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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가 사랑한 배우' 김신록, 디즈니+도 탐냈다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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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가 사랑한 배우' 김신록, 디즈니+도 탐냈다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8.0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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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배우 김신록(42)에 대한 첫 기억은 연극 무대였다. 극 분위기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하는 얼굴, 제4의 벽을 넘어 관객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 그와 어울리는 단단하고 힘 있는 목소리. 연기 외적으로는 김신록의 출연작을 따라가는 연극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로 작품을 보는 안목도 좋았다.

하지만 그 시절 김신록은 '연극 배우' 김신록이었다. 김신록이 가진 폭발적인 에너지를 카메라 렌즈가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김신록의 진가를 담아낼 감독은 누가 될까 기대됐다.

이러한 의구심과 기대는 생각보다 빠르게 해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OTT) 시장이 새롭게 열리며 일명 '경력직 같은 신입'을 찾는 감독들이 늘어났고, 무대 배우들이 대거 유입되는 과정에서 김신록도 자연스럽게 매체에 자리 잡았다.

김신록.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김신록.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는 2021년 한창 한국 콘텐츠 시장을 넓히고 있던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고 '지옥'을 통해 김신록이라는 세 글자를 새겼다. 김신록은 제20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생애 첫 시리즈 수상을 이루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해 감독들의 선택은 김신록이었고, 전문가들의 선택 또한 김신록이었다. 이후 쿠팡플레이 '어느 날', 넷플릭스 '모범가족'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다. OTT는 출중한 연기력을 가진 김신록을 두 팔 벌려 환영했고 김신록도 이들과 함께 성장했다. 여기에 최고 시청률 26%를 넘긴 JTBC 히트작 '재벌집 막내아들' 진화영이 더해졌다.

김신록은 "2019년 촬영한 '방법'을 2020년 오픈했는데, 그때가 OTT 플랫폼이 수입되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이후 OTT가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콘텐츠 작업을 하게 됐다"며 스스로 "콘텐츠 시장 다변화의 수혜를 입은 케이스"라고 인정했다.

OTT 시장의 선호에 대해서는 "매체 경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시청자들이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운이 있는 거다. 재벌집 고명딸을 하다 복수를 꿈꾸는 여청계 형사가 돼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시장 점유율 1위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부푼 꿈을 안은 디즈니+의 선택도 김신록이었다. 디즈니+ 한국 콘텐츠 최초 전 세계 동시 공개작인 '형사록 시즌1'를 세상에 내놓기도 전에 시즌2 제작을 확정하며 웰메이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동화 감독은 이에 부응하듯 시즌2 가장 중요한 역할에 김신록을 캐스팅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형사록 시즌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형사록 시즌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형사록 시즌2는 시즌1에 등장한 협박범 '친구'의 숨은 배후를 쫓기 위해 다시 돌아온 형사 택록(이성민 분)의 마지막 반격을 그린 작품이다. 김신록은 금오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1팀 팀장 연주현 역을 맡아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부녀로 호흡한 이성민과 재회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당시 이성민과 대면하는 신이 적어 내심 아쉬웠던 김신록은 형사록 제안이 오자 기쁜 마음으로 대본을 읽었다. 시즌1이 공개되기 전부터 업계에 퍼진 "작품 잘 나왔다"는 소문도 한몫했다. 기존 형사록 팀이 끈끈한 팀워크로 시즌1을 마무리한 탓에 새롭게 투입되며 겪는 어색함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성민이 적극 나서 김신록을 보호했다. 이성민은 초반 적응 과정에서 발생한 김신록의 NG컷들에 "오디오 NG지?"라며 재치 있게 넘기곤 했다. 이처럼 김신록은 한동화 감독의 신뢰와 이성민의 튼튼한 울타리 속에서 또 하나의 인생캐를 경신할 수 있었다.

'형사록 시즌2' 종영과 함께 만난 김신록은 "제작발표회 당시 (이성민) 선배님이 '딸에서 상사로 만나니 어떠냐'는 질문에 '재벌집에서는 즉흥적이고 본능적으로 연기해 상대를 당황시키기도 했는데, 형사록에서는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더라.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웠다'고 말씀해 주셨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이어 "답변을 들으면서 저도 생각을 해봤다. 재벌집에서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을 동시에 지닌 약자의 위치에 섰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상사의 위치에 있다. 역전된 관계를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륜과 경력이 훨씬 많은 택록이기 때문에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아랫사람이었다. 이를 카리스마로 제압하는 느낌을 줘야 해서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형사록 시즌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형사록 시즌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연주현은 극 초반부 긴장감을 부여하고 중반부부터 반전을 선사하는 인물이다. 택록의 적처럼 보이는 그가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스토리 전개를 뒤집는 핵심이다. 김신록은 "진화영이 속을 전부 드러내는 인물이었던 반면 연주현은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라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좋았다. 감독님께서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중의적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4부까지 대본을 받고 시작했어요. 감독님께서 '뒷부분부터는 택록과 공조하게 될 것'이라며 '공조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라'라고 하셨고 연주현이 내근직 공무원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래서 두 가지를 떠올렸어요.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겠다 다짐한 연주현, 압력과 바람을 버텨내는 연주현. 한 손은 주먹을 쥐고 한 손은 펼친 은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그래서 초반부는 목소리도 라이트하게 썼고 원칙주의자면서도 큰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은 없게끔 보이도록 노력했어요. 정체가 드러나고 나서야 가죽 잠바도 입고 현장 나가는 사람처럼 변하죠. 그때는 감출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김신록은 첫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액션신이 없을 것"이라는 감독님의 말에 훈련을 제외했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며 갑작스럽게 액션신이 등장, 결국 부랴부랴 소화하게 됐다. 초반부 유도신도 직접 소화했다고.

그는 "얼굴을 노출하지 않기로 했는데 찍다 보니까 노출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호출받고 갔다. 무술팀 분들이 제가 업기만 하면 바로 내쳐지셔서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었다. 몸의 에너지라도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팔굽혀펴기로 텐션을 올리고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더라. 편집된 걸 보니 절묘했다. 카메라의 힘, 편집의 힘, 후반 작업의 묘미가 느껴지는 장면"이라며 "형사록 작업을 하면서 후반 작업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 시사실에서 1, 2화를 함께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 내용을 알고 같이 찍었는데도 재미있었다. 후반 작업의 예술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얼굴을 맞댄 사람 간의 호흡만 생각하기 쉬운데 편집을 담당하시는 분들도 큰 공을 세우고 계셨다"고 감탄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형사록 시즌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형사록 시즌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액션 장면이 풀샷으로 잡힌 것에 대해서는 "훨씬 잘했으면 카메라가 클로즈업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유쾌하게 웃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액션에 입문했다면 다음에는 성아 역 경수진, 경찬 역 이학주 배우님들처럼 제대로 된 액션을 하고 싶다. 김현주, 전도연 선배님이 나이를 고려치 않고 멋진 액션을 소화하시는 보면 더욱 욕심이 생긴다"며 "30대까지는 액션 배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엑티브한 활동을 좋아해서 잘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잘하진 못하더라.(웃음) 계속 도전해서 완성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찬욱 감독이 각본으로 참여한 넷플릭스 영화 '전, 란'에서도 액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전, 란에 액션신이 있어서 액션스쿨을 두 달 정도 다녔다. 클로즈업은 잘만 하면 들어오지 않을까. 액션스쿨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며 "형사록에서는 잘하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수료생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성민 선배님께 이렇게 말하니 '처음에 가면 다 그래!'라고 하시더라"라고 실감 나는 성대모사를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스위트홈 시즌2', '지옥 시즌2', '유괴의 날' 등도 촬영을 진행 중이거나 공개를 앞두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항상 바쁘게 살아온 '워커홀릭'이기에 주변으로부터 "오히려 지금이 더 한가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매체와 무대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도 있어 최근 제안 받은 무대 차기작을 내년쯤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 강연과 서적 집필까지 더해지니 몸이 10개라도 모자란다는 말이 딱이다.

"지금도 일정이 맞고 취지에 동의하면 되도록 많은 활동에 참여해요. 약속한 날이 다가오면 이불킥 하며 '왜 한다고 했을까' 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준비하긴 하지만.(웃음) 그래도 그 시간을 겪고 나면 예외 없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희한하게 그 시즌에 중심으로 하는 작품과 연동되면서 서로서로 영감을 주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일종의 물리적 동조라고 할까요. 파장이 다른 파장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결국 서로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김신록은 제작비 500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대작 '무빙'을 통해 디즈니+와의 연을 이어간다. 베일에 감춰진 거대 세력 내에서 임무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계획하고 지시하는 인물 여운규로 분해 또 한 번 이미지 변신에 도전한다. 무빙은 오는 9일 1화부터 7화까지 전 세계 동시 공개되며 이후부터는 매주 수요일 2화씩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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