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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부산행, 전주 농구팬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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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부산행, 전주 농구팬이 뿔났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8.3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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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전주시의 안일한 행정에 농구팬들은 뿔났다. KCC가 22년을 머문 전주를 떠나 부산으로 떠난다는 소식이 30일 전해진 뒤 농구팬들은 전주시 홈페이지에 분노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KCC가 연고지 이전을 검토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CC의 연고지 이전 얘기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원칠보체육관이 완공되면서 수원시가 KCC에 러브콜을 보냈다.

KCC의 홈인 전주실내체육관은 1973년 완공돼 KBL 10개 구단 홈구장 중 가장 낡았다. 당시 안전등급심사에서 C등급을 받았다. KCC가 전주시 측에 경기장의 개보수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KCC의 연고지 이전 가능성이 생기자 당시 전주시는 KCC에 체육관 신축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KCC는 연고지 이전을 철회했다.

최형길 전주 KCC 단장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 빌딩에서 열린 이사회 종료 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 전주 KCC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변경하는 안건이 승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최형길 전주 KCC 단장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 빌딩에서 열린 이사회 종료 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 전주 KCC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변경하는 안건이 승인됐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 운동장 부지에 전주체육관을 신축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전주시의 약속이 실현되는 듯했다. 지난해 3월 김승수 전주시장과 전창진 KCC 감독 등이 참석해 기공식을 열고 올해 12월까지 완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공사는 제때 시작하지 않았고 이달 초 발주됐다.

설상가상으로 전주시가 최근 KCC에 전주실내체육관을 비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관 부지를 소유한 전북대가 국책사업인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을 하는데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체육관을 철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KCC는 홈구장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일부 도의원들과 팬들의 반발로 전주시는 지난 22일 기존 전주실내체육관의 철거와 신축 구장의 완공이 2026년에 동시에 이뤄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KCC의 마음은 이미 떠난 뒤였다.

최형길 KCC 단장은 30일 강남구 KBL센터에서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것은 올해 4월이었다”며 “새 체육관을 저희(KCC)보고 직접 지으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5월에는 전주시와 프로야구 KBO가 야구장 건립 활용 계획을 논의하는 것을 보고 '농구는 뒷전이 됐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전주실내체육관. [사진=연합뉴스]

전주시는 2026년 개장을 목표로 새 야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착공식을 열었다.

최형길 단장은 ”연고지를 옮기면서 가장 고민이 되고,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역시 22년간 응원해 주신 전주 팬들"이라며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죄송하다는 얘기뿐"이라고 했다.

KCC는 홈구장으로 부산 사직체육관을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사직체육관은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 썸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KCC는 올해 강력한 우승 후보다. 허웅과 이승현, 라건아가 있는데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로 최준용을 영입했다. 송교창이 11월 제대를 앞두고 있다.

프로농구에서는 연고지 이전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수원 KT는 KTF 시절이던 2003년부터 부산을 연고지로 옮겼다. 하지만 부산시와 연습용 경기장 문제로 각을 세우다 2021년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18년 만의 갑작스러운 연고 변경에 팬들은 크게 놀랐다.

오리온스(소노 스카이거너스 전신)의 고양으로의 연고지 이전은 농구계의 흑역사로 꼽힌다. 프로농구 원년이던 1997년부터 대구를 홈으로 썼으나 오리온스는 갑작스럽게 2011년 경기도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당시 구단은 “3~4년간 성적이 너무 나빴고 고양시에서 적극 유치를 원해서 연고를 이전할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지만 조용하고 갑작스럽게 추진된 이전이었다. 팬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의견이 대다수였고 이 때문에 이 사건은 ‘야반도주’라는 딱지가 붙었다.

2021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를 인수한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가 대구를 연고지로 삼았다. 10년 만에 대구에 농구 바람이 다시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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