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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새끼' 이대성, 오리온선 백조로 비상하리라!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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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새끼' 이대성, 오리온선 백조로 비상하리라!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18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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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오해가 있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래 오리들과 생김새가 다른 ‘미운 오리 새끼’의 주인공은 괴롭힘을 당하며 주변의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힘든 시절을 보낸 뒤 자신이 하늘을 날 수 있는 백조였음을 깨닫고 행복함 삶을 산다.

‘개성만점’ 이대성(30·고양 오리온)은 아직 ‘미운 오리 새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좌절했던 동화 속 주인공과 달리 결코 굴하지 않는다. 자신의 개성을 지켜나가면서도 백조가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고양 오리온 이대성이 18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BL 제공]

 

◆ 파란만장 커리어, 순탄한 적 없던 농구인생

이대성의 농구 인생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삼일상고에서 맹활약하던 이대성은 중앙대 진학 후 김선형(서울 SK) 등 선배들에 밀려 많은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고 미국 NCAA 디비전2 브리검영대학교에 편입한 뒤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친 뒤 KB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다.

2013년 2라운드 1순위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이대성은 독특한 이력은 물론이고 일찌감치 미국 농구를 경험한 탓에 팀 플레이에 잘 녹아들 수 있을지 우려가 컸다.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유재학 감독과 리그 대표 가드 양동근의 조력 덕에 차차 기회를 늘려가며 가능성을 키웠지만 부상에 시달렸고 이후 상무에 입대해 군 생활을 마쳤다.

전역 후 팀에 잘 녹아들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기던 이대성은 돌연 미국프로농구(NBA) 하부인 G리그에 도전해 1라운드에서 이리 베이호크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높은 벽에 부딪히고 결국 현대모비스로 유턴했다.

기복이 크긴 했지만 데뷔 이래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이듬해엔 팀의 중심 역할을 잡고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다. “54연승이 목표”, “감독님으로부터 자유이용권을 얻고 싶다” 등 톡톡 튀는 인터뷰도 팬들에게 재미를 줬다.

 

새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고 있는 이대성. [사진=KBL 제공]

 

◆ 에이스의 트레이드, 개인주의에 대한 오명

우여곡절 많은 2019년을 보냈다. 시즌 도중 라건아와 함께 전주 KCC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현대모비스가 리빌딩을 위해 너무 많은 걸 내놨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반면 국가대표 듀오를 등에 업은 KCC는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KCC 이대성은 현대모비스 시절보다 더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웃지 못할 이야기들로 이슈거리가 됐다. 전창진 감독 부임 이후 팀 농구로 상승세를 타던 KCC지만 이대성 합류 후 고전했다. 좀처럼 팀에 적응하지 못했고 2번(슛팅가드) 기용을 원하는 전 감독과 달리 1번(포인트가드)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터뷰 이대성은 단골 질문으로 나왔고 전창진 감독은 “이대성에 대한 이야기는 당분간 받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KCC의 고민거리였다.

예상대로 이대성은 결국 FA 시장에 나왔다. 막판까지 부산 KT의 구애를 받았지만 결국 선택은 오리온이었다. 보수 총액은 5억5000만 원. 국가대표 가드임에도 직전 시즌 KCC에서 부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금액이다. 보상선수 규정에 적용을 받지 않지만 더 많은 러브콜을 받지 못한 것 또한 그만의 개성의 영향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협상 과정도 결코 평탄하진 않았다. 에이전트에 대한 규정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대성은 협상 때 지인에게 조력자 역할을 청했고 결국 협상 테이블에도 함께 앉았다. 

이대성은 18일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이적 공식 기자회견에서 “FA(협상)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모두를 위해 앞으로 KBL에서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소신발언을 했다. 대부분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해도 있었지만 이대성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순간의 선택인데,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이 정도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FA 협상 과정에서도 많은 오해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이대성은 "큰 틀에서는 생각을 바꾸진 않겠다. 그런 게 아니었으면 지금의 이대성도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개성을 살려가면서도 성숙해지겠다고 다짐했다. [사진=KBL 제공]

 

◆ 성숙해진 돌연변이, 오리온에선 백조가 되리라!

강을준(55) 오리온 신임 감독과 케미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강 감독은 과거 “성리(승리)했을 때 영웅이 나타나”, “우린 영웅이 필요없다고 했지” 등의 명언을 남기며 ‘성리학자’로 불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팀 플레이를 강조하며 승리를 위한 농구를 중시하는 그다.

이대성은 화려한 드리블을 바탕으로 많은 공 소유를 하고 직접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는 스타일이다. ‘이기적’이라는 표현엔 억울해할 수 있지만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데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을 거치며 더욱 성숙해졌다. “참 많은 일이 있었던 1년이다. 참 많이 혼란스러웠고 힘들었다. 반성할 부분도, 느낀점도 많았다”며 “앞으로 나아갈 10년 농구인생의 자양분으로 삼을 것이다. 변함없이 노력해야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큰 틀에서는 생각을 바꾸진 않겠다. 그런 게 아니었으면 지금의 이대성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을준 감독과 이룰 케미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전했다. 강 감독이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는 것. “감독님께서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다 밝히긴 어렵지만 ‘남들에게 오해될 만한 행동, 무리한 플레이가 욕심으로 비춰질 때, 스스로도 알고 있는데 매번 지적을 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하시며 ‘믿음을 주시면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며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오해가 있었고 컨트롤이 안 될 때도 있었지만 나도 알고 있다. 그동안 실수나 행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있었다. 감독님께서 많이 알아주셨다”고 말했다.

FA 협상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번을 계기로 더 성숙하고, 인간적으로 더 배워야겠다고 느꼈다. 그러나 핵심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젠 더 현명하게 시간을 써야겠다. 노력이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다.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대성의 이적을 두고 여러 평가가 뒤따르지만 하나 이견이 갈리지 않는 건 오리온이 순식간에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대성의 능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다. 이대성이 또 한 단계 성장하며 오리온에선 백조로 훨훨 날 수 있을까. 개성 넘치는 독보적 캐릭터이기에 더욱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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