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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제주 '남기일 더비', 악천후에도 축구적 낭만은 있다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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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제주 '남기일 더비', 악천후에도 축구적 낭만은 있다 [SQ현장]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0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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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악천후에도 축구적 낭만은 존재했다. 남기일(47)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전 소속팀 성남FC 홈구장을 방문해 묘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남 감독이 이끄는 제주는 1일 경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과 2021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원정 개막전을 치러 0-0으로 비겼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펼쳐진 이날 경기에서 후반 26분 공격수 진성욱이 퇴장당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잘 버틴 덕에 값진 승점을 안고 돌아갔다.

제주의 1부 복귀전이자 남 감독이 2년 만에 성남 '탄필드'로 돌아온 날이었다. 팬들은 앞서 '남기일 더비', '김남기일 더비'라는 재밌는 별칭까지 붙이며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남기일 감독은 "궂은 날씨여서, 컨디션을 100% 발휘하기 어려웠다. 첫 경기라 많은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골로 연결할 수 있었던 기회들을 놓친 게 아쉽다"면서도 "1명 퇴장 당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귀중한 승점 1을 얻은 경기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남기일 감독이 제주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탄필드'에 돌아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날 승리하진 못했지만 지난 시즌 K리그2(2부)를 제패한 제주가 꽤 단단한 전력으로 K리그1에 도전장을 내밀었음을 알리기는 충분했다. K리그1에서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되는 성남을 맞아 주요 외국인선수 부재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주도하며 여러 결정적인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 투입된 스트라이커 진성욱의 레드카드가 뼈아팠다.

남 감독은 "일년만에 K리그1에 돌아왔다. 선수들이 얼마나 빠르게, 또 어떻게 잘 적응해나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랜만에 탄천에서 경기한 소감도 남겼다.

"경기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기분이 좋았다. 비록 무승부지만 시종일관 좋은 기분으로 있다가 가는 것 같다. (예전에 지도했던) 성남 선수들도 볼 수 있었고, 또 그에 맞서 열심히 뛰는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도 볼 수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즐거웠던 경기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기 앞서 그는 "감회가 새롭다. 좋았던 기억이 많은 곳이다. 이번에는 제주를 이끌고 왔다. 반가운 얼굴이 많아 좋은 경기가 기대된다"며 "국장님을 비롯해, 식당 영양사님까지 만나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 성남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줘 고맙다"고도 했다.

남기일 감독은 2018~2019시즌 성남을 맡아 승격시킨 뒤 잔류를 견인했다. 이후 제주로 떠나면서 김남일 감독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시민구단이라 재정적으로 열악해 확실한 투자를 등에 업지는 못했지만 당시 성남은 남 감독 지도 하에 끈끈한 조직력을 갖춰 좀처럼 패하지 않는 팀으로 통했다.

성남을 이끌었던 남기일 감독은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흐뭇한 마음을 안고 돌아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편 남기일 감독이 현재 지도 중인 제주는 과거 부천SK가 연고를 이전하면서 탄생한 팀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에는 팬심이 복잡하게 얽힌 부천에 방문해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공교롭게 1997년 부천에서 선수로 데뷔했던 그가 부천을 떠나 제주에 둥지를 튼 팀을 이끌고 부천에 원정왔으니 관심이 집중될만 했다.

남 감독은 지난해 부천과 첫 원정경기를 치른 뒤 “선수시절이 즐거웠고, 또 ‘잘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부천에서 쌓은 좋은 추억이 많기 때문이다. 팬들의 열렬한 성원도 있었다. 지금까지 연락하는 팬들도 있을 만큼 아직도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오늘 선수들에게 내가 과거에 가졌던 감정들, 에너지에 대해 알려주고 전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만감이 교차했다”며 “거듭 말하지만 선수시절 너무 좋았다. 추억이 많은 운동장이고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곳이다. 항상 가슴 속에 안고 있는 팀이다. (제주) 감독 입장에서 말하자면 부천도 잘 되고 우리도 잘 되서 함께 경쟁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조심스럽게 '부천 출신 제주 감독'으로서 가진 생각을 전한 바 있다.

올 시즌 남기일 감독은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 시절 부천에서 선수생활을 함께한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 조성환 인천 감독과 맞대결도 앞두고 있다. 그가 축구판에서 또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낼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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