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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⑩] 황선우 김서영, 수영 새 역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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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⑩] 황선우 김서영, 수영 새 역사 쓴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15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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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오는 23일 개막한다. 한국 선수단은 전체 33개 정식종목 중 13개 종목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획득, 톱10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Q(큐)는 대회 전까지 포디엄에 오를 후보들을 종합해 시리즈로 송출한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한국 수영의 전성기는 짧게 막을 내렸다. 박태환(32)의 화려한 등장과 아쉬운 마무리로 잠깐 반짝했던 추억으로 간직해야 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박태환이 헤매는 사이 빠르게 성장한 이들이 있었다. 김서영(27·경북도청)과 황선우(18·서울체고)는 2020 도쿄올림픽 수영에서 다시 한 번 태극기를 펄럭일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수영 간판 황선우(오른쪽)와 김서영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박태환 이후 끊긴 메달 사냥에 나선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수영은 이번 올림픽 33개 종목 중 가장 많은 금메달(49개)이 걸려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그동안 수영과는 담을 쌓은 듯 보였다. 아시아에선 두각을 나타낸 이들이 있었지만 세계 무대에선 쉽게 통하지 않았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부정 출발로 고개를 떨궜던 박태환의 등장으로 한국 수영은 위상을 드높였다. 4년 뒤 베이징 대회에 나선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m에서 은메달도 추가했다. 2012 런던 대회에서도 두 종목 모두 은메달을 따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이후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밝혀져 명예가 실추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들은 모두 박탈됐고 2016년 리우 올림픽 출전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가까스로 대회엔 출전했으나 이전과는 달랐다.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예선탈락했다.

어두울 줄만 알았던 한국 수영에도 싹이 피어나고 있었다. 박태환의 활약을 보고 자란 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던 것.

황선우는 ‘포스트 박태환’이라고 불린다. 남자 자유형 50m, 100m, 200m와 단체 계영 800m까지 4종목에 출전하는데, 메달 사냥도 가능한 초신성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박태환이 중장거리에 강점을 보였던 것과 달리 황선우는 단거리에서 더 강하다.

황선우는 가파른 상승세로 한국 단거리 간판으로 떠올랐다. 자유형 100m와 200m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싹이 보인다. 지난해 박태환의 남자 자유형 100m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그는 자유형 200m에선 주니어세계신기록을 세우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대표선발전에선 자유형 100m에서 48초04를 찍어 자신의 한국 기록을 6개월 만에 경신했고 자유형 200m에선 1분44초96으로 자신의 세계주니어기록마저 0.96초 단축했다. 이 기록은 2016년 리우 올림픽을 기준으로 우승자 쑨양(중국·1분44초65)에 이어 은메달 사냥이 가능한 수치다.

2008년 본격적으로 수영을 시작한 ‘박태환 키즈’ 황선우는 박태환과 유사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지금껏 꾸준히 성장해왔다. 큰 키와 수려한 외모로 인해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팬을 보유하게 될 황선우는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 기수로 김연경(배구)과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만큼 기대감이 남다르다는 방증.

수영 선수들에게서 일반적이지 않은 여제 케이티 러데키(미국)과 마찬가지로 ‘로핑 영법(엇박자 수영)’을 하는 황선우. 오른팔을 뻗을 때 더 많은 힘을 쓰는 영법으로 체력 소모가 큰 만큼 단거리에선 더 속도를 내기 좋다. 쉬는 날엔 수영 관련 유튜브 영상을 찾아볼 정도로 열정적인 황선우는 여전히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수영을 대하고 있다.

황선우의 자유형 200m 세계주니어기록은 리우 올림픽 당시 쑨양의 뒤를 잇는 기록이라 기대감이 더 높아진다.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은 예감 좋은 무대다. 당초 계획대로 대회가 치러졌다면 황선우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회가 1년 연기됐고 그 사이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조심스레 올림픽 메달에 대한 욕심을 나타내고 있는 황선우. 이정훈 수영 대표팀 총감독도 결승 진출을 넘어서 메달권 도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3년 만에 자유형 200m 기록을 7초 넘게 단축한 황선우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올림픽에서 어떤 역사를 써낼지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박태환과 선의의 라이벌로 활약하던 쑨양이 도핑 검사 방해 혐의로 4년여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도 황선우로선 메달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 수영 간판이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 광주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각각 은메달을 수확한 마쓰모토 가쓰히로(일본)는 경쟁 상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쓰모토는 황선우가 넘어서야 할 벽같은 존재였지만 최근 그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200m 기록도 마쓰모토(1분44초65)에 거의 근접했다.

 한국 여자 수영 간판 김서영의 1차 목표는 개인혼영 200m 결승 진출. 3번째 올림픽에서 조심스레 그 이상의 성과도 노려본다. [사진=연합뉴스]

 

마쓰모토는 홈 이점을 등에 업고 1936년 베를린 대회 이후 끊긴 올림픽 자유형 금메달 사냥에 나서는 일본 간판이다. 여전히 마쓰모토가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많지만 여전히 성장세에 있고 최근 약점으로 꼽혔던 스타트와 턴 동작을 보완했다는 점도 황선우에겐 기대감을 안겨주는 대목이다.

김서영도 주목해 볼만하다. 4가지 영법을 모두 활용하는 개인혼영 200m와 단체전 계영 800m에 출전하는 김서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벌써 3번째 나서는 올림픽에서 이번엔 사고를 치겠다는 각오다.

물론 아직 목표는 소박하다. 개인 올림픽 첫 결승에 나서보겠다는 것. 이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 올림픽사에서 경영 종목에서 결승 경기에 나선 건 박태환과 남유선(은퇴)뿐이다.

3년 전 아시안게임 때 세운 한국 기록(2분08초34)을 넘어선다면 올림픽 결승 진출이라는 1차 목표는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2017년 세계선수권 결승에 진출했던 김서영은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일본 오하시 유이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유형 100m, 200m, 접영 100m, 200m 모두 출전이 가능했음에도 메달 가능성이 높은 개인혼영 200m에 주력하기 위해 다른 종목은 포기했다. 2분7초대 돌파를 목표로 삼는 김서영.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올림픽에서 포디움에 서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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