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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도 인정한 넷플릭스 '거대 자본'... 내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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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도 인정한 넷플릭스 '거대 자본'... 내실은?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6.23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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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돈 많다'는 넷플릭스는 정말로 부족함이 없을까.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OTT)가 한국에 4년간 총 25억달러(한화 3조2370억원)을 투자한다. 앞서 넷플릭스와 협업한 창작자들이 입 모아 "넷플릭스는 금전적 지원이 풍부하다"고 밝힌 바. 작게는 수천, 많게는 수억이 드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 따라 넷플릭스로 향하는 창작자들이 더욱 집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영화를 핸드폰으로 보는 것만큼은 하지 않길 바란다"는 박찬욱 감독도 모바일 디바이스에 특화된 넷플릭스와 손 잡으며 자본력을 이야기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리지널 영화 '전,란'으로 넷플릭스와 첫 협업하는 박찬욱 감독은 21일 진행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와의 강연에서 "전,란은 사극에 무협 액션이라 어느정도 규모가 따라줘야 하는 작품"이라며 "넷플릭스가 가장 좋은 지원을 약속해서 즐겁게 하고 있다. 간섭도 없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넷플릭스로 향한 선구 제작사, 파트너십 지속 이유는?

테드 서랜도스는 지난 22일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간담회에서 K콘텐츠 파트너십 강화에 큰 의지를 드러내며 금전적 지원에 대해 "시장 최고 수준으로 보상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언급했다.

제작사 대표들도 파트너십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을 드러냈다. 이들은 금전적 지원 외에도 다양한 지원 제도, 콘텐츠에 접근하는 태도, 적극적인 국내외 마케팅 등을 넷플릭스의 매력점으로 꼽았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리지널 영화 '20세기 소녀', '콜'을 선보이고 '독전2', '로기완'을 준비 중인 임승용 용필름 대표는 "극장 영화가 아님에도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기준이 굉장히 높아서 전 세계 모든 관객을 대상으로 좋은 품질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후반작업이 치밀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용필름은 영역을 확장해 일본 넷플릭스와도 작품을 만들고 있다.

'오징어 게임'으로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을 완성하고 최근 시즌2 라인업을 공개한 김지연 퍼스트맨 스튜디오 대표는 "스토리에 대한 이해와 실험, 도전 등을 함께해준 것이 오징어 게임의 성과를 가져온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어워드 레이스를 뛰면서 문화적 소통 등의 난관이 많았는데 넷플릭스가 이 부분에서도 적극적인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도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같이 뛴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프로듀서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넷플릭스 크리에이트 부서에서 던지는 좋은 질문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마케팅이 인상 깊었다고. 그는 "그동안 한국에서 이뤄지지 않았던 오프라인 행사를 동반해 파격적인 방식으로 홍보를 한다"고 칭찬했다.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오리지널 시리즈 'D.P.', '지옥'으로 국내외 흥행을 이끌었다. 두 작품 모두 시즌2 준비에 있다. 이 밖에도 영화 '발레리나'가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연상호 감독의 신작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로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조합을 선보인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영화 외에도 예능,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사전제작으로 이뤄지는 넷플릭스 예능의 등장으로 국내 예능 생태계가 변화의 기점을 맞이했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 '솔로지옥' 시리즈로 국내 예능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김수아 시작컴퍼니 대표는 "주당 한 편, 1년에 50편을 만드는 예능 환경이 넷플릭스 예능을 통해 사전 제작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경험했다. 사전제작을 통해 예능 기획 틀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특히 소수의 유능한 크리에이터들이 큰 방송국 네트워크 없이도 스튜디오화해 예능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가져온 변화는 VFX 같은 기술 혁신에도 적용됐다. 2018년 설립해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택배기사' 등의 VFX를 만든 웨스트월드는 임직원 3명에서 출발해 191명 규모로 대폭 성장했다. 담당 작품도 7편에서 57편으로 8배 이상 증가, 매출은 74배 가량 증가했다. 이를 통해 크리처물에 특화된 기술, 버추얼 CG 기술을 갖춘 독립 회사로 거듭났다.

◆ 넷플릭스와 창작자,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그럼에도 변화할 지점은 있었다. 격변하는 콘텐츠 시장 속 K콘텐츠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넷플릭스도 함께 한발 더 내딛어야 한다는 전언이다.

김수아 대표는 "드라마, 영화에 비해 예능 콘텐츠가 적다. 물량이 많아야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단순하지만 사실인 부분"이라며 "사전제작에 있어서도 한국 예능은 주당 작업하던 습관이 있어 사이클이 빠르다. 기획하는 동안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릴리즈되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승민 대표는 "현재 한국 콘텐츠가 화려해 보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위기이기도, 기회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와 작업하며 그동안의 수익분배와는 다른 지점의 고민이 생긴다"며 국내 영화, 드라마에서 이뤄지는 PPL을 예로 들어 "제작자, 제작사가 지속 가능하도록 창작자 수익을 배가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창작자들은 PPL을 할 때 시청자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창의력을 발현한다. 창작 수익 부분에서도 재미있는 룰이 생기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한 넷플릭스 K콘텐츠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자극성' 문제도 넷플릭스의 책임감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관람 유형 문제일 수도 있다. 기획하면서도 시청자들이 이탈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자극적인 부분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영화를 좋아하고 시리즈를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다른 형식의 작품을 보고 싶다. 한국에서도 '로마' 같은 작품이 나오길 바란다.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려면 다양성이 공존해야 한다. 클래식한 문법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창작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파격적인 지원은 많은 창작자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몰리는 현상을 빚기도. 김지연 대표는 "제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넷플릭스로 작품이 몰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것이 나쁘다 좋다를 떠나서 이런 시기일 수록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 모든 것이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아젠다에 집중하지 않길 바라며 로컬에서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오징어 게임 시즌1 성공을 바탕으로 시즌2는 좋은 환경에서 작업하고 있고 적극적인 지지도 받고 있어 개인적으로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가능성 있는 작품에게 더 적극적으로 서포트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승용 대표 역시 "아무래도 리딩컴퍼니다 보니 모든 스토리가 원하는 첫 번째 대상이 됐다. 그렇기에 기성 감독님,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창작자를 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겠지만 가능성 있는 신인들도 많다"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자체로 집중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세기 소녀'에서 노윤서 배우가 새로운 얼굴로 들어왔을 때 그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초심을 잃지 않길 기대하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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