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이런 분들을 모신다는 건 그 분들의 생각을 듣자는 것이다. 많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정몽규(61) 대한축구협회장은 3일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협회 새 이사진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소통”, “커뮤니케이션” 같은 단어를 여러 차례 썼다.
이유가 있다. 지난 3월 승부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을 돌연 사면하는 과정이 일방적이고 졸속이었던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협회는 3월 28일 한국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축구인 사면을 얼렁뚱땅 결정했다. 사전에 충분한 논의도 없었고 부회장이던 이동국(44), 이영표(46) 등 전직 축구 스타들도 침묵으로 일관해 이사진이 정 회장에게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구조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후 축협은 여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3일 만에 결정을 철회했지만 불신은 끊이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의식했는지 축협은 그동안 축구인들이 주로 맡았던 협회 전무 이사 자리를 이번에 없애고 실무 행정 총괄을 맡는 상근 부회장직에 김정배(57)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앉혔다.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30년간 문체부를 경험한 정통 관료다. 정 회장은 “축구인과 현장 목소리 다양한 게 필요했다. 부회장과 분과위원장들의 (경력이) 많이 분포돼 있어 (김 부회장이) 다 포괄해 축구계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이번 이사진 선정과 관련해 가장 중점을 둔 건 “소통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추천했다”고 했다.
협회가 이날 발표한 명단에는 부회장에 한준희(53) 축구 해설위원(홍보), 원영신(67) 연세대 명예교수(스포츠 사회학), 분과위원장에 소진(56) 전 검사(공정위원장) 이사에 이근호(38), 지소연(32) 프로선수협의회 남녀 회장(선수), 위원석(57)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언론), 전해림(32) 덕성여고 체육교사(여성동호인축구) 등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이 포함됐다.
다만, 그동안 기존 이사진에도 다양한 인물이 포함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이사진 누구나 자신의 소신을 말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서는 여러 분야의 인물을 초빙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서는 ‘심의안건상정소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전에 사안이 적절한지, 내용은 충실한지 소위원회를 통해 먼저 검토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소위원회를 통해 (안건을 사전에) 어느 정도 거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저희가 (이사회)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냐의 문제가 있지만 미리 소통하면 그런 문제가 상당히 걸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배 부회장은 “조직을 활력 있게 움직이려면 막힌 곳이 없어야 한다”며 “내부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외부와 막히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4일부터 정식 업무에 들어간다는 그는 “협회 내부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일으킬 소재를 파악하고 시급히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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