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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과 네이마르, 숙명의 '메시 그림자 지우기' [챔피언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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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과 네이마르, 숙명의 '메시 그림자 지우기' [챔피언스리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4.29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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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우선 펩 과르디올라(50)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감독이 먼저 웃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잉글랜드)는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과 20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 원정경기에서 케빈 데 브라위너와 리야드 마레즈 연속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역시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PSG의 에이스이자 정신적지주 노릇을 하고 있는 네이마르와 외나무다리 맞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둘 모두 바르셀로나를 벗어난 뒤 아직까지 UCL 타이틀이 없어 더 간절하다. UCL 정상 등극은 동료로 함께 영광을 일군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세계 최고에 우뚝 섰음을 공인받기 위한 이정표이기도 하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10년만의 UCL 정상 등극에 성큼 다가섰다. [사진=AFP/연합뉴스]

맨시티는 올 시즌 트레블(3관왕)에 도전 중이다.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일정 종료를 5경기가량 남겨놓은 가운데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승점 10 앞서있다. 리그컵인 카라바오컵에선 우승했다. UCL 4강에서 PSG를 만나 사실상 결승전이라는 평가가 따랐는데, 적지에서 2골이나 넣고 이겼으니 자신감을 제대로 충전한 셈이다.

맨시티는 2015~2016시즌 이후 5년 만에 4강에 올라 사상 첫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2008~2009, 2010~2011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두 차례 UCL을 제패한 과르디올라 감독도 맨시티에 온 뒤로는 고전했다. 4강에 진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만에 빅이어(UCL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추겠다는 각오다.

전반에는 PSG 기세가 좋았다. 네이마르-킬리안 음바페-앙헬 디 마리아 스리톱이 빠른 역습과 화려한 연계플레이로 무수한 기회를 창출했다. 전반 15분 디 마리아 코너킥을 마르퀴뇨스가 헤더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맨시티가 자랑하는 빌드업 과정에서 몇 차례 실수가 나왔고, 골키퍼 에데르송도 킥 미스로 위기를 자초할만큼 흔들렸다.

하지만 후반 들어 맨시티가 완전히 살아났다. 점유율을 높여 경기를 지배했다. 시종일관 두드린 끝에 행운의 연속골이 나오면서 승기를 잡았다.

후반 19분 데 브라위너가 페널티박스 밖 왼쪽 먼 거리에서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가 골문 앞 누구에게도 연결되지 않았지만 회전이 걸린 공이 그대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이어 7분 뒤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마레즈가 왼발로 처리했는데, 수비벽 사이 공 하나 정도 들어갈 빈틈을 정확히 가르면서 PSG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를 뚫어냈다.

리야드 마레즈가 프리킥으로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안방에서 역전을 허용해 마음이 급해진 PSG가 반격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후반 32분 이드리사 게예가 무리한 태클로 퇴장당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수적 열세를 뒤집지 못했고, 추가 실점없이 마친 데 만족해야 했다.

이로써 맨시티는 올 시즌 UCL 10승(1무)째 달성했다. 지난 시즌 11전 전승 우승한 바이에른 뮌헨(독일)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 시즌 8, 4강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단판으로 치러졌음을 감안하면, 올 시즌 맨시티가 우승할 경우 뮌헨 아성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축구통계전문 업체 옵타(OPTA)에 따르면 UCL이 현재의 대회방식을 도입한 2003~2004시즌 이후 잉글랜드 팀이 단일 시즌 10승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 맨시티는 최근 UCL 6연승을 달리고 있는데, 잉글랜드 팀이 이 대회(전신 유러피언컵 포함) 6번 연속 승리한 것 역시 1969~1970시즌 리즈 유나이티드 이후 51시즌 만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3~2014시즌부터 독일 최강 뮌헨에서 3시즌을 보냈고, 그 이후 지금까지 맨시티를 5시즌째 지도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뮌헨, 맨시티를 이끌고 11시즌 동안 리그에서 8회 우승했지만 바르셀로나를 떠난 이후에는 UCL 우승이 없어 저평가 받기도 한다. '점유율'이라는 현대축구 헤게모니를 이끈 그지만 소위 '메시빨', '선수빨' 같은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축구계 핵심 키워드가 '점유율'에서 '압박과 전환'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시점에 다시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로 유럽 왕좌에 오를 기회를 맞아 흥미롭다.

반면 지난해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남긴 네이마르(왼쪽)는 또 다시 4강 탈락 위기에 몰렸다. [사진=AP/연합뉴스]

이날 패배한 네이마르 역시 비슷한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4~2015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MSN' 라인을 구성해 UCL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지만 2017년 역대 최고 이적료 2억2200만 유로(2983억 원)에 PSG로 이적한 뒤 지난 4시즌 동안 가장 높은 곳에 서지 못했다.

UCL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번번이 큰 부상으로 결장해 팀 패배를 피치 밖에서 지켜봐야 했고, 지난 시즌에는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지만 뮌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 시즌 16강에서 바르셀로나를 완파한 PSG는 8강에서 디펜딩챔프 뮌헨을 잡아내며 우승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메시-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구축한 발롱도르 양강 구도를 깰 다음 인물로 꼽혔던 네이마르는 그렇게 여러차례 정상에 설 기회를 놓쳤다. 발롱도르로 가기 위해선 UCL 우승 타이틀이 필요하다. PSG의 사상 첫 UCL 우승을 이끌 경우 비로소 1인자로 올라설 수 있다.

메시 그림자를 지우는 일을 과제로 삼는 과르디올라 감독과 네이마르 간 UCL 4강 두 번째 맞대결은 5월 5일 오전 4시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시티의 홈경기로 치러진다. 한편 반대편에선 첼시(잉글랜드)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1차전을 1-1로 마쳤다. 2차전은 첼시 홈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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