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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VVIP 밀실 운영’ 논란 확산, 김낙순 회장 또 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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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VVIP 밀실 운영’ 논란 확산, 김낙순 회장 또 구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11.15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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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한국마사회(KRA)는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지난해 36개 공기업 평균 연봉은 7800만 원, 마사회는 가장 높은 9209만 원이었다. 스포츠산업과 체육계엔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적다. 마사회가 채용공고를 내면 한바탕 취업전쟁이 벌어지는 까닭이다.

한데 스포츠 산업 관련 구직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기업 마사회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말 산업으로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여가선용에 기여한다”는 모토를 거스른 씁쓸한 민낯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VVIP를 위한 공간을 은밀하게 조성하고 거액 베팅을 유도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뉴스채널 YTN은 지난 12일 “마사회 의정부 지사에서 밀실을 따로 만들었다”며 “이는 하루 수천만 원을 베팅할 수 있어 이른바 ‘VVIP 룸’”이라 불렸다“고 보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사회는 ‘도박중독 폐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자체적으로 경마 베팅액을 경주 한 번 당 1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사진=연합뉴스]

YTN은 “보안 장치에 '출입 금지' 표시가 된 방으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드나들었다”며 “취재진이 들어가려 하자 직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막아섰다”고 전했다. VVIP 룸에서 발권 작업을 하던 여직원 둘이 취재진의 문의를 무시하고 급히 빠져나갔고, 곧이어 손님들이 얼굴을 가린 채 도망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의정부지사의 VVIP 룸 운영 기간은 1년이 넘었고 베팅 금액은 최소한 수십억 원으로 추산된다. 마사회 의정부지사 관계자는 “구매 편의를 제공한 죄를 인정한다”며 “정확히 얼마라고 말씀은 못 드린다. 하루에 개인이 하는 게 5000만 원에서 조금 이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지사는 왜 편법을 동원해 일부 특권층을 우대했을까. 지사의 고위 관계자는 “많이 하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셔서 저희가 편의를 봐 드렸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지사에서 밀실을 운영했으나 매출이 너무 떨어졌다. 매출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YTN은 “의정부지사가 지난 분기 매출 1위에 올랐다”고 부연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스포츠Q와 통화에서 “본사 방침은 그렇지 않은데 의정부 지사에서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현재 감사팀이 해당 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결과 발표 후에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VVIP 고객을 위해 은밀한 공간을 마련하고 베팅을 도운 마사회.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사실 마사회를 둘러싼 잡음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김낙순 회장은 지난해 1월 부임할 때 자격 미달 여부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각에선 철학 학사, 정치학 석사, 문화예술학 박사를 지낸 그가 왜 농림식품부 산하 공기업 지휘봉을 잡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의 핵심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낙순 회장은 지난해 9월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사회 전 간부의 빈소를 청바지 차림으로 찾아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고인의 동생은 “청바지를 입고 오셔 다들 놀랐다. 나도 눈을 의심했다”며 “부하 직원 장례식에 어떤 상사가 청바지 차림으로 문상을 하나.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격노했다.

뿐만 아니다. 마사회는 지난 6월 2018 공공기관 경영평가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부문에서 미흡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았다. “신뢰 회복을 위해 밑부터 변화하겠다”며 혁신을 선언하고도 전년 C등급에서 강등되는 바람에 김낙순 회장의 리더십·역량은 타격을 입었다.

설상가상 마사회노동조합은 임원 선임을 두고 최근 낙하산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지난 7일 ‘위기의 마사회, 퇴직 공무원의 자리는 없다’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마사회 상임이사 자리가 농식품부 출신 낙하산 인사의 자리로 정례화 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퇴직간부 임명 강행 압박을 중단하고, 마사회 경영진은 해당 인사 임명 절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마사회의 비전은 ‘공기업으로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사회공헌의 롤 모델’이다. 추진전략은 ‘국민체감형 대표 사회공헌사업 추진’이다. 온갖 부정적 이슈로 바람 잘 날 없는 마사회가 초심으로 새겨야 할 구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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