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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요리스 인종차별 논란, 아마존이라 더 아쉽다 [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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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요리스 인종차별 논란, 아마존이라 더 아쉽다 [기자의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9.1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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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아마존의 스트리밍서비스 '프라임 비디오'에서 내놓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를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국내에서 큰 관심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다큐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 측은 12일 유튜브 등 공식채널을 통해 토트넘 다큐 에피소드 7~9화 예고편을 공개했다.

문제는 손흥민과 동료 위고 요리스의 논쟁 장면을 담아내면서 손흥민의 발언을 단순 ‘SHOUTING(고함)’이라고 자막처리한 반면 요리스의 프랑스어는 모두 번역해 내놓으면서 발생했다.

이에 대한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14일 공개된 본편에선 손흥민의 발언을 영어 자막처리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씁쓸함을 지울 길이 없다. 

요리스와 오리에의 말은 번역된 반면 손흥민의 말은 번역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사진='All or Nothing' 예고편 캡처]

지난 7월 토트넘이 에버튼을 상대로 벌인 2019~2020 EPL 홈경기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 때 토트넘 주장 요리스는 손흥민에게 달려가 버럭 화를 냈다. 요리스는 라커룸으로 들어가며 손흥민에게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이에 손흥민도 반문하며 언쟁이 시작됐다.

요리스의 말은 물론 두 사람을 말리던 동료 세르지 오리에의 프랑스어 발언 “괜찮아(It’s fine)”도 영어로 번역된 반면 정작 당사자인 손흥민의 격앙된 목소리는 단순 ‘SHOUTING(고함)’으로 처리해 논란을 샀다.

예고편 공개 이후 아마존 트위터 계정 등에는 “손흥민에 대한 존중은 어디 갔나?”, “요리스와 오리에 말에 자막을 달았으면서 손흥민 발언만 고함으로 처리한 건 무례하고 인종차별이다” 등 항의성 글이 이어졌다.

결국 본편에선 손흥민의 말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해? 내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 거야?(What should we do? What do you want me to do?)”라는 자막으로 바뀌었다.

당시 손흥민이 역습을 위해 뛰쳐나간 상황에서 동료의 패스미스로 공이 끊겼고, 중원이 옅어진 상황에서 중거리 슛 실점 위기를 맞았다. 슛은 골문을 빗겨갔지만 요리스가 손흥민에게 다가가 비판을 쏟아냈는데, 유독 손흥민에게 퍼부은 질책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국내에선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이라며 그의 구단 내 입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었다.

공과 멀었던 손흥민에게 유독 화를 낸 것 역시 논란이 됐었는데,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또다시 인종차별성 행태가 벌어졌다. [사진=스포티비(SPOTV) 중계 캡처]

당시 상황만큼이나 이번 아마존의 처사도 상당히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넷플릭스 같은 미국 글로벌 OTT(Over the top,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중 하나다. 앞서 동일 제목의 전작에서 2017~2018시즌 맨체스터 시티, 2019년 코파 아메리카에 출전한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등을 다루는 등 축구 관련 프로그램 제작에 일가견이 있다.

특히 이번 작에선 지난 시즌 구단 최고 선수로 공인받은 손흥민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지난해 12월 번리전 75m 단독 드리블에 이은 원더골, 첼시전 퇴장, 올 2월 아스톤 빌라전에서 당한 팔 부상, 7월 위고 요리스와 벌인 다툼 등이 영상에 담겼다.

사실상 주연인 손흥민은 조세 무리뉴 감독, 델레 알리, 요리스, 루카스 모우라와 함께 지난달 26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All or Nothing' 라이브 Q&A 세션에 참석하기도 했다. 공식 트레일러에도 여러 차례 등장해 지난 시즌 토트넘의 굵직한 사건 중심에 그가 있었음을 실감케 한다.  

과거에는 '서양 사회에서 동양인이 실력으로 응수하는 수밖에 없다’며 감내해야 한다는 반응도 적잖았다면 현재는 인종차별이 전 세계를 관통하는 화두로 떠올랐다. 더구나 손흥민은 토트넘 대표스타이자 이제는 EPL을 주름잡는 스타로 발돋움한지 오래지만 여전히 이런 인종차별적 피해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이 애석하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스페인 일간지 아스에서 라리가 유망주들을 다루며 게재한 3D 캐리커처 역시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성 표현으로 보인다. [사진=아스 캡처]

비단 손흥민뿐 아니라 잉글랜드 대표팀의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티), 대니 로즈(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흑인선수들도 수 차례 축구계 그리고 사회에 만연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에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14일에는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도 분노를 표했다. 현지 표현을 빌리면 마르세유와 리그앙 2라운드에 출전한 그는 상대 수비수 알바로 곤살레스로부터 “입 닥쳐, 더러운 원숭이”라는 발언을 들었고, 격분했다.

최근 이강인(발렌시아)이 소속팀에서 달라진 입지를 자랑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라리가 사무국에서 그를 향한 기대감 역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일간지 아스가 라리가 개막을 다룬 특집에서 내놓은 3D 캐리커처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아스는 올 시즌 라리가를 대표하는 유망주들을 묘사했는데 안수 파티(바르셀로나), 마르틴 외데가르드(레알 마드리드) 등과 달리 유독 이강인과 쿠보 다케후사(비야레알)만 눈이 찢어진 듯 그려졌다. 나머지 인물들은 인종에 상관없이 동그란 눈으로 통일한 반면 아시아인을 향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눈 찢기(Chinky eye) 행위로 볼 수 있다.

아마존에서 토트넘 다큐를 내놓으면서 손흥민의 비중이 상당했다. 제작발표회격 행사에 그를 초청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앞서 숱하게 축구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아마존이다. 전 세계를 관통하는 축구를 주제로 한 상품을 내놓았는데,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 속에 담긴 인종차별성 장치는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EPL은 지난 시즌 말미 미국에서 벌어진 흑인총격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여러 사례를 통해 비쳐보면 유럽 축구계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적 행태는 여전히 만연해있음을 알 수 있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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