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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11승, 등번호 투구수+기립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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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11승, 등번호 투구수+기립박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1.08.04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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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진짜 안방’에서 처음 인사한 날,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은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류현진은 4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7이닝을 7피안타 8탈삼진 무볼넷 2실점으로 막고 시즌 11승(5패)을 수확했다. 토론토의 7-2 승리.

미국통산 70승째인 이날 승리는 류현진이 로저스센터에서 울린 첫 승전고라 유독 의미가 깊다. 2019시즌을 마치고 LA 다저스에서 자유계약(FA)으로 풀린 그는 토론토로 이적하며 4년 8000만 달러(917억 원‧연봉 229억 원)를 받았다.

류현진이 생각한대로 순조롭게 경기가 풀리자 활짝 웃고 있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류현진이 생각한대로 순조롭게 경기가 풀리자 활짝 웃고 있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한데 토론토는 2020시즌부터 지난달까지 ‘떠돌이 생활’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캐나다 연고구단인 토론토는 미국 버펄로 세일런필드를 임시 홈으로 써야 했다. 최근 캐나다 정부가 방역지침을 완화하면서 1년 7개월 만인 7월 31일에야 집으로 컴백했다.

계약 체결일 이후 무려 586일 만에 안방 팬 앞에 등장한 류현진은 에이스답게 최상 시나리오를 썼다. 지난 등판 직후 인터뷰에서 “기대된다. 드디어 우리도 진정한 홈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 많은 토론토 팬들 앞에서 경기해서 선수들과 많은 힘을 얻을 것 같다”고 설레하던 ‘코리안 몬스터’는 기대를 충족시켰다.

투구수는 자신의 등번호와 같은 숫자인 99개였다. 4회‧6회 2루타를 맞고 각 1실점한 게 흠이었으나 이를 빼면 평소 4구종으로 상대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류현진 특유의 모습이 나왔다. 최고 구속은 93마일(시속 150㎞)이었고 구종별 비율은 커터(32개‧32.3%)-패스트볼(26개‧26.3%)-체인지업(23개‧23.2%)-커브(18개‧18.2%) 순이었다.

류현진의 로저스센터 첫 등판. 덥수룩한 수염이 눈에 띈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br>
류현진의 로저스센터 첫 등판. 덥수룩한 수염이 눈에 띈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류현진은 7회를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탈삼진(종점 7개)을 솎아내고 내려오는 류현진에게 로저스센터를 찾은 1만5000여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토론토 공식 소셜페이지는 “Toronto, meet the Korean Monster, 코리안 몬스터, 토론토에 상륙하다”라는 멘션을 띄웠다.

계투진 라파엘 돌리스, 라이언 보루키의 무실점 피칭으로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은 크리스 배싯(오클랜드 애슬레틱스)과 아메리칸리그(AL)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이런 페이스라면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을 무난히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만 없다면 11~12차례까지 기회가 있다. 류현진은 다저스 소속이던 세 차례(2013‧2014‧2019) 14승을 거둔 바 있다.

2.32로 내셔널리그(NL) ERA 타이틀을 차지했던 2019년엔 타선 지원이 답답했고 불펜 방화도 잦았으나 올해는 다르다. 류현진 등판일정마다 다득점해주는 편인 토론토 타선은 이날도 2홈런 포함 장단 12안타를 작렬해 1선발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류현진의 홈 데뷔전을 환영하는 토론토 구단.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트위터 캡처]

류현진은 3.26이었던 시즌 평균자책점(방어율‧ERA)도 3.22로 소폭 떨어뜨렸다. AL 6위다. 3년 연속 사이영상(매년 최고 투수가 받는 상) 득표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류현진은 2019년 NL 2위, 2020년 AL 3위에 자리한 바 있다. 빅리그 최고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포진한 AL 동부지구로 무대를 옮기면 난타당할 것이라던 일각의 예상을 눌러버리는 결과다.

류현진의 쾌투를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코너를 공략했다. 체인지업과 커터가 좋았다. 경기 내내 좋은 피칭을 했다”고 평가했다. 외신 반응의 척도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고 류현진의 ‘안방 신고식’에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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