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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주는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김강선의 꿈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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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주는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김강선의 꿈 [SQ현장]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7.04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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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3일 오후 찾은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은 조용했다. 휴관일이라 그런지 체육관 주변에는 산책하는 시민 외에는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체육관 안에도 전부 불이 꺼진 채 조용했다. 하지만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불이 환하게 켜진 보조경기장(농구 코트)이 한눈에 들어왔다. 코트 바닥에는 신발이 끌리는 소리가 연신 울렸다. 훈련하는 선수들의 함성이 고요한 체육관을 깨우고 있었다.

훈련 중인 선수들은 전(前) 고양 데이원 선수들이다. 2022~2023시즌 고양 캐롯 점퍼스 소속으로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이들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한 시즌 만에 이들은 무적(無籍)이 돼버렸다. 지난해 8월 캐롯을 창단한 데이원스포츠가 시즌 내내 재정난으로 팀을 부실하게 운영하면서 지난달 KBL 최초로 제명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본 건 선수들이다. 2월부터 월급이 밀렸다. 일부 선수들은 신발을 직접 사서 신었고 식사도 본인 돈으로 해결했다. 집세가 밀린 선수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어 4강 플레이오프까지 갔다. 모든 게 힘들었지만 그들을 지지해 주는 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 고양 데이원 선수들이 3일 고양체육관 지하 2층 보조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3일 만난 김강선(37)은 “마음만 답답한 게 아니었다. 몸도 힘들었고 머리도, 몸도 힘들고 돈도 없고… (구단에서는) 기다리는 말밖에 하지 않으니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팬들을 위해 경기에 나가야 했다. 힘들어도 열심히 참고 뛰었다”고 했다. 캐롯에서 지난 시즌 프로 데뷔한 안정욱(23)은 “제가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인데도 월급을 못 받으니까 부모님께 아주 죄송했다”고 했다.

KBL도 선수들 지원에 나섰다. 고양체육관 측과 협의해 훈련 장소를 마련하고 체육관 근처 숙소(오피스텔)를 마련하고 식사 등을 지원하고 있다. 6월1일분부터는 선수들의 연봉도 우선 지급하고 있다.

선수들은 지난달 19일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감독도 코치도 없이 트레이너 2명(윤유량·조승현)과 함께 하고 있다. 현재 체육관에 나오는 선수는 10명. 김강선, 김민욱(33), 김진용(29), 김진유(29), 안정욱, 전성환(26), 조재우(24), 최현민(33), 한호빈(32), 함준후(35)이다. 원 선수단에서 2명이 국가대표로 차출됐고 6명이 입대를 했다.

김강선(왼쪽)과 안정욱이 3일 고양체육관 지하 2층 보조경기장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김강선(왼쪽)과 안정욱이 3일 고양체육관 지하 2층 보조경기장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훈련 기간 복수의 언론들도 이들을 찾았다. 하지만 아직 팀을 찾지 못한 만큼 김강선의 마음이 좋을 수 없다. “저희는 운동하는 선수라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팀 문제로 다뤄지기 때문에 마음이 좋지는 않죠. 그럼에도 이렇게 인터뷰하는 이유는 저희가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이게 팀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보통 아침 10시께 체육관에 모인다. 각자 보충해야 할 훈련을 하고 다 함께 점심을 먹는다. 이후 오후 훈련을 함께한다. 이날 선수들은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코트에서 대열을 갖추고 좌우로 움직이면서 몸을 다졌다. 19도로 맞춰진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 2대가 시원한 바람을 뿜고 있었지만 선수들의 유니폼은 금세 젖었다. 선수들은 연신 이온 음료를 들이켰다.

김강선의 머릿속은 딱 한 가지다. 새 기업이 구단을 인수해 팀 후배들과 농구하는 것이다. 그는 “저희 팀의 감독님부터 코치님들, 선수들,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모두 함께 새 팀에서 행복하게 농구하는 그 생각뿐이에요.”

3일 고양체육관 지하 2층 보조경기장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 [사진=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KBL은 현재 이들을 인수할 기업을 물색 중이다. 하지만 불발될 경우 오는 21일 선수들을 대상으로 특별 드래프트를 할 시행할 예정이다. 드래프트를 하게 되면 선수들은 흩어지게 된다.

인터뷰 내내 표정이 어둡던 김강선의 얼굴이 펴진 건 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시즌 중에도 치킨 등 간식을 사온 팬들은 요즘에도 꾸준히 체육관을 찾아 빵과 음료수, 도시락 등을 건네준다고 한다. 심지어는 선수들이 훈련하면서 입는 트레이닝복 상하의, 양말, 타이츠까지 모두 팬들이 준비해 준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장에도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지켜봤다. 초등학생 두 아들과 남편하고 경기장을 찾은 한기연(40) 씨는 “둘째 아이 태교를 농구로 했다”며 “아이들도 (농구 선수들) 형을 보면서 꿈을 키웠는데 빨리 팀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한 씨의 두 아들은 십시일반 모은 용돈으로 선수들에게 샐러드 등 간식을 준비해 왔다.

김강선은 “팬들이 저희에게 엄청난 사랑을 주고 계신다. 그게 너무 감사하다. 저희가 보답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사실 없다”며 “빨리 좋은 (우리를)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 이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게 꿈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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