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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칼레 기적' 꿈꾸는 화성FC, 이유있는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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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칼레 기적' 꿈꾸는 화성FC, 이유있는 반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13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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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아마추어팀 중 유일하게 FA컵 16강 진출…화성시·시체육회·시축구협회 삼위일체 지원 성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지난 시즌 K3리그 챔피언 화성FC가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아마추어팀으로는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한 가운데 그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시선이 쏠린다.

화성FC는 12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5 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 박성진과 김형필의 연속골 창원시청을 2-1로 꺾었다. 화성FC는 이날 승리로 지난해 포천시민축구단에 이어 두번째로 FA컵 16강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 번 더 이기면 K3리그 팀으로는 최고 성적인 8강을 달성하게 된다.

화성FC은 당당히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꿈꾼다. 2000년 프랑스 4부리그팀 칼레의 FA컵 결승 진출 기적처럼 힘찬 진군을 이어가고 있다.

화성FC는 한국축구 4부리그 격인 K3리그의 다른 팀들과는 뭔가 차이가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축구를 하는 일반적인 K3리그 팀과 달리 화성FC는 탄탄한 지원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비록 팀은 K3리그에 있지만 그 전력만큼은 K3리그가 아니라 차상위 단계의 내셔널리그(실업축구) 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화성FC는 32강전에서도 내셔널리그에서 3위를 달리는 목포시청을 꺾었다.

▲ 화성FC 박성진(왼쪽에서 세번째)이 12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창원시청과 2015 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 선취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시장이 구단주, 사실상 화성시가 운영하는 '화성시청팀'

K3리그 팀들의 상황은 열악한 편이다. 직장에서 따로 근무하면서 축구를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정도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화성FC는 확실히 다르다. 화성시와 화성시체육회, 화성시축구협회가 삼위일체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덕에 K3리그에서는 비교적 넉넉한 재정을 자랑한다.

화성FC는 이미 창단 때부터 장기적으로 K리그 진입을 목표로 했다. 인구 50만이 넘는 화성시를 문화와 체육 중심도시로 키우겠다는 채인석 시장의 구상과 함께 시체육회와 시축구협회까지 화성FC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성시체육회 관계자는 "펜싱과 사격, 육상, 배구, 빙상, 수영 등 화성시와 시체육회가 운영하는 직장운동부가 있다"며 "그러나 아무래도 스포츠의 꽃은 축구이기 때문에 축구를 통해 시민들이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내고자 화성FC를 창단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화성FC의 운영비는 화성시 예산으로 충당되고 있다. 또 시장과 시축구협회장이 각각 구단주와 단장을 맡고 있다. 운영 구조로는 내셔널리그의 강릉시청, 창원시청, 목포시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물론 공식적인 화성시청팀도 아니고 다른 K3리그 팀처럼 자신의 일과 훈련을 병행하긴 하지만 지원 체계만큼은 탄탄하다.

이런 전폭 지원에 힘입어 화성FC는 창단 첫 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두번재 시즌인 지난해에 K3리그를 평정했다. 또 올 시즌 역시 K3리그 B조에서 7경기 6승 1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화성FC를 이끌고 있는 김종부(50) 감독은 "웬만한 K리그 챌린지 팀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 전력"이라고 자신한다. 지난해 FA컵에서는 K리그 챌린지팀인 수원FC와 맞붙어 7골을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3-4로 석패했다.

▲ 김종부 감독이 12일 창원시청과 FA컵 32강전을 벤치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프로에서 밀려난 선수들 많아, 김종부 감독 "K리그 챌린지 팀에도 안뒤져"

김종부 감독이 이처럼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화성FC에는 프로에서 밀려난 선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K리그 진입을 목표로 창단했기에 K리그, 내셔널리그, K3리그 출신 중에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끌어들였다.

올 시즌 K3리그 6경기를 뛰며 8골을 넣은 김형필(28)은 K리그 전남, 부산에서 활약했던 공격수다. 또 수비수 강민(26)은 2009년 체코 프로팀, 2011년 용인시청을 거쳐 2013년 광주에서 뛰기도 했다.

주장 김종수(29) 역시 2009년 경남을 통해 데뷔한 뒤 2013년 대전에서도 활약했다. 미드필더 김진솔(26) 역시 대전에서 두 시즌을 뛰었다. 또 공격수 이재민(28)은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뛰다가 화성FC로 온 케이스다.

화성FC는 해외 친선경기도 다녀오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화성FC는 지난 2월 대한축구협회의 주선으로 캄보디아 대표팀, 대만 올림픽대표팀과 친선경기를 벌였다. 캄보디아에는 5-2로 크게 이겼고 대만과는 1-1로 비기는 등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화성시는 향후 화성FC를 시민구단으로 전환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 K3리그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고 팬들을 끌어모아 화성시민 모두가 호응하는 축구팀이 됐을 때 시민공모를 통해 시민구단으로 탄생시키고 당당하게 K리그에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화성FC는 '무늬만 K3리그 팀'이다. 그 속은 내셔널리그 팀이나 다름없다. 화성FC는 16강전에서도 선전하고, 8강까지 진출해도 놀랍지 않을 전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화성의 기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올해 FA컵을 보는 새로운 관전포인트가 됐다.

▲ 화성FC 김형필(오른쪽)이 12일 창원시청과 FA컵 32강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골뒤풀이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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