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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없이 쿠웨이트도 우려도 몽땅 날렸다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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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없이 쿠웨이트도 우려도 몽땅 날렸다 [아시안게임]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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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한국 남자축구가 근래 이렇게 시원하게 이긴 경기는 없었다. 우려를 한 방이 아닌 아홉 방에 모두 날렸다. 마치 폭죽이 터지듯 골도 터졌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19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E조 1차전 쿠웨이트와 경기에서 9-0 대승을 거뒀다. 아시안게임 3연패(連霸)를 노리는 한국은 청신호를 켰다. 앞서 열린 같은 조 경기에서 태국이 바레인과 1-1로 비겨 한국은 E조 1위로 아시안게임을 출발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우려를 낳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6명이 9골을 몰아쳤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해트트릭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조영욱(김천 상무)이 2골을 뽑아냈다. 백승호, 박재용(이상 전북 현대), 엄원상(울산 현대), 안재준(부천 FC 1995)이 한 골씩 넣었다. 전반 3분 만에 정우영이 득점포를 가동했다. 한국은 전반에만 4골. 후반에는 5골을 터뜨렸다.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전반전 선제골과 네번째 골을 넣은 정우영과 두번째 골을 넣은 조영욱(왼쪽). [사진=연합뉴스]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전반전 선제골과 네번째 골을 넣은 정우영과 두번째 골을 넣은 조영욱(왼쪽). [사진=연합뉴스]

쿠웨이트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에밀리우 페이시 쿠웨이트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수준이 달랐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은 현역 시절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네팔전에서 혼자 8골을 넣으며 11-0 대승을 이끌었는데 감독으로 나선 이번 대회에서도 대량 득점을 지휘했다.

황선홍 감독은 이날 최전방에 조영욱과 고영준(포항 스틸러스)을 배치하고 정우영과 엄원상을 양 날개에 놓고 정호연(광주FC)과 백승호를 중원에 두는 4-4-2 전술을 가동했다. 조영욱과 정우영, 엄원상이 득점을 터뜨리며 이 전술은 성공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수려한 미드필더들이 많이 뽑혔는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정우영은 전반 3분과 45분, 후반 3분에 차례로 골망을 흔들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그는 경기 뒤 "(손)흥민이 형의 번호를 달고 첫 단추를 잘 풀 수 있어서 선수로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대표팀 등번호와 같은 7번을 달고 뛰었다.

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추가골을 넣은 조영욱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추가골을 넣은 조영욱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우영의 이날 활약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황의조(노리치시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황의조는 9골을 몰아넣으며 공격 선봉에 섰다. 정우영은 “일단 기회가 오면 꼭 넣을 수 있게 집중하고 연습하겠다"며 "다음 경기에서도 한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목표로 한 조영욱은 "아직 3골을 달성하지 못했으니 일단 그것부터 이룬 후 다시 목표를 잡아보겠다"고 했다.

에이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합류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대승이라 반갑다. 이강인은 20일(한국시간) 오전 4시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치르고 항저우로 날아온다.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황선홍 감독이 9-0 대승을 거둔 뒤 해트트릭을 기록한 정우영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황선홍 감독이 9-0 대승을 거둔 뒤 해트트릭을 기록한 정우영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강인은 21일 도착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날 태국과 E조 2차전을 치르는데 이강인은 체력 관리와 시차 적응 등으로 이날 경기에 나서기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이강인 없이 쿠웨이트전에서 화끈한 공격을 펼쳐 분위기는 뜨거울 전망이다. 

황선홍 감독은 모든 걸 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태국전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승까지) 7발(경기) 중 첫발인데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열심히 해줬다"면서도 "자신감은 갖되 나머지는 다 잊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더 많은 준비, 각오가 필요하다. 대승은 기분 좋지만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자칫하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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