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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완성도 '콘크리트 유토피아', 텐트폴 화려한 대미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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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완성도 '콘크리트 유토피아', 텐트폴 화려한 대미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7.3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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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한국영화 빅4 마지막 주자다운 완성도로 관객 앞에 선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31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시사 및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엄태화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6일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밀수'를 시작으로 내달 2일 동시 개봉하는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 김용화 감독의 '더 문'과 함께 한국영화 빅4로 나서는 작품이기도. 영화는 내달 9일 개봉해 여름 텐트폴 영화 대미를 장식한다. 

앞서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 내노라하는 한국 영화 주역들이 뭉쳐 눈길을 끈 바. 대지진과 강추위라는 재난 상황 속에 유일하게 남은 공간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기반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구축한다. 이러한 그림을 통해 다양한 군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의 전개가 황궁 아파트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 3층 높이의 아파트와 로비까지 이어지는 세트장을 직접 설치하고 각 인물을 표현하는 아파트 내부 역시 꼼꼼한 미술 설계를 적용해 온기가 묻어있는 실제 아파트 같은 모습을 자아낸다. 

엄태화 감독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스케일이 커보이는 게 중요해서 최소 금액 대비 최대 효과를 추구했다. 그러다 보니 연극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며 "소농장이 옆에 있는 탓에 소가 자주 울어 에러 상황이 있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황량한 느낌을 더하는 대지진 이후 풍경에 대해서는 "지진이 난 사진을 많이 참괬다. 하지만 레퍼런스가 된 것은 사진보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였다. 이 영화의 톤이 피카소의 '게르니카' 같은 톤이 될 것 같다고 스태프에게 공유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한국 사회 발전과 함께 등장한 아파트를 주거 이상의 의미로 담아낸다. 엄태화 감독은 "웹툰에서 중요한 소재가 아파트라는 소재인데 아파트를 영화에 잘 담아내기 위해 한국 사회와 문화를 공부하다 보니까 70~80년대 아파트가 한국 버블 경제와 맞물려 생겨나고 빠르게 발전한 사회에서 안 좋은 부분들이 생겨나기도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과 영화의 포문을 아파트를 소재로한 다큐멘터리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콘크리트'라는 것은 현실에서 존재하고 '유토피아'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세계라 두 단어가 붙어있는 아이러니가 마음에 들었다"며 "박해천 작가님의 책에서 느낀 감정을 오프닝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KBS PD님에게 제안드려서 오프닝에 담아봤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제목부터 주제 의식이 강할 수밖에 없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만드는 내내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주제에 매몰되지 않아야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아파트가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는 설정은 앞서 제작된 드라마 '해피니스', 영화 '#살아있다' 등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엄태화 감독은 "만들 때 중요한 것은 현실성이었다. 오늘 저녁에 이런 재난이 갑자기 벌어진다면 한국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미술과 배우분들의 연기 톤, CG 톤도 조율했다"며 "현실적인 것에서 오는 블랙코미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 사람이라면 재난 상황에서도 이렇게 행동할 것 같다는 게 저에게도 재미있게 다가온 지점이다. SF나 판타지가 아니기에 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지인들이 새로 공개하는 영화가 뭐냐고 해서 '세상이 다 무너졌는데 그 아파트만 남았다는 설정'이라고 설명하니 '어느 시공사냐'고 하더라.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고 재치를 더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 사건은 이병헌이 연기한 아파트 주민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아파트 주민들의 권유로 대표 자리에 앉은 영탁은 아파트 주민을 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극을 이끌지만 일련을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점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인물로 변모한다. 

엄태화 감독은 "사실 처음 영탁을 썼을 때는 스트레이트한 인물이었다. 인정받지 못했던 삶을 재난 이후에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권력욕이 드러나는 인물이었는데 이병헌 배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금 변했다"며 "재난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서 선택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고, 모두가 자신의 선택을 대신해줄 사람을 찾지 않을까. 그런 선택이 모여 영탁이라는 인물이 등 떠밀리듯 자리에 앉고 점점 변화하는 모습으 보여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한 신을 추가했다. 영탁이 밖을 보다가 아파트를 쳐다보는 장면이 있는데, 병헌 배우님이 그 장면 하나로 인물의 변화를 표현하는 걸 보고 '이게 영화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이병헌은 "이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캐릭터 하나하나가 극단적인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기심, 이타심들이 적정선에서 조금씩 다양하게 나타난 것 같다. 그래서 영화가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이런 인간들이 모여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했을 때 보여지는 인간성 등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정말 오랜만에 이런 블랙코미디 이야기를 읽어서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블랙코미디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릴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면서 블랙코미디의 색도 확실하게 유지하는 영화는 너무 오랜만이라 개인적으로 신나게 촬영했다"고 작품 선택 과정을 회상했다.

박서준 역시 "비슷한 장르라든지 설정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풀어 가느냐 차이로 작품 색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저도 시나리오가 너무 빠르게 읽히고 재미있었다"며 "촬영하면서 크게 느낀 것은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토론의 자리를 가질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토크를 좋아하는 편인데 서로의 생각도 알 수 있고 그것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만의 강점을 소개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서준과 박보영은 신혼 부부 호흡을 맞춘다. 이에 대해 박서준은 "둘의 관계를 제3자의 입장에서 보려고 했는데 짠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아쉽다는 생각이 더 컸다. 예쁜 모습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과 짠함이 있다"고 말했다.

박보영 또한 "꽁냥꽁냥을 보고 싶어하는 분들에겐 아쉬울 수 있지만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만족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꽁냥꽁냥한 작품으로 호흡을 맞추면 되지 않나"고 덧붙였다.

이에 엄태화 감독은 "민성이(박서준 역)가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시면 재난 전에 두 사람이 어떻게 꽁냥꽁냥하게 지냈는지 전사를 보실 수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에 앞서 전세계 152개국 선판매 소식과 함께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인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하와이국제영화제 등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엄태화 감독은 "한국에서의 아파트가 여러 맥락을 갖고 있는데 결국 영화는 보편적인 인간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런 배경이 해외에서 보기에 생소할 수는 있어도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재미있게 보시고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를 품었다.

끝으로 엄태화 감독은 "영화 끝나고 쿠키음악이 있으니 꼭 들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지후가 엔딩 크래딧 OST를 직접 부른 것. 박지후는 "후시 때 감독님이 제안해 주셨는데 극중 영탁이가 부른 것과 달리 모든 것을 잃고 공허한 혜원이 부르면 좋겠다고 하셔서 음치이긴 하지만 분위기를 잡아서 불러봤다"고 겸손한 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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