 포함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정조국과 김현성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이들은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서울은 지난달 영입을 확정지은 뒤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계속된 훈련을 통해 박주영의 몸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다. 박주영이 꾸준히 개인 훈련을 했다고는 하지만 영입 당시 컨디션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 소속팀인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과 갈등으로 ITC가 일찌감치 발급되지 않은 것이 시간을 벌어줬다. 또 지난달 22일 포항전 이후 A매치 휴식기가 있었던 것도 서울을 한숨 돌리게 했다. 결국 지난 2일 이적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박주영을 비로소 전력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문제는 박주영이 여전히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데 있다. 경기를 오랫동안 치르지 않아 실전 감각도 크게 떨어졌다. 최용수 감독은 박주영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기로 했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 서울 박주영이 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김현성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최 감독은 "박주영의 컨디션이 100%라면 누가 뭐래도 선발 1순위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박주영은 앞으로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컨디션도 문제였지만 박주영이 느끼고 있는 부담도 고민이었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박주영이 자신의 출전이 확정된 뒤 적지 않게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박주영 스스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팬들 앞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최 감독의 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최 감독은 "팀이 3연패에 빠진 상황인데다 경기가 타이트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교체로 돌렸다"며 "전반 경기 추이를 봐가며 후반 15분이나 20분에 넣을지, 아니면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시킬지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최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현성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했다.

◆ 박주영 향한 관심은 '핫', 활약은 아직 '콜드'

박주영이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출전하자 상암벌은 떠나갈 듯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모인 2만2155명의 관중들은 '91번 박주영'의 등장에 환호성을 올렸다. 박주영이 잘 풀리지 않는 공격을 해결해주기를 바랐다. 특히 서울 서포터들은 박주영에게 아낌없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주영의 합류는 서울의 공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박주영은 후반 45분을 소화하면서 단 1개의 슛을 기록하지 못했다. 박주영에게 기대했던 것이 바로 날카로운 슛과 골 결정력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의 활약은 관심만큼 뜨겁지 않았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 서울 박주영(오른쪽)이 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그렇다고 박주영에게 혹평을 가할 정도로 못했다고 볼 수도 없다. 박주영이 슛을 하나도 때리지 못한 것은 그의 몸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서울의 공격 조직력의 문제였다. 제주의 압박 수비에 박주영은 종종 고립됐다. 팀 동료들이 박주영에게 크로스나 침투 패스를 하려고 해도 기회 자체가 봉쇄됐다. 박주영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사이드나 중원까지 내려와 연결 플레이를 시도하기도 했다.

박주영은 이제 첫 경기를 뛰었을 뿐이다. 박주영에 대한 평가나 판단은 아직 이르다. 오히려 소속팀의 정규리그 첫 승을 불렀다는 점에서 '행운의 파랑새'라고도 부를 수 있다.

경기가 득점없이 끝날 것 같았던 후반 44분 에벨톤의 골이 나오는 과정에서 박주영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미드필드 오른쪽 지역에서 몰리나가 프리킥으로 길게 크로스를 올렸다. 페널티지역에서 제주 정다훤과 공중볼 경합을 벌인 게 바로 박주영이었다. 공은 정다훤의 머리를 맞은 뒤 왼쪽 골대를 때렸고 이 때 골마우스 가운데로 흐른 공을 에벨톤이 달려들면서 결정지었다.

박주영이 제주 수비수들에게 밀착 마크를 당하면서 공을 자신의 머리에 맞히지 못했지만 정다훤이 편하게 공을 처리하도록 내버려두지도 않았다. 박주영이 함께 떠주면서 정다훤은 공 처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고 빗맞은 볼은 바로 자책골이 될 뻔했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 서울 박주영(오른쪽)이 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김수범과 공중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 그래도 서울 첫승 부른 파랑새, 봄은 찾아온다

또 박주영에 대한 존재감만큼은 여전했다. 아직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기엔 일렀지만 제주 수비수들이 느끼는 박주영에 대한 부담은 분명했다. 제주의 중앙 수비진인 알렉스와 오반석은 박주영을 집중 견제하다보니 앞선 미드필더인 양준아, 윤빛가람과 거리가 멀어졌다.

이는 오반석, 알렉스, 양준아의 체력 저하를 불러왔다. 제주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후반 44분 에벨톤에게 선제 결승골을 내준 결과로 이어졌다.

최용수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최 감독은 "이제 경기 감각이나 체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100%에 가까운 컨디션이 되려면 서너경기 더 실전을 치러봐야 한다"며 "박주영이 투입된 뒤 공격진의 무게차를 느낄 수 있었다. 박주영이 만들어가는 공간을 2선 공격수들이 잘 활용해줬다. 박주영에게 크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많이 주문하지 않았다.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주영도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플레이 스타일이 팀 동료와 다르다보니 100% 매끄러울 수가 없었다. 동료들의 움직임이나 패스를 조금이라도 빨리 파악한다면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몇 경기만 치르면 되겠다기보다 최대한 빨리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주영은 "(차)두리 형이 오버래핑 뒤 결정적인 크로스를 올려줬을 때 한발짝 더 빨랐더라면 아쉬움이 있다. 한 박자 빠른 타이밍을 잡는 것도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질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내가 처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데뷔전을 치렀던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팬들이 와주셔서 당시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팬들의 환호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일단 박주영의 복귀전은 끝났다. 박주영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선수 등록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호주 원정은 쉬고 오는 12일 인천과 원정경기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오는 15일 대전과 홈경기를 통해 다시 한번 홈팬과 만난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 서울 박주영(왼쪽)이 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1-0 승리를 확정지은 뒤 차두리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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