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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런 손흥민도 발끈, 무관중-무중계 평양원정 실체는?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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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런 손흥민도 발끈, 무관중-무중계 평양원정 실체는?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17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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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 해도 수확이라고 할 정도.”

상대에 대해선 늘 조심스럽고 선수단의 분발을 요구하는 인터뷰를 해온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29년만의 평양 방문이 얼마나 황당하게 진행됐는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남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치렀다. 결과는 0-0으로 아쉬웠지만 좀처럼 좋은 경기력을 보이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17일 귀국한 손흥민은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 해도 수확"이라고 밝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인조잔디 구장이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긴장된 가운데 경기에 나서야 했고 북한 선수들은 지나치게 거칠었다.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손흥민은 “승점 3점을 못 가져온 것이 아쉽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우리가 얻어오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는 이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 해도 수확이라고 할 정도로 경기가 거칠었다. 우리는 아니었는데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은 ‘이게 축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일 만큼 북한의 몸싸움은 거칠었다.

손흥민은 경기 도중 북한 선수와 충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축구를 하다 보면 몸싸움은 당연히 허용되지만 누가 봐도 거칠게 들어오는 상황이 많았다”며 “북한 선수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게 북한의 작전이었을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이 다른 경기보다 많았고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짓말하면 안 되는 입장에서 심한 욕설도 있었다. 어떤 욕설이었는지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며 “직접 부딪혀볼 수 있는 상황이 많이 없었다. 축구에 집중하기보다 안 다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경기장이고 부상 위험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단장을 맡아 평양에 동행한 최영일 KFA 부회장은 “전쟁 같았다”는 말과 함께 “북한 선수들이 팔꿈치와 손을 사용하고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는 무릎으로 치고 들어왔다.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부연했다.

 

경기 도중 북한 선수에게 팔꿈치로 가격당하고 있는 손흥민(오른쪽).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5만 이상의 관중이 들어차 일방적인 응원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북한전은 사상 초유의 무관중, 무중계 경기로 진행됐는데, 경기 시작 전까지 선수단은 물론이고 아시아축구연맹(AFC)와 국제축구연맹(FIFA) 모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경기 상황을 전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경기장 내 랜선이 제대로 비치돼 있지 않았고 이마저도 통신이 원할치 않았다. 호텔에서도 요구를 할 때에만 랜선을 사용할 수 있었고 사용 후엔 다시 회수해갔다.

손흥민은 무관중 경기에 대해 “당황하기보다 이 팀이 ‘우리를 강한 팀이라고 생각하는구나’라고 느꼈다. (북한이) 경기를 졌을 때 상당한 피해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나 싶다). 그것을 신경 쓰기보다 우리 경기에 집중했다. 잠자고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북한은 취재진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이번 경기를 맞았다. 관중도 동원하지 않았다. 여러 발언을 종합해 보면 자국민들에게 보여주기도 민망할 정도의 거친 플레이를 작정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이했던 평양 원정이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 한 북한은 승점 1을 챙기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최 부회장은 “실력으로 혼내줘야 한다. 우리가 기술은 훨씬 낫다고 본다. 아마도 우리 선수들이 잘 할 것이라고 본다”며 내년 6월 홈에서 열릴 북한과 리턴매치를 기약했다. 정정당당히 실력으로 북한과는 다른 품격을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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