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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수, '빌드업 축구' 숙명이라기엔 [한국 파라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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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수, '빌드업 축구' 숙명이라기엔 [한국 파라과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1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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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월드컵경기장=스포츠Q 안호근 기자] 패스 미스와 기본적인 클리어링 미스가 나왔다. 요행을 바랄 순 없었다. 결과는 실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하나은행 초청 6월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환상적인 프리킥골과 후반 추가시간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극적인 동점골로 거둔 값진 무승부였으나 실점으로 이어진 실수와 경기 내내 나온 집중력 부족은 축구 팬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황인범이 10일 파라과이전에서 지난 2일 브라질전에 이어 또다시 결정적인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사진=스포츠Q DB]

 

100% 전력은 아니었다. 공격에선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이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정우영(알 사드)이 발목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손흥민과 황인범(FC서울) 등은 3경기를 거의 쉬지 않고 뛰며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았다.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페네르바체)는 부상으로 애초에 이번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것들로만은 파라과이전 경기력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브라질전 참패의 기억이 아직 지워지지도 않았던 시점이었기에 더욱 아쉽기만 하다.

지난 2일 브라질전에서 한국은 수많은 실수로 인해 대패를 당했다. 이용(전북 현대)과 김영권(울산 현대)의 안일한 태클은 공이 아닌 상대 다리를 터치했고 2개의 페널티킥 실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황인범은 두 차례 실수로 필리페 쿠티뉴(아스톤 빌라)에게 골을 헌납했다.

브라질전 1-5 패배 이후 벤투 감독은 “전반적인 전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실수가 너무 많이 나왔다”며 “이런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경기력이 상상 이상으로 너무도 뛰어났고 오랜 만에 발을 맞춘 대표팀엔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실력차였다.

브라질전 너무도 아팠던 예방주사를 맞았기 때문일까. 칠레전 훨씬 향상된 기량을 뽐냈고 앞선 경기의 불안감은 상당히 해소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날 문제가 다시 나타났다. 중앙에서 패스미스 하나가 화를 불렀다. 전반 23분 황인범이 공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했고 상대에 공을 내줬다. 이후 파라과이의 침투 패스를 정승현(울산 현대)이 확실히 걷어내지 못해 실점을 허용했다.

첫 실점 과정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정승현(왼쪽에서 3번째)과 위로하는 김영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코너킥 이후 백승호의 플레이도 아쉬웠다. 센터백 듀오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에 가담하지 않고 뒤에서 대기하던 백승호는 상대에게 소유권이 넘어가자 공을 빼앗기 위해 과감히 달려들었다. 그러나 백승호는 상대 공격수의 기술 한 방에 제쳐졌고 한국은 상대 역습을 막지 못해 두 번째 골을 헌납했다.

이 밖에도 정승현과 이용, 황인범 등의 잦은 실수는 실점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좋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패배가 당연한 결과라고 보긴 어렵다. 대부분 우리가 주도하는 흐름이었다”며 “다만 많은 실수가 있었고 실점도 여기서 나왔다. 상대의 공격 자체가 우리에게 큰 어려움을 안겨줬다기보다는 실수 두 번이 뼈아픈 실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로 불리는 후방에서부터 차근히 패스 플레이로 풀어가는 축구를 펼친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같은 상대적 약체와 상대할 때에도 좁아진 공격 영역 탓에 제대로 전술을 활용하는 게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처럼 위험한 상황이 자주 나타나진 않았다.

그러나 세계 최강 브라질의 강한 압박과 뛰어난 개인 기술 앞에 패스미스가 속출했고 상대의 빠른 움직임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해 연신 공이 아닌 다리를 건드는 실수를 범했다. 그리 강력하지만은 않다는 평가를 받은 파라과이를 상대로도 이 같은 플레이가 나타난 건 축구 팬들에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한국은 연이은 아쉬운 플레이로 2실점을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월드컵 예선을 치르느라 우리보다 강한 상대들에게 빌드업을 바탕으로 하는 스타일을 제대로 테스트해보지 못한 것도 실수가 속출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좁은 수비 틈으로 패스를 전달할 공간을 찾기 힘들고 그럴 틈도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월드컵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지금부터 전술을 발전시키고 선수들에게 실패를 통해 배우게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더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어느 정도 가능성을 찾아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한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를 만난다. 특히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는 브라질보다는 약할 수 있지만 파라과이보다는 몇 수는 위라는 평가를 받는 팀들이다. 벌써부터 본선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은 결정적인 실수에 울었다. 스웨덴전 상대를 무리하게 막아내려던 김민우의 태클, 멕시코전 장현수의 어처구니 없었던 핸드볼 파울이 한국의 16강행을 가로막았다.

큰 무대에선 실책 하나가 명운을 가를 수 있다.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더라도 득점하지 못하고 실수 한 방에 실점한다면 결국 남는 건 패배뿐이다.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라 한들 승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4년 동안 이어온 스타일을 이제 와서 쉽게 버린다면 그 또한 비판의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이러한 부분이 지속된다면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확연히 달라진 면모를 보이든, 그도 아니라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적 변화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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