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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외면한 벤투 고집, '과정의 공정'을 묻다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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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외면한 벤투 고집, '과정의 공정'을 묻다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28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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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경기 후에도 관심은 2연전에서 단 1분도 뛰지 않은 이강인(21·마요르카)이 독차지했다. 그만큼 이강인의 출전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파울루 벤투(53)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벤투 감독은 27일 서울시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 9월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흐름에 따라 팀이 어떤 걸 필요로하는지 고민했고 (이강인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 전술적, 기술적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궁금증을 명쾌하게 해소시켜주지 못한 답변이었다. 적어도 이강인에게 최소 몇 분의 기회도 주지 않을 이유로는 충분치 못한 설명이었다.

이강인이 27일 카메룬과 평가전에서도 결장했다. 9월 소집에서 특별한 성과없이 스페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강인에게 모든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나폴리), 이재성(마인츠) 등과 함께 유럽 5대 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음에도 대표팀에선 유일하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강인의 활용법에 대한 질문에 벤투 감독은 늘 확답을 피해왔다. 지나치게 이강인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에 경계심을 나타냈고 코스타리카전에 내보내지 않은 뒤에도 “백승호나 김태환, 조유민도 마찬가지로 출전하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이강인이라고 특별할 건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4년 동안 팀을 만들어온 벤투 감독이다. 소속팀 활약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지금껏 자신과 함께 했고 그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들을 주로 선발했고 활용했다. 최근 맹활약에 1년 6개월 만에 이강인을 재소집했지만 기회는 없었다.

후반 25분이 넘어가며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했지만 이 중 이강인의 이름은 없었다. 마지막 교체로 백승호(전북 현대)가 투입을 준비할 때 관중석에선 돌연 이강인의 이름이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수시로 관중석에선 이강인을 외쳤고 경기가 마무리 된 뒤에도 단 1분도 뛰지 못한 이강인의 이름이 상암벌을 뒤덮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이강인이 나서지 못한 이유에 대해 “발전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의 문제였다”며 “선수 개별과 관련한 질문이 팀에 대한 것보다 많이 나온다. 선발한 모든 선수를 출전시키기는 어렵다. 경기에서 팀이 어떤 걸 필요로하는지 분석했다. 9월 경기에선 이강인이 출전하기 좋은 기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경기에서 교체 투입을 준비하며 열심히 몸을 풀었지만 끝내 이강인은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으로 이강인의 이름을 외친 6만에 가까운 관중들과, 같은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을 축구 팬들을 충분히 납득시키기엔 많이 부족한 설명이었다.

이강인을 연호하는 소리도 들었지만 큰 문제 의식을 갖지는 않았다. “사실 귀가 두 개기 때문에 듣지 않을 수 없었다”며 “상당히 많은 팬분들이 말씀해주시는 건 이강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살며 대표팀 축구를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는 이상헌(25) 씨는 귀국 일정 중 소중한 시간을 내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애정을 갖고 있는 손흥민의 골도 보고 만족스러웠다”면서도 “결과보단 내용이 중요한 평가전에서 이강인에게 1분도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에 살고 있는 대학생 고건우(19) 씨는 “월드컵이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더 이상 새로운 선수들을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인 것 같다”면서도 경기 도중 관중들이 이강인을 연호한 것에 대해 “나도 함께 외쳤다. 그 소리가 벤투 감독의 귀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캡틴’ 손흥민도 벤투 감독과 비슷한 말을 했다. “강인이가 정말 좋은 선수이고 리그에서도 잘하고 있지만, (대표팀은) 강인이만을 위한 팀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강인이만 경기를 뛰지 않은 건 아니다. K리그에서 잘 하는 선수들도 분명 경기를 뛰고 싶어서 대표팀에 왔을 텐데 못 뛰게 돼 얼마나 실망했겠나. 그런 상황에서 모든 집중이 강인이한테만 가면, 강인이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후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속에서도 이강인(가운데)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채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이는 벤투의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이강인에 대한 걱정인 동시에 경기를 승리로 이끈 선수들의 노력이 물거품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다.

가장 아쉬운 건 자신이었다. 이강인은 경기 후 “선수로서 뛰고 싶으니까 아쉽기는 하다”면서도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문제다. 소속팀에 돌아가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이 분명히 쌓인다. 나도 그 나이 때 매번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나도 분데스리가에서 잘하고 있는데, 뛰어야 하는데, 뛰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강인이가 이런 부분을 통해 더 성장하고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격려를 건넸다.

이어 “사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될 것”이라고 말한 손흥민은 경기 후 이강인에게 다가가 따스한 포옹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축구 팬들이 이강인이 무조건 선발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스페인 라리가에서 도움 1위에 올라 있는 이강인이 1분도 기회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마치 이강인을 기용해야만 한다는 여론에 반박하기 위해 일부러 그 없이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벤투 감독의 고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이것이 이강인의 결장을 설명하는데 더 논리적이여 보인다는 게 아이러니다.

축구 팬들은 말한다. 이강인 없이 얼마나 속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원활한 공격을 펼쳤는지. 벤투 감독과 대표팀이 이를 해냈다면 이강인의 기용 여부가 이토록 화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부족함을 메우지 못했기에 이강인에 대한 아쉬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과 아쉬움은 월드컵 전까지, 어쩌면 월드컵 때, 그 이후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이번 2연전에서 그를 제대로 테스트해보지 않은 것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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