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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준비된 '원팀'이 기회를 잡는법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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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준비된 '원팀'이 기회를 잡는법 [SQ포커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30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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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서울 GS칼텍스가 여자배구에서 전무했던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전초전 격 한국배구연맹(KOVO)컵부터 정규리그를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제패했다. 놀랍게도 대회를 치를수록 점점 더 강해졌다. 팀에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는 자원이 많은 만큼 이 최강 전력이 얼마나 유지될 지가 향후 관심사가 될 전망.

물론 시즌 전부터 '어우흥'이란 말을 낳았던 최강 전력의 인천 흥국생명이 자멸한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원팀'으로 똘똘 뭉친 GS칼텍스 스스로 왕좌에 오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주어진 기회를 무조건 살렸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GS칼텍스는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프결정전 3차전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3 25-22 19-25 17-25 15-7)로 이겼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해 챔프전에서 기다린 GS칼텍스가 결승전을 3전 전승으로 장식하며 여자배구 사상 첫 트레블을 작성했다. 2013~2014시즌 이후 7년 만의 챔프전 우승이자 구단 첫 통합우승이다. 

갈수록 적수를 찾기 어려웠던 GS칼텍스는 파이널에선 그야말로 무결에 가까운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차상현 감독과 함께 지난 4시즌 순위를 한 칸씩 위로 끌어올리더니 마침내 정상을 찍었다.

GS칼텍스가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 소소자매와 2년차 러츠, '최강' 삼각편대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 윙 스파이커(레프트)인 이소영과 강소휘를 '소소자매'라 일컫는다. FA 취득을 앞두고 기량이 물오른 소소자매와 V리그 입성 2년차를 맞아 실력이 무르익은 러츠로 조합한 삼각편대는 리그 최강이었다. 6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팀 득점(2795점)을 기록했는데, 삼각편대가 만든 점수가 1650점(59%)이다. 다른 팀 어떤 세 선수를 더해도 이보다 많은 점수를 내진 못했다. 

능력은 검증됐지만 지난 몇 시즌 부상으로 풀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던 이소영이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에는 동료들이 부상으로 연달아 이탈했지만 다치지 않고 중심을 잡아줬다. 리베로급 리시브 능력을 보여준 건 물론 몸을 던지는 디그와 후배들을 독려하는 모습은 그가 왜 '소영선배'로 불리는지 보여줬다. 올 시즌 강력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힌다. 챔프전 MVP도 거머쥐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차상현 감독은 "나이는 어리지만 팀 중심을 잘 잡아줬다. 오늘 부진하다가 5세트 연달아 점수를 낼 때는 '그래도 역시 (이)소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해야 할 때 점수를 잘 내줬다"고 고마워했다.

지난 시즌 베스트7에 들고 KOVO컵 MVP까지 차지한 강소휘는 시즌 초 기복을 보이며 주춤했지만 이내 페이스를 찾았다. 강소휘가 서브할 때 GS칼텍스 공격력은 가장 위력적이었다.

러츠는 팀 주포 노릇을 톡톡히 했다. 디우프처럼 많은 공을 때리지도, 라자레바처럼 화려한 공격스킬을 뽐낸 것도 아니지만 꾸준한 활약을 보장했다. 특히 팀에 완벽히 녹아든 그의 성품과 성실성은 GS 특유의 팀 컬러를 완성시켰다는 평가다.

GS칼텍스는 백업 자원을 고루 활용하는 팀으로 꼽힌다.

◆ 웜업존 활용 극대화, 진정한 '원팀'이란

GS칼텍스 하면 떠오르는 말 중 하나가 '원팀'이다. 선수 시절 '배구 명가' 삼성화재에 몸 담았지만 스타 선수들 사이에서 주역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던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다. 그가 선수 시절 느낀 바가 지도 철학에 잘 묻어난다.

주전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활약을 이끌어냈다. 이번 시즌 주전 줄부상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경기에 뛰지 않는 웜업존 선수들은 열띤 응원전으로 팀 승리를 위해 뛰었다.

'에이유' 유서연은 레프트진이 불안할 때 투입돼 게임을 바꿨다. 안혜진이 처음 풀 시즌 주전을 맡았고, 흔들릴 때면 이원정이 제 몫을 했다. 한수지와 권민지가 이탈하자 김유리, 문명화, 문지윤이 자신이 가진 장점을 보여줬고, GS칼텍스는 연승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김해빈, 이현 등 어린 선수들도 매 경기 조금씩이라도 역할을 부여받았고, 팀은 하나로 똘똘 뭉쳐 있었다.

이날은 4세트 도중 강소휘가 발목을 접질려 코트를 빠져나왔다. 유서연과 박혜민이 어김 없이 공백을 메웠다. 차 감독은 "(유)서연이가 올 시즌 조커로서 팀이 힘들 때마다 잘 풀어줬다. 오늘도 서연이 득점이 없었다면 승리를 내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마워했다.

주장 이소영은 자신 대신 투입된 후배들이 득점할 때 본인 일처럼 기뻐했다. 김유리가 데뷔 이래 처음 방송사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에 응하게 되자 선수단 전원이 인터뷰 장소를 둘러싸고 앉아 함께 눈물 흘리고, 진정으로 기뻐한 장면은 올 시즌 최고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차상현 감독은 한수지에 이어 권민지, 강소휘마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괜찮다. 오히려 다른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선수들이 잘 버텨준다면 팀이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차상현 리더십이 주목 받고 있다.

◆ "팀워크 또 팀워크" 차상현 감독 '수평' 리더십

차상현 감독은 KOVO컵 우승 이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지만, 팀은 시즌을 치르면서 차츰 더 성장했다. 지난 4라운드 흥국생명 '완전체'와 맞대결에서도 3-0 완승을 거뒀다. 결국 흥국생명과 시즌 총 전적 7승 3패 압도적 우위 속에 마쳤다.

차 감독은 모든 여정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시킨 훈련이 나름 빡세다. 그걸 이겨내줬다. 칭찬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떤 순간에 어떤 팀을 만나든 버티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다. 자만할 수 있는 순간이 올 수 있어 칭찬보다 채찍을 드는 편이다. 5시즌째 맡고 있는데, 이제는 선수들이 많이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하고 있다. 잘 버텨주고 견뎌줘 고맙다"고 밝혔다. 

그는 "부임한 뒤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 '성적'과 '변화' 중 후자를 택했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팀 분위기가 기량을 넘어서는 순간이 온다고 믿었다. 팀워크를 깨는 행동을 할 때 심하게 혼을 냈다. 이제는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선수들과 내가 서로 신뢰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조금씩 쌓였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며 "정답인지는 모르나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자신의 철학이 옳았음을 증명한 셈이기도 하다.

챔프전 MVP로 선정된 이소영과 러츠는 차상현 감독 리더십을 높이 샀다.

이소영은 "5위부터 차례로 올라왔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 게 팀워크다. 만드는 데 오래 걸렸지만, 감독님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러츠는 "좋은 감독님이라 지난 2년 동안 즐거웠다. 내 농담과 '똘끼(?)'를 모두 받아줘 감사하다. 선수들이랑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 팀워크를 늘 강조하는 사람"이라며 "GS라는 팀으로 불러줘 감사하다. 이 팀의 일원으로 2년 동안 함께하고 배구를 했다는 것에 고맙다"고 했다.

이소영, 강소휘를 비롯해 한수지, 김유리, 한다혜 등 팀 핵심자원 상당수가 FA다. GS칼텍스 우승 멤버가 뿔뿔이 해체될 지도 모른다. FA 앞서 차 감독이 바람을 전했다. 

"선수들이 금전적으로 바란다면 샐러리캡이 있는 만큼 구단에서 해줄 수 있는 방법은 한정적이다. 살아보니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건 안다. 선수들이 돈보다 '이 팀'을 선택해주길 바라지만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지난 5시즌 동안 땀 흘리고 고생해 만들어낸 팀인 만큼 선수들도 조금은 팀을 생각해 옳은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코트 밖에선 친구처럼 친근하게 장난을 치다가도, 코트 안에선 늘 기본을 강조했던 차상현 감독이 있어 FA 내부단속 전망도 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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