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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도청 의혹도? 조재범 사건과는 별개다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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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도청 의혹도? 조재범 사건과는 별개다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15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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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소설이 있다. 한 때 영웅처럼 추앙받던 인물의 민낯이 드러나며 몰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두 개나 목에 건 쇼트트랙 심석희(24·서울시청)가 딱 그 꼴이다.

심석희는 최근 국가대표 동료를 비하하고 평창올림픽 경기 도중 고의로 최민정(23·성남시청)과 고의적으로 충돌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도마에 올랐다. 막말에 대해선 본인도 인정했고 결국 선수촌에서 나와 대표팀 동료들과 분리조치됐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심석희의 도청을 의심케하는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심석희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동료들을 헐뜯고 고의충돌 의혹을 산데 이어 라커룸 도청 의심까지 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심석희의 충격적인 발언들이 공개됐다. 함께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일궈낸 동료들을 헐뜯고 최민정의 탈락을 바라는 듯한 발언들이 이어졌고 스스로 인정하고 고개까지 숙였다.

하나가 더해졌다.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심석희와 C코치의 대화 내용이 추가적으로 공개됐다. 

2018년 2월 20일 심석희, 최민정, 김아랑(고양시청) 3명이 1000m 개인전에서 예선을 통과한 직후 C코치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은 심석희는 “감격했다”면서 “최민정이 감독한테 뭐라고 지껄이나 들으려고 라커룸에 있다. 녹음해야지 XX”라고 말했다.

둘은 같은 날 다시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데 C코치에게 3000m 계주 결승 출전 순번을 물은 심석희는 “핸드폰 녹음기 켜놓고 라커룸에 둘거니까 말조심하고 문자로 하자”고 했고 “지금 라커룸에 유빈(이유빈), 나, 민(최민정), 세유(박세우 코치) 이렇게 있는데 내가 나가면 계주 이야기를 할 각. 그래서 안 나가는 중. 그냥 나가고 녹음기 켜둘까”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C코치가 그러라고 이야기하자 심석희도 동조했다. 녹취 여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충분히 의심케하는 정황이다.

물론 앞서 공개된 이야기들에 비해 더 큰 충격을 던져줄만한 일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최민정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 동료들에 대한 커다란 불신 등은 심석희가 지금껏 쌓아온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다.

라이벌 최민정(왼쪽)에 대해 심각한 반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 밝혀지며 여론의 싸늘한 눈총을 받고 있는 심석희.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이들 또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심석희를 상습 (성)폭행해 온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에 대한 판단과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인 2017년 12월까지 총 29차례에 걸쳐 성폭행, 강제추행,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자라나는 선수에 대한 협박과 갑질, 습관적 폭행, 나아가 미성년자 성폭행은 결코 쉽게 용서할 수 있는 범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심 판결문에선 이 내용이 보다 상세하게 나와 있다. 2014년 당시 심석희가 남자친구가 생긴 것을 알고는 스킨십 여부 등을 따져묻고는 집요하게 괴롭혔다.

포렌식 결과에 따르면 조 씨가 2015년 12월과 이듬해 1월 심석희와 주고 받은 메시지를 통해서도 성범죄를 저질렀음을 추론할 수 있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조 씨는 평창올림픽 직전인 2017년 12월 7일에도 텔레그램으로 무리한 요구를 했는데 심석희는 “제 몸을 포기하면 올림픽 때 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거절했는데 이에 조 씨는 “그럼 그렇게 해 봐. 나도 공정하게 해볼 테니”라고 만행을 저질렀던 게 밝혀졌다.

심석희가 고교생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 등 갑질을 일삼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만행이 더 상세하게 밝혀졌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을 코앞에 둔 2018년 1월까지도 상습적인 폭행이 이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촌을 방문했던 때 이후로 심석희를 향한 의심어린 시선이 커졌다. 심석희가 감기를 이유로 홀로 빠져 있었던 것. 사실은 폭행 피해를 견디다 못해 선수촌을 빠져나온 상황이었고 조 씨를 상습상해 혐의로 고소하며 이 사건이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 조 씨는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이에 분노한 심석희는 용기를 내 성폭행 피해 사실까지 추가적으로 폭로하며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흘렀다.

결국 재판부는 1심인 수원지법은 지난 1월 조씨에게 징역 10년 6월을, 2심인 수원고법은 지난달 형량을 높여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당초 성범죄 혐의를 부인했던 조 씨는 2심에서 심석희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자신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석희의 용기 있는 행동은 스포츠 계를 비롯해 ‘미투 운동’ 확산의 시발점이 됐다. 동정 여론을 사면서도 당하고만 살지 않는다는 당찬 여성의 표본 같은 이미지가 굳어져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심석희에 대한 이미지는 한순간에 추락했다. 다만 조재범 사건과는 분명히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스포츠계 만연한 갑질과 (성)폭행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흐려지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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