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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했던 KCC, 故 정상영 명예회장 지극한 농구사랑 기리며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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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했던 KCC, 故 정상영 명예회장 지극한 농구사랑 기리며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2.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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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선두 굳히기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세상을 떠난 정상영 KCC 명예회장 영전에 승리를 받치겠다는 마음이 컸다. 절박함을 바탕으로 한 집중력과 행운까지 더해졌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전창진 감독이 이끄는 전주 KCC는 지난달 31일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안양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85-83으로 이겼다.

전날 향련 84세로 별세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께 받치는 승리였다. 전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은 승리 후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전창진 전주 KCC 감독(오른쪽)과 코칭스태프들이 지난달 31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을 앞두고 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KCC 선수단은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고 코트에 나왔고 경기 전 KCC와 KGC인삼공사 선수들과 함께 코트에 도열해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이날 경기엔 치어리더의 응원 유도, 응원가도 없이 조용히 진행됐다.

어느 때보다 선수들의 의지는 강했고 경기 종료 1분 전까지 85-79로 앞서갔다. KGC인삼공사가 무섭게 추격했으나 KCC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막판 상대 실책까지 보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정창영이 18점 맹활약했고 라건아도 13점 11리바운드로 제 몫을 했다.

故(고) 정상영 명예회장은 전주 KCC에 각별한 의미였다. 지난해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창단 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주목을 받았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큰 관심과 함께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도 결코 김 대표에 뒤지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은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으로 1958년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를 시작으로 60여 년을 경영일선에 몸담았고 지금의 KCC를 일으킨 주인공이다.

살아 생전 KCC는 물론이고 프로와 아마를 가리지 않는 농구사랑을 보였던 정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기업가, 경영인으로서는 물론이고 농구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높은 관심으로 전주 KCC를 지원사격했다. 2001년 명문구단이었던 현대 걸리버스가 경영난으로 휘청이자 정상영 명예회장이 농구단 인수에 나섰다. 은퇴 선수에겐 본사에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다.

농구사랑이 보통이 아니었다. 현장을 자주 찾았고 TV 중계를 통해 KCC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봤다. 신인과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에도 관심이 높았고 이들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고. 

전창진 감독에겐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전 감독은 농구계에서 오명을 쓰고 야인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손을 내밀어준 것이 바로 KCC였다.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농구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좋지 않았으나 정 명예회장 덕에 코트로 복귀할 수 있었다. 2018년 말 KCC 기술고문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시즌부터 KCC 지휘봉을 잡았고 올 시즌 팀을 단독 선두로 이끌고 있다. 경기 전 “내가 지금 여기에 서 있게끔 도와주신 분”이라며 착잡한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맹활약한 정창영은 경기 후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명예회장님께서 돌아가셨는데 그동안 농구단을 위해 정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고 응원해주셨다”며 “선수들끼리 오늘만큼은 다른 어느 경기보다 한 발 더 뛰고 명예회장님을 위해 멋진 경기를 하자고 다짐했다. 정말 선수들이 끝까지 한 발 더 뛰어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18점을 넣으며 KCC를 승리로 이끈 정창영(왼쪽)은 경기 후 "선수들끼리 오늘만큼은 다른 어느 경기보다 한 발 더 뛰고 명예회장님을 위해 멋진 경기를 하자고 다짐했다"고 경기에 나선 마음가짐을 전했다. [사진=KBL 제공]

 

정 명예회장의 농구사랑은 KCC에만 국한됐던 게 아니었다. 농구 명문 용산고를 졸업한 고인은 모교에 농구체육관을 구축하고 용산고 장학재단도 만들었다. KBL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자 총 5차례나 후원에 나섰고 프로-아마 최강전,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챌린지 등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국가대표팀이 훈련할 곳을 찾지 못하자 KCC 소유 체육관을 내어주기도 했다. 

‘회원사 총재 제도’에 따라 정 명예회장은 울산 현대모비스에 이어 2023년부터 총재직을 맡을 예정이었다. 과거부터 주장해온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제대회 유치에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루지 못한 꿈이 됐다.

KCC는 고인의 생전 철학에 따르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세상을 떠났지만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한 그의 뜻은 KCC와 함께 지속적인 관심과 아낌없는 투자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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