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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컬링 어벤저스, 또 다른 기적을 꿈꾼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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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컬링 어벤저스, 또 다른 기적을 꿈꾼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3.23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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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그동안 남자컬링은 ‘팀 킴(강릉시청)’을 위시한 여자컬링에 비해 많은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나마 익숙했던 건 스킵 김창민이 이끄는 경북체육회. 그러나 태극마크를 단 건 이들이 아닌 이름도 생소한 아마추어 ‘연합군’ 경기컬링연맹이었다.

스킵 정영석과 리드 이준형, 세컨드 김정민, 서드 박세원, 선수 겸 코치 서민국으로 구성된 경기컬링연맹엔 남다른 스토리가 있다.

22일 서울시 중구 서울역 T타워에서 열린 컬링 미디어데이 & 국제대회 출정식. 이 자리엔 김용빈 신임 대한컬링연맹 회장과 ‘팀 민지’ 춘천시청 그리고 다소 생소한 경기컬링연맹이 참석했다.

22일 국제대회 출정식에 나선 남자 컬링 국가대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준형, 김정민, 서민국, 정영석, 박세원. [사진=연합뉴스]

 

경기컬링연맹은 실업팀을 찾지 못한 선수들이 힘을 합쳐 모인 팀이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경북체육회의 2년 연속 우승을 저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아 화제가 됐다.

실업팀 계약을 맺지 못해 힘겨운 시간을 거쳐야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정영석은 “실력에 자신감이 있었고 언젠간 실업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버티며 좋은 성적을 냈더니 국가대표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컬링 명가 의정부 중·고등학교 동창생인 정영석과 박세원이 뜻을 모았다. 중학교 시절 주니어 대표로 국제대회에 나서 우승을 차지했던 둘은 군 전역 후 팀을 구성했다. 김산(서울시청) 등 하나 둘씩 실업팀의 제안을 받고 떠나가기도 했다.

정영석은 “팀원이 한두 명 이탈할 때마다 괜찮은 선수를 찾아다녔다”며 의정부 중·고교 출신이 타깃이 됐다. 이준혁과 서민국, 김정민이 속속 합류해 지금의 팀이 완성됐다. “처음엔 팀원이 한 두명씩 나가며 스킵으로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부러운 생각도 들었는데 그런 마음들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다음달 2∼11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리는 2021 세계남자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오는 25일 출국한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향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6위 안에 들어야만 올림픽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다.

경험 부족이 큰 약점으로 꼽힌다. 박세원은 “(정)영석이와는 중학교 때 이후 두 번째 대표”라면서도 “그 땐 주니어였고 중압감도 있었지만 지금 올림픽에도 나서게 될 수 있는 위치라 더 막중한 책임감 느낀다”고 말했다.

플레잉코치 서민국은 경험 부족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체력 훈련과 데이터 분석까지 하며 대회를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서민국 플레잉코치는 “국가대표 선발된 이후 투어를 다니면서 경험을 쌓았어야 했는데 코로나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만 훈련했다”며 “가장 부족한 건 체력이라고 생각했다. 트레이닝을 따로 받지 못했던 부분인데 국가대표가 된 후 옆에서 트레이너들이 붙어 집중적으로 훈련했고 전력분석관이 있어 데이터 분석도 병행하며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간절했기에 더욱 값진 태극마크였다. 대표팀에 선발된 뒤 눈물까지 흘렸던 정영석은 “그 동영상을 일주일에 한 번은 보는 것 같다”며 “좋은 성적을 내서 우승한다면 절대 울지는 않고 팀원들과 포옹도 하고 세리머니를 할 것 같다”고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그렸다.

첫 번째 목표는 당연히 올림픽 진출권을 따내는 것이다. 서민국 코치는 “올림픽 티켓을 확보해 한국 남자 컬링 최초로 세계선수권 메달까지 따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수들이 워낙 잘해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전했다.

박세원은 “비주류 팀이고 작년부터 동아리 팀처럼 힘들게 노력해왔는데 세계 대회에 나온 것만 해도 영광스럽다”면서도 “남자 컬링이 올림픽 나가기 위해선 최소 6위 이상 해야 하는데 성적 내야겠단 생각밖에는 없다. 6등 안에만 들자 생각할 수 있지만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나타냈다.

이날은 새 수장이 된 김용빈 대한컬링연맹 회장이 한국 컬링의 발전적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대표 출정식 자리를 갖는 것도 처음. 정영석은 “대표팀을 대신해 김용빈 회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국제대회에 나가는 건 처음이다. 가장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꼭 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따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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