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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라는 갈대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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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라는 갈대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8.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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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참나무와 갈대'라는 이솝 우화가 있다. 굵은 심지를 자랑하던 참나무가 강한 바람을 만나 힘없이 부러진 채 "작고 연약한 갈대야, 너는 어떻게 바람이 불어올 때 부러지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에 갈대는 "그 누구도 바람을 멈출 수 없다"며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대처 방식을 이야기한다. 

의지와 상관없이 불어오는 역경에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 그 유연함 속에는 눈에 보이는 심지보다 단단한 뿌리가 있다.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는 문장은 도경수(30)가 걸어온 길과 이어진다. 2012년 그룹 엑소(EXO)로 데뷔해 K팝 글로벌 전성기에 한 목차를 새기고 데뷔 10주년을 맞은 아이돌 가수 디오(D.O.)이자 9년 차 배우 도경수가 되기까지. 바람 잘 날 없었던 20대를 지난 그는 유연한 태도와 단단한 마인드를 갖추고 또 다른 바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경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도경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으로 돌아온 도경수는 달에 고립된 우주대원 황선우 역을 맡아 외로운 사투를 벌인다. 앞선 작품들에서 보여준 출중한 연기력으로 '아이돌 출신' 꼬리표를 떼어낸 지 오래, 이번 작품 역시 관객 몰입을 이끌며 호평을 자아냈다.

도경수는 최근 진행한 스포츠Q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선우를 연기하며 느꼈던 용기, 희망, 위로 등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했다. 공감을 드렸다는 부분에 있어 이미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마음"이라며 "아직까지는 '너 때문에 (극 몰입에) 방해가 됐다'는 평을 못 들었다.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선우에게 위로받았다"고 밝힌 그는 첫 시사 당시 출연 배우 이상으로 몰입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그는 "드라마에 흡수됐다. 설경구(재국 역) 선배님께서 선우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김희애(문영 역) 선배님께서 인류애를 이야기할 때 등 두 번 정도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들 안 우셨나요? 저만 울었나요?"라고 당황한 듯 되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도경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도경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도경수의 촬영 일지

이번 작품은 도경수의 독백 아닌 독백들로 채워졌다. 고립된 장소에서 펼쳐지는 재난이기에 촬영 시 다른 배우와 마주할 일이 없었던 것. 설경구와의 대면 촬영은 2~3신, 같은 우주대원으로 초반 신을 함께한 김래원은 2번 정도 마주했지만 첫 촬영에 와이어 연기까지 더해져 정신없이 흘러갔다. 김희애는 제작발표회가 생애 첫 만남이었다. 이에 배우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걸맞은 '비대면 연기'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극한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이 더 편했던 지점도 있다"며 "눈을 보고 하는 연기가 더 어렵다. 혼자서 하는 연기는 순간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상대와 호흡하는 연기는 리액션을 해야 한다.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즉각적으로 캐치하고 리액션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평생 한 번쯤 연기해보고 싶은 선배님들이잖아요. 직접 마주 보고 연기하며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들이 많을 텐데, 이런 배움이 없어 아쉬웠어요. 엔딩 장면에서 설경구 선배님의 얼굴을 보고 지었던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거든요. 짧은 만남에도 그 정도의 감정이 느껴지는데 대사 한 번 못 나눠봤다는 아쉬움이 컸죠."

[사진=CJ ENM 제공]
영화 '더 문'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달에 갇힌 도경수는 홀로 모든 장면을 상상하고 만들어 가야 했다. 스크린을 통해 나누는 대화조차도 혼자 해내야 했지만 적절한 감정을 유지하며 중심축 임무를 완수했다. 여기에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는 와이어 액션도 완벽하게 소화해 현실감을 더했다. 정말이지 '고생 많았던' 도경수다.

그는 "가장 많이 들었던 반응이 '너 정말 고생 많았다'였다"며 "하지만 오히려 VFX 힘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주를 걷는 장면은 '내가 찍은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제처럼 표현됐다. 또 세트가 실제와 같아서 고립된 상황에 자연스럽게 몰입했다. 우주선에 들어가면 정말 답답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스크린 밖으로 전달되는 폭발적인 감정 연기에 대해서는 "사전 연구는 하지 않았다. 처한 상황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본능적인 감정을 표현하려는 연기 스타일"이라며 "저는 제 연기에 아쉬움이 많은 편이다. 조금 더 표현할 걸, 조금 더 자연스러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부분이 항상 있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모여 발판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수년간의 아이돌 경력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우주 용어는 EXO-K와 EXO-M으로 나뉜 글로벌 그룹 데뷔 시절의 중국어 공부 기억을 되살렸고, 와이어 액션은 안무를 터득하듯 배웠다. 습득력이 좋다 보니 영화 초반에 등장한 중력가속도 연기도 실제 영상을 한 번만 보고 표현했다.

도경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도경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겸손함이 만든 위치

도경수는 지나치리만큼 겸손함이 몸에 밴 배우였다. 자신에 대한 모든 칭찬을 감독과 스태프에게 돌렸고 작품 성적도 관객 손에 맡겼다. 답변 곳곳에 '피해주고 싶지 않다'는 문장이 반복되기도 했다.

"피해주지 말자는 생각이 커요. 가수와 연기자 생활을 병행하면서 군대까지 다녀오다 보니까 주변인들에게 피해주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데뷔 초) 멤버들이 나가는 걸 겪기도 했고요. 이런 경험들이 모여 만들어진 생각인 것 같아요.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배우 스케줄과 체력을 위해 통상 5타임 이상 진행하지 않는 영화 인터뷰를 이틀간 14타임 가까이 진행한 것 또한 취재진 편의를 위한 선택이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권유한 사진 촬영은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인사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다음 스케줄 상 사진 촬영을 거절하고 가는 길에 아쉬움을 표현한 것도 도리어 도경수 측일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이는 신인 배우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도경수는 "텐트폴 주연에 대한 부담이 있다. 하지만 부담감보다 역할에 충실히 하려고 한다. 홍보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경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도경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적에 대해서도 "(조)인성이 형이랑 같은 시기 개봉에 관해 이야기하긴 하는데, 제발 영화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다. 코로나 이후 관객 수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모두 좋은 영화들이니까. 이 기회를 빌려 관객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며 "제발!"이라고 두 손 모아 외쳤다.

오는 12일 첫 방송 예정인 JTBC 드라마 '힙하게'에 출연하는 멤버 수호와도 응원을 주고받았다. 그는 "멤버들끼리 연기 조언은 안 한다. 제가 연기에 대해 그 정도로 이야기할 수준도 아니고, 각자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 있을 거다. 연기를 배울 때도 누군가를 따라 한다는 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사람마다 고유의 성향 차이가 있고 그것이 캐릭터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저 '70~90대가 돼도 잘 되자'고 표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2021년 1월 제대한 도경수는 더 문에 이어 드라마 '진검승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촬영하고, 첫 솔로앨범 '공감' 발매 및 드라마 OST 참여, 엑소 정규 7집 '엑지스트(EXIST)'를 선보이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여기에 올 하반기에 선보일 두 번째 솔로앨범을 위한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마쳤다.

가수와 연기자 활동을 정확히 5대5 비율로 보고 있다는 그는 "노래는 3분짜리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도 똑같다. 그렇기에 5대5로 가져가면서 동시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솔로앨범 녹음도 작년 5월에 끝냈다"고 알렸다.

도경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도경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올라운더로 활약하며 지치는 순간은 없냐고 묻자 "오히려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군대 가기 전에는 일주일 이상 쉬어본 적 없다. 예전으로 돌아가면 다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반대로 지금은 행복하고 여유롭다"고 답했다.

이어 "저는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쉬우면서도 어렵다"며 "옛날에는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내 감정을 드러내는 걸 힘들어하곤 했다. 그런데 그 순간들에 '왜'라는 질문이 생기며 바뀐 것 같다. 스트레스가 아주 없을 수는 없으니까 스트레스 받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도경수가 출연한 더 문은 전국 영화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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