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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협회 원칙에 반기, 오진혁 소신발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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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협회 원칙에 반기, 오진혁 소신발언 이유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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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선수들을 지독할 만큼 경쟁에 몰아넣는 대한양궁협회. 이는 늘 최고의 성과로 이어지며 유수의 기타 종목 단체들과 대비됐고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지지는 있을 수 없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이끈 베테랑 오진혁(41·현대제철)의 생각은 달랐다. 용기를 낸 소신발언이 눈길을 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미뤄지며 협회는 선발전을 다시 치를 가능성이 크다.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한 협회의 방식. 다만 선발전을 통해 자격을 얻은 선수들 입장에선 충분히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오진혁이 목소리를 냈다.

양궁 대표팀 맏형 오진혁이 아시안게임 연기로 인한 선발전을 다시 치르는 것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발전을 다시 치른다는 게 지금까지 고생한 선수들한테는 부당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진혁은 18일 광주국제양궁장에서 열린 2022 현대 월드컵 리커브 남자 예선 라운드를 소화한 뒤 “아시안게임 선발전을 다시 치르는 것은 선수들에게 부당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3차례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 그해 태극마크를 달고 뛸 선수를 선발한다. 이어 국가대표들만 나서는 2차례 평가전을 통해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할 선수가 가려진다.

이번 현대 월드컵에 출전한 리커브와 컴파운드 대표선수 16명은 지난달까지 7개월에 걸쳐 열린 5차례 대회에서 3000여발 화살을 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위한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문제는 아시안게임이 미뤄지며 발생했다. 협회의 선수 선발 원칙은 매년 정량적인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도쿄올림픽도 1년 미뤄 치러졌고 2020년도가 아닌 2021년도 국가대표 중에서 올림픽 대표를 뽑았다.

다만 상황은 조금 다르다. 도쿄올림픽이 연기됐을 때는 당시엔 국가대표 선발전은 치렀으나 올림픽 출전 선수 3명씩을 가르는 평가전은 열리기 전이었다.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은 선수가 있었던 게 아니기에 선수들의 반발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선발전이 다시 치러진다면 이우석(왼쪽부터), 김제덕, 오진혁, 김우진 중 누군가는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도 생긴다. [사진=연합뉴스]

 

이번엔 다르다. 이미 아시안게임에 나설 선수들이 확정돼 있던 상태에서 그 자격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 이번 월드컵과 같이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은 유지되지만 가장 큰 목표가 아시안게임이었던 걸 고려하면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선수들은 대체로 현실을 받아들였다. 반기를 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오진혁은 달랐다. “아시안게임이 미뤄지고 나서 선수들의 목표 의식이 좀 약해진 것은 맞다. 힘도 좀 빠져있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발전을 다시 치른다는 게 지금까지 고생한 선수들한테는 부당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욕심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함께 고생해 힘겹게 대표 자격을 얻은 후배들을 위해 총대를 맨 것처럼 보인다는 평가. 이우석(25·코오롱엑스텐보이즈)은 “저렇게 말해 주시니까 우리 주장”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협회의 원칙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올해 최고의 기량을 보였던 선수가 내년에도 국내 최고급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 다만 힘겨운 과정을 거쳐 정당한 보상을 얻었음에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듯할 선수들의 심정 또한 충분히 공감을 자아낸다.

협회 또한 아직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을 다시 치를지 여부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우선은 아시안게임이 언제 치러질지 확정되면 선발 관련 계획도 논의될 전망. 타 종목 단체에 비해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며 박수를 받아왔던 협회가 이번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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