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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짜요’ 잠재운 홍현석의 ‘특급 프리킥’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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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짜요’ 잠재운 홍현석의 ‘특급 프리킥’ [아시안게임]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10.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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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1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과 중국의 8강전. 이날 경기에 앞서 팬들과 국내 언론의 우려는 두 가지였다. 이번 대회에 VAR(비디오 판독)이 없어 개최국인 중국이 거친 파울을 범해도 다시 한번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종종 거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 게다가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은 5만1000여명을 수용하는 경기장. 홈팬들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한국이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확실히 중국은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만난 쿠웨이트와 태국, 바레인, 16강에서 맞대결한 키르키스스탄과는 달랐다. 눈에 보이는 태클 횟수만 해도 많았고 이 때문에 한국 선수들은 전반 초반부터 그라운드에 쓰러지기도 했다. 중국 홈팬들의 “짜요”(힘내라) 응원도 경기장을 뒤덮었다. 이날 파울 횟수는 16-15로 비슷했지만 거친 정도는 중국이 더 했다. 경고는 중국이 3장, 한국이 1장이었다.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중국과의 경기. 한국 홍현석이 팀 첫번째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중국과의 경기. 한국 홍현석이 팀 첫번째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은 공격으로 중국과 홈팬들을 압도했다. 2-0으로 이겨 4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오는 4일 우즈베키스탄과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한국은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엄원상, 설영우(이상 울산 현대) 등 키르키스스탄전과 비교해 7명을 바꾼 선발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16강 키르키스스탄전이 불과 4일 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로테이션을 돌리려는 황선홍 축구 대표팀 감독의 전략이었다. 물론 이날 출전한 선수들도 강력했다.

조영욱(김천 상무)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고영준(포항 스틸러스)이 처진 스트라이커에 자리했다. 안재준(부천 FC 1995)이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고 오른쪽에 송민규(전북 현대)가 출격했다.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중국과의 경기. 홍현석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중국과의 경기. 홍현석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별리그와 16강전을 합쳐 10골을 터뜨린 중국은 수비 라인을 끌어 내린 채 한국 공격진에 맞섰다. 이 때문에 한국이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

활로가 된 건 프리킥 골이었다. 전반 19분 홍현석(KAA 헨트)이 상대 진영 오른쪽에서 왼발로 감아 찬 프리킥이 그대로 골문 오른쪽을 갈랐다. 중국 골키퍼가 몸을 날리며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그림 같은 골이었다. 홍현석은 태국전과 키르키스스탄전에 이어 이번 대회 3호골을 터뜨렸다.

홍현석은 울산 현대 유스팀 현대고 출신이다. 2018년 독일 3부리그 운터하힝 임대를 시작으로 유럽 무대를 밟았다. 오스트리아 1부 리그 LASK 린츠의 위성 구단인 2부리그 FC 주니오스를 거쳐 린츠 1군에서도 활약했다. 지난해 8월 벨기에 1부리그 헨트에서 뛰고 있다.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 홍현석이 프리킥 선제골을 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 홍현석이 프리킥 선제골을 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시즌 54경기에서 9골 8도움으로 입지를 다진 그는 올 시즌에는 3득점 3도움으로 활약을 잇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도 골망을 흔들었다.

이런 활약을 기반으로 그는 6월 A매치부터는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지난 6월 16일 페루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엘살바도르전에도 나섰다. 9월 웨일스와의 A매치에도 출전한 후 곧바로 아시안게임 준비에 나섰다.

그는 출국을 앞두고 “중앙 미드필더로서 수비가 중요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인 면도 자신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공격에서도 뜨겁다.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중국과의 경기. 팀 두번째 골을 넣은 송민규가 세리머니 하며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중국과의 경기. 팀 두번째 골을 넣은 송민규가 세리머니 하며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반 35분 추가골을 넣은 송민규의 활약도 대표팀에게는 반갑다.

송민규는 이번 대회 작은 근육 부상 때문에 조별리그 2경기에는 결장했고 최종전인 바레인전과 16강 키르키스스탄전에는 교체로 짧은 시간만 뛰었다. 한국이 16강전까지 21골을 터뜨렸지만 정작 본인은 공격 포인트가 하나도 없어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하지만 이날 조영욱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땅볼 크로스가 중국 골키퍼가 잡지 못하고 뒤로 흐르자 송민규가 달려들며 골문으로 차 넣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과 8강전까지 5경기에서 23골을 넣었다.

우즈베키스탄은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꺾었다. 한국은 직전 대회인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도 우즈베키스탄을 8강에서 만났다. 당시 연장 후반까지 가는 접전 끝에 4-3으로 이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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