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7:04 (화)
또 이경훈! 약속의 땅서 이룬 쾌거 [PGA AT&T 바이런 넬슨]
상태바
또 이경훈! 약속의 땅서 이룬 쾌거 [PGA AT&T 바이런 넬슨]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16 1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흔들리던 이경훈(31·CJ대한통운)은 약속의 땅에서 다시 살아났다. 경기장을 찾은 부모님과 아내, 지난해엔 태중에 있던 딸까지 모두 그에게 큰 힘을 안겨줬다.

이경훈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468야드)에서 열린 미국남자프로골프(PGA) AT&T 바이런 넬슨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묶어 9언더파 63타를 쳤다.

1~4라운드 합계 26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이경훈은 25언더파를 써낸 조던 스피스(미국)을 제치고 2년 연속 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16일 PGA AT&T 바이런 넬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아내 유주연(오른쪽)씨, 딸(가운데)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이경훈. [사진=AFP/연합뉴스]

 

이경훈에겐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대회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2015년, 2016년 한국 오픈 2연패를 달성하고 상금왕에 오른 그는 미국 무대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전까지 술술 풀려가던 이경훈의 커리어가 꼬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2016년 PGA 2부 투어로 입문한 그는 2018~2019시즌부터 1부 투어에 나섰으나 성적은 기대이하였다. 79차례 투어에서 우승은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해 새 퍼터 교체 이후 해법을 찾은 이경훈은 곧바로 이 대회에서 통산 첫 승을 차지했다. 1년 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였던 이경훈은 이날 신들린 샷 감각을 뽐내며 빠르게 치고 올라섰다. 6번 홀(파4)까지 버디 4개를 몰아쳤다. 특히 2번 홀(파4)에서 성공시킨 15m 롱 퍼트는 많은 갤러리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12번 홀(파5)이 하이라이트였다. 선두에 한 타 뒤져 있던 이경훈은 242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을 선택했고 공은 그린 앞 엣지를 맞고 홀 컵 1.5m에 붙었다.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이경훈은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다시 잡은 투볼 퍼터로 우승을 이뤄낸 이경훈.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이후 13번 홀(파4)에서도 4.5m 버디 퍼트를 넣은 그는 17번 홀(파3) 티샷이 그린 벙커 옆으로 향하며 어프로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파 세이브에 성공한 뒤 18번 홀(파5)에서 팁인 버디를 성공해 2타 차로 달아났고 칩인 이글에 실패한 스피스에 한 타 차 승리를 거두며 환호했다.

한국 선수가 PGA 투어에서 타이틀을 방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경주가 2005년 10월 크라이슬러 클래식, 2006년 10월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두 대회는 서로 다른 대회로 열렸다. 이 대회에서 강성훈(2019년)에 이어 3회 연속 한국 선수 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PGA 투어에서 2승 이상 거둔 한국 여섯 번째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최경주(8승), 김시우(3승), 양용은, 배상문, 임성재(이상 2승) 다음. 

이 대회 2연패를 했던 선수들은 샘 스니드(1958년), 잭 니클라우스(1971년), 톰 왓슨(1980년) 등 전설적인 선수들뿐. PGA 투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스포티즌에 따르면 이경훈은 “그런 선수들과 함께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기뻐했다.

가족의 힘이 컸다. 이날은 부모님과 아내, 아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정상에 섰다. 이경훈은 우승 직후 “꼭 부모님 계실 때 잘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요 몇 달 동안 부모님이 계셨는데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조금 마음에 짐처럼 있었는데 달라스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니까 나도 뿌듯하고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인 최초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이경훈은 다음주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커리어 최고 성적을 쓰겠다는 각오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이경훈을 구했던 일자퍼터를 과감히 버렸다. 오히려 이전에 그를 괴롭혔던 투볼 퍼터를 다시 잡은 게 큰 효과를 봤다. 특히 이날은 퍼트수는 단 24회에 불과했다. 노 보기 역전 우승의 원동력도 놀라운 퍼터 감 덕분이었다. 이 외에도 코치, 캐디 등 많은 변화 속에 거둔 뜻깊은 성과였다.

이경훈은 “올해 몇 달 동안 골프가 여러 가지로 잘 안 돼서 어떤 것이 부족한지 길을 잘 못 잡고 있었다”며 “멘탈도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아서 작년에 계셨던 코치님한테 가서 조언을 구하고 또 캐디도 마스터즈 끝나고 바꾸면서 새로운 기분을 좀 느끼려고 했다. 퍼터는 (투볼 퍼터가) 느낌이 참 좋더라. 퍼터의 역할도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타이틀 방어 욕심은 컸으나 최근 좋지 않았던 컨디션 탓에 욕심을 내려놓고 나선 대회였다. “좋은 모멘텀만 가지고 가자, 다음주 메이저 대회이니 욕심 부리지 말고 내 게임에서 좋은 점만 보려고 했다”며 “이런 점이 오히려 경기력 부분에서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밝혔다.

오는 19일부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이 열린다. 아직까지 메이저 대회에선 컷 통과도 한 적 없던 이경훈이지만 이젠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새벽부터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안 될 때도 많은 응원 보내주시고 잘 될 때는 또 좋아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또 부모님이 있고 모든 가족이 같이 있어서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리고 항상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시는 CJ 대한통운, 비비고 등 모든 후원사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며 “비비고에서 항상 음식을 보내주시는데 그걸 먹은 것도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