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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정상빈 '무언시위', 벤투호에도 경쟁이 올까요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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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정상빈 '무언시위', 벤투호에도 경쟁이 올까요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6.10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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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보수적인 파울루 벤투 감독이 변했다. 타이트한 경기 일정에 선발 대부분을 교체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고 유의미한 결과도 이끌어냈다. 새로운 선수들에 대한 가능성을 찾았다는 게 가장 반가운 소득이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9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5차전에서 스리랑카를 5-0으로 대파했다.

2위 레바논(승점 10)과 최종전을 앞두고 4승 1무(승점 13)으로 사실상 조 1위로 최종예선행을 확정지은 것 만큼이나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한 것이 큰 관심을 끌었다.

손준호는 9일 스리랑카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공 배급을 전담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직후 부임한 벤투 감독은 그동안 선수 기용과 전술 활용에 있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번 좋은 평가를 받은 선수에겐 많은 기회를 주고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다는 것도, 출전 기회를 얻는 것도 힘들었다. 빌드업을 중심으로 한 전술도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평가였다.

이날은 다소 양상이 달랐다. 지난 5일 투르크메니스탄과 4차전에 선발로 나섰던 선수들 중 다시 스타팅 라인업에 오른 건 남태희 하나 뿐이었다. 그만큼 경기 출전이 간절했던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갔다.

가장 돋보인 건 장신 공격수 김신욱(상하이 선화)이었다. 아시아권 무대에선 확실히 통하는 카드라는 인식에도 벤투 감독은 지금껏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터라 더욱 그랬다.

2골을 넣으며 감독의 신뢰에 보답한 김신욱이지만 그를 활용하는 방법은 황의조를 쓸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활용하며 롱볼을 통해 세컨드볼을 노리거나 하는 등의 특색이 없었다. 김신욱의 가치를 제대로 확인해 보기엔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손준호는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분류됐던 정우영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만한 뛰어난 경기력으로 내부 경쟁을 예고케한다.

 

오히려 눈에 띈 건 손준호(산둥 타이샨)였다. 지난해 K리그1 MVP를 차지하고 중국 무대로 진출한 손준호는 최근 꾸준히 대표팀에 선발됐으나 베스트 라인업엔 좀처럼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터줏대감 정우영(알 사드)의 위상을 넘기 힘들었기 때문.

벤투 감독의 인식이 조금 변하는 계기가 됐을까. 전력 차가 큰 스리랑카를 맞아 한국은 4-1-4-1 형태의 전형을 짰다. 포백 앞에 손준호가 위치해 공 배급을 전담하다시피 했는데 기성용(FC서울)을 떠올리는 정확한 킥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좌우 전환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전반 15분 선제골도 손준호의 발 끝에서 시작했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남태희를 향해 정확한 택배를 배달했다. 남태희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김신욱이 마무리하며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동경의 2번째 골을 이끈 송민규의 어시스트도 손준호의 정확한 침투 패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따금씩 역습을 노리는 스리랑카의 공격은 미리 길목을 차단하거나 과감한 태클로 저지하는 손준호로 인해 번번이 막혔다.

A매치 데뷔골과 함께 날카로운 패스와 슛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동경(왼쪽).

 

정우영은 대표팀 경기 때마다 많은 비판을 받곤 했다. 온전히 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기성용의 영향력이 유독 컸기 때문이기도, 유독 그에게만 많은 기회를 주는 벤투 감독의 성향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손준호가 결코 정우영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이날 경기로 확인시켜줬다는 점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활약이었다.

또 하나는 K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영건들의 활약이다. 벤투 감독은 해외파에 비해 K리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전 선발 중 K리거는 홍철(울산 현대) 단 한 명이었다. 전반적으로 이들의 실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해외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들을 중용하는 건 벤투 감독을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스리랑카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 첫 발탁된 송민규(포항 스틸러스)를 비롯해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야 할 23세 이하(U-23) 대표팀 선수들인 이동경, 원두재(이상 울산)도 이날 스타팅 멤버였다. 

왼쪽 측면에서 활발히 뛰던 송민규는 전반 22분 후방에서 날아온 공을 받아 돌파한 뒤 침착히 컷백 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이동경이 왼발로 완벽히 마무리했다. U-23 콤비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A매치 4번째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은 이동경은 이후에도 예리한 패스 등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정상빈(오른쪽)은 A매치 데뷔전에서 골까지 터뜨리며 괴물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김학범호 핵심 미드필더 원두재는 앞서 몇 차례와 마찬가지로 익숙한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수비수로 출전했다. 전력 차가 워낙 커 수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으나 양질의 패스를 뿌리며 ‘빌드업이 되는 수비수’로서 다시 한 번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후반의 주인공은 정상빈(수원 삼성)이었다. 후반 26분 김신욱과 교체로 투입됐는데, 5분 뒤 이동경의 빗맞은 슛을 감각적으로 방향을 바꿔놓으며 A매치 데뷔전에서 골까지 터뜨렸다. 한국 A매치 8번째(19세75일) 최연소 득점 기록이자 2018년 문선민 이후 3년 만에 나온 역대 34번째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이었다.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로 주목 받은 정상빈은 이후에도 과감한 돌파와 슛 등으로 당찬 면모를 보였다. 황의조 홀로 책임져야 했던 최전방 공격에 새로운 옵션이 추가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던 임팩트였다.

최종예선행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을 위해선 더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레바논과 최종전은 더 없이 소중한 기회다. 기존과 다를 것 없는 베스트 11을 활용하며 전술적인 완성을 꾀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날 가능성을 찾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과연 벤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날 대승으로 인해 레바논전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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