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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 새 역사, 그곳에 고진영이 있었다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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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 새 역사, 그곳에 고진영이 있었다 [LPG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25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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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고진영(26·솔레어)의 깔끔한 버디 퍼트. 한국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200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한국 골프사에 길이 남을 감격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낸 건 다름 아닌 가장 핫한 골퍼 고진영이었다.

고진영은 24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672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기록해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 22언더파 226타로 임희정(21·한국토지신탁)과 연장 승부 끝에 결국 그린재킷을 입었다.

1988년 3월 고(故) 구옥희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협회장이 스탠더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첫 승을 따낸 이후 33년 만에 이뤄낸 200승 쾌거.

고진영이 24일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한국 선수들의 본격적인 LPGA 장악은 박세리 이후 시작됐다. 박세리(25승)와 박인비(21승), 김세영(12승) 등이 승승장구하며 승수를 쌓았고 이젠 고진영이 그 바통을 완전히 이어 받았다.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른 고진영은 11승으로 신지애와 함께 한국인 다승 공동 4위로 올라섰다.

2019년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거의 2년간 1위 자리를 지키던 고진영은 지난 7월 이후 넬리 코다(미국)에게 선두를 빼앗겼다. 큰 기대를 갖고 나선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공동 9위에 머물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전화위복이 됐다. 올림픽 이후 욕심을 부리지 않고 충분히 쉬어간 게 약이 됐다. 고진영은 국내에 머물며 체력을 보충하는 동시에 퍼터를 교체하는 등 심기일전했고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복귀 첫 대회인 지난달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고 이후 아칸소 챔피언십 공동 6위, 숍라이트 클래식에선 2위에 올랐다. 지난 11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은 197승부터 199승까지 직접 만들어내며 한국인 통산 200승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고진영은 연장에서 회심의 하이브리드 샷을 홀컵 1m 안에 붙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사진=KLPGA 제공]

 

국내로 돌아와 이번 대회에 참석한 고진영. 1라운드에선 1언더파로 주춤했으나 2라운드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연속 60대 타수에 진입했다. 선두 임희정과 4타 뒤진 채 챔피언조에서 함께 시작한 4라운드. 고진영은 압도적 감각의 샷을 뽐냈다.

전반에만 버디 6개를 몰아치는 등 보기 없이 8타를 줄였고 결국 임희정과 동률을 이뤘다. 드라이버 14개 중 11개를 페어웨이로 보냈다. 그린적중률에선 무려 89%(16/18)로, 임희정(13/18)을 압도하는 고감도 아이언샷으로 흐름을 뒤집었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1번 홀. 드라이버 티샷을 나란히 페어웨이에 잘 올려놨는데 세컨드 샷에서 희비가 갈렸다. 둘 모두 하이브리드를 잡고 그린에 안착시켰는데, 고진영의 샷은 감탄을 자아냈다. 벙커 2개 사이를 피해 그린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샷이었는데 고진영은 핀 1m 안 쪽에 붙이며 우승을 예감했다. 임희정의 8m 버디 퍼트가 옆으로 빗겨갔고 고진영은 침착히 우승 퍼트를 홀컵에 넣으며 역사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경기 후 치열한 접전을 벌인 임희정(왼쪽)과 포옹을 나누고 있는 고진영. [사진=연합뉴스]

 

경기 후 고진영은 “3라운드까지 4타 차여서 잘 따라가면 2등은 하겠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쳤다”며 “프로 돼서 처음 치른 연장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했다. 국내에 1주일 정도 있으면서 스윙도 손을 보고 컨디션을 조절한 뒤 남은 미국 대회 2개를 잘 치르고 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라이벌이자 후배인 임희정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고진영은 “(임)희정이에게 미안한 결과가 됐다”며 “희정이가 잘해서 미국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제가 오늘 더 운이 좋았다”고 전했다.

우승 상금 30만 달러(3억5200만 원)를 보탠 고진영은 각종 순위에서 라이벌 코다를 제치고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다음주 새롭게 발표될 롤렉스 랭킹은 물론이고 올 시즌 가장 많이 톱10에 든 선수를 가리는 ‘리더스 톱10’에서도 1위를 확정해 상금 10만 달러(1억1700만 원)를 손에 넣게 됐다. 상금랭킹에서도 역전을 노린다. 고진영은 누적 195만6415달러(22억9200만 원)를 획득했는데, 1위 코다(197만4657달러)와 격차가 좁아 마지막 두 대회에서 충분히 뒤집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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