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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복면골퍼' 김효주, 천재소녀 시선은 도쿄올림픽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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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복면골퍼' 김효주, 천재소녀 시선은 도쿄올림픽 [LPG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03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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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뛰어난 샷 감각은 물론이고 복면을 쓰고 플레이 한 김효주(26·롯데골프단)는 경기 내내 큰 집중을 받았다. 그리고 ‘천재 소녀’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김효주는 2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뉴 탄종 코스(파72·674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6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수확하며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 2위 한나 그린(호주·16언더파 272타)을 1타 차로 제치고 5년 3개월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김효주가 3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LPGA 페이스북 캡처]

 

오랜 슬럼프를 극복한 감동의 드라마다.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시즌 5승을 거두며 대상·상금왕·최저타수상·다승왕을 휩쓴 김효주는 천재 소녀의 등장을 알렸다.

그해 비회원으로 출전한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고 이듬해 파운더스컵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6년 2월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도 그린재킷을 입으며 주가를 높였다.

거기까지였다. 긴 부진에 빠졌다. 5년이 넘도록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며 지난해 KLPGA 투어에서만 뛰며 부활을 준비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8위였던 김효주는 단독 선두 린시위(중국)에게 무려 5타 뒤져있었다. 우승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누구보다 무서운 기세로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90%에 달하는 그린 적중률과 단 한 번만 페어웨이를 놓치는 드라이버 정확성을 앞세워 버디를 몰아치며 선두권과 거리를 좁혔다.

5,6번 홀에 이어 8,9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냈다. 11번 홀(파4)에선 그린 밖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12번 홀(파4)에선 이글을 잡아낼 뻔하기도 했다. 14,15번 홀 버디로 단독 선두로 뛰어오른 김효주는 그린의 버디로 공동 선두가 됐고 이후 연속 파를 기록하며 경기를 마쳤다.

햇빛 알레르기로 인해 경기 내내 복면을 두르고 나선 김효주. [사진=LPGA 페이스북 캡처]

 

이후 김효주의 행동이 화제가 됐다. 그린이 경기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연장을 대비하거나 경기를 지켜보는 게 아닌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 

“오늘 보기를 안 쳐서 정말 좋았는데 그 때문에 더 배가 고팠다. 그래서 식사를 주문해서 먹었다.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는 김효주는 “연장전에 가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 배가 고팠고 음식을 먹으며 준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그린은 흔들리며 보기를 기록했고 김효주의 우승이 확정됐다. “정말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내가 우승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물 세례를 퍼부으며 김효주의 우승을 함께 기뻐했다.

이날 또 하나 주목을 끈 건 경기 내내 착용하고 있던 복면. 김효주는 “햇빛 알레르기 때문”이라며 “심각한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 이걸 쓰면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무더운 싱가포르에서 진행됐고 김효주는 복면과 함께 선글라스, 팔 토시 등을 착용하고 햇빛을 완전 차단하고 경기에 나섰고 뛰어난 경기력을 뽐냈다.

지난해 KLPGA에서 뛰며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 2승에 상금왕과 평균타수 1위까지 독식했다. 김효주는 “작년 KLPGA 투어에서 뛰면서 갈고닦은 기술로 LPGA 투어에서도 적응하고 싶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며 “작년 KLPGA 투어에서 뛴 것은 분명 올해 도움이 되고 있다. 운동과 훈련을 많이 했는데 비거리도 좋아졌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효주는 "이번 우승으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한국 대표팀 멤버로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LPGA 페이스북 캡처]

 

이제 시선은 오는 7월 열릴 도쿄올림픽으로 향한다. 6월 말 세계랭킹 기준으로 국가당 상위 2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데, 세계랭킹 15위 내에 2명 이상의 선수가 있는 나라는 15위 내에서 최대 4명까지 올림픽에 내보낼 수 있다. 

4월 마지막 주 기준 김효주는 9위. 1~3위를 석권한 고진영(26), 2위 박인비(33), 3위 김세영(28)에 이어 4번째로 높다. 17위 이정은(25), 18위 유소연(31), 19위 박성현(28)보다 한 발 더 도쿄행에 가까워졌다.

한 차례 아픔이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도 출전이 기대됐으나 박인비, 김세영, 전인지(27), 양희영(32)에게 밀렸다.

김효주는 “원래 올림픽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면서도 “잘하면 기회가 올 것 같고 주변의 팬분들도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는 말씀도 해 주신다. 이번 우승으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한국 대표팀 멤버로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보였다.

이어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로 몇 번 국제대회에 나갔다”며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나의 골프 인생뿐 아니라 내 인생 자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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