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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는 자' 팔라시오스 vs '막는 자' 설영우, 치열했던 측면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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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는 자' 팔라시오스 vs '막는 자' 설영우, 치열했던 측면 [K리그1]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05.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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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동해안 더비가 가진 매치 포인트는 즐비하다. 이번 맞대결에선 측면이 가장 뜨거웠다. 포항 스틸러스 윙 포워드 팔라시오스와 울산 현대 풀백 설영우가 끊임없이 부딪히며 숨 막히는 혈투를 펼쳤다.

지난 22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18라운드 포항과 울산의 경기에선 울산이 후반 38분 윤빛가람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포항이 측면을 활용한 날카로운 역습으로 반격했지만, 리드를 지키려는 울산 수비진 집중력이 대단했다.

경기 시작전 상대와 인사를 나누는 포항 공격수 팔라시오스(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시작전 상대와 인사를 나누는 포항 공격수 팔라시오스(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69번째 동해안 더비를 앞둔 포항은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줬다. 먼저 신진호-신광훈 투 볼란치 대신 신광훈-오범석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꾸렸다. 울산 강공에 대비해 수비력이 뛰어난 두 선수를 출전시켰다. 공격진 변화는 실로 파격적이었다. 최근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던 송민규-임상협 측면 조합을 활용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김기동 감독 선택은 팔라시오스였다. 올 시즌 그는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가 함께 뛴 지난 시즌에 비해 활약이 저조했다. 리그 14경기에 나서 공격포인트를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후반 중·후반 교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출전 시간조차 줄어들었다. 그가 얼마나 빨리 제 기량을 찾고 팀에 녹아드냐에 따라 포항 공격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은 팔라시오스를 저지하고자 설영우를 택했다. 주전 풀백 홍철 부상으로 선택지가 설영우밖에 남지 않기도 했다. 어린 선수지만 지난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내 로테이션급 자원으로 도약했고, 올 시즌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시작부터 두 선수는 치열하게 맞붙었다. 먼저 시동을 건 쪽은 팔라시오스였다. 전반 8분 오른쪽 측면에서 등지는 플레이로 설영우 압박을 벗겨내고 전방의 고영준에게 공을 연결했다. 그는 다시 울산 수비 배후 공간을 침투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렸다.

설영우는 예상치 못한 일격에 놀란 눈치였다. 그는 팔라시오스와 제대로 맞붙어본 적이 없었다. 지난 시즌 25라운드 두 선수 모두 선발 출전했으나 설영우가 오른쪽 윙어로, 팔라시오스가 오른쪽 윙 포워드로 뛴 바람에 부딪힐 일이 많지 않았다.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선 설영우가 벤치에서 몸만 풀었다.

팔라시오스 특유의 스피드와 탄탄한 체격에서 나오는 힘에 위기를 느낀 설영우는 집중력을 높였다. 자신이 뚫리면 수비 전체가 무너진다는 판단이 들었을 터다. 전반 중반 팔라시오스에게 돌파를 허용했지만 끝까지 따라가 깔끔한 태클로 공을 뺏어내는 등 끈질긴 수비를 보여줬다.

몇 차례 수비 성공으로 자신감을 찾은 설영우는 울산이 공격적으로 나서자 오버래핑까지 활발하게 시도했다. 공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 측면에서 공을 잡고 전진하는 속도가 빠르다. 전반 32분 간결한 터치로 팔라시오스를 제친 뒤 하프라인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반칙을 유도하기도 했다. 전반 초반 고전했던 상황을 단숨에 역전하는 장면이었다.

올 시즌 울산 주전 풀백으로 활약 중인 설영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울산 측면 수비수로 활약 중인 설영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대로라면 차츰 주도권을 잡아가는 울산 설영우 영향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 선수 대결은 후반전 포항 교체 카드 활용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포항은 고영준과 이승모를 빼고 송민규와 크베시치를 투입했다. 중앙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김기동 감독 의중이었다.

이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송민규가 최전방에서 분전하니 울산은 센터백뿐만 아니라 풀백들까지 커버 플레이에 신경 써야 했다. 설영우가 중앙을 커버하러 간 틈을 타 포항은 넓은 공간을 점유한 팔라시오스에게 공을 밀어줬다. 노마크 찬스에서 공을 잡는 빈도를 늘린 팔라시오스가 전반보다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게 됐다. 

팔라시오스 활약이 돋보이자 전반 내내 밀렸던 포항 공격도 살아났다. 설영우가 주춤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팔라시오스는 스피드를 높여 측면을 질주했다.

하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38분 윤빛가람 프리킥 한 방이 상황을 또 한 번 반전시켰다. 리드를 잡은 울산은 잔여 시간 내려서 라인 간격을 촘촘히 유지했다. 설영우 또한 굳이 무리한 오버래핑을 하지 않았다. 동료 수비수들과 함께 라인을 물려 상대 공세를 막는데 집중했다. 간혹 일대일 매치업에서 돌파를 허용하더라도 동료들이 시간을 벌어줬기에 2차 수비에 나설 수 있었다.

동점골을 위해 팔라시오스도 끝까지 힘을 짜냈다. 공을 잡고 중앙으로 치는 듯하다가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플레이로 설영우를 포함한 울산 수비수들을 벗겨냈다. 그러나 마지막 패스와 크로스 정확도가 조금씩 부족했다.

두 선수의 싸움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이어졌다. 필사적으로 뚫어내려는 팔라시오스, 몸을 던져서까지 상대 공격을 막아내려는 설영우였다.

김기동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기는 한 끗 차도 아니고 반 끗 차 였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팔라시오스와 설영우 대결은 반 끗 차도 나지 않았다.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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