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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살아있네!" 28회 부국제, 역경 딛고 '우뚝'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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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살아있네!" 28회 부국제, 역경 딛고 '우뚝' [BIFF]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0.0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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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역경을 이겨냈다. 신구(新舊)가 어우러진 개막식으로 영화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영화제를 입증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됐다.

개막식은 부산국제영화제 최초 배우 1인 단독 사회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국내 최대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은 배우 박은빈이 맡았다.

박은빈. [사진=연합뉴스]
박은빈. [사진=연합뉴스]

앞서 개막식 사회자는 박은빈, 이제훈 남녀 2인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이제훈이 허혈성 대장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게 되며 박은빈 단독 사회로 변경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새로운 남성 사회자의 선정을 고려하는 대신 박은빈 배우의 단독 사회라는 파격적인 형식을 선택했다"고 알렸다.

박은빈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베스트 콘텐츠상과 배우상을 받았다. 작품이 인정받고 배우로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많은 힘이 된다. 그만큼 부산국제영화제는 수많은 아시아 영화인에게 용기를 주는 곳"이라며 "첫 단독 진행이라 떨리기도 하지만 이제훈 오빠의 응원과 여러분들의 뜨거운 에너지를 받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힘차게 시작해 보겠다"이라고 이야기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본격적인 개막 준비를 앞두고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 조국종 전 운영위원장, 이용관 전 이사장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며 집행부 수뇌부 부재를 겪었다. 이 여파로 예산 축소 위기도 마주했다. 이에 예년보다 상영작을 줄이고 영화 토론의 장 '포럼 비프'를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상영작 퀄리티와 게스트 초청에 집중해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판빙빙. [사진=연합뉴스]
판빙빙. [사진=연합뉴스]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국내외 영화인들이 참석해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물들였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는 아내 진회련과 손잡고 등장해 개막식 호스트 송강호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레드카펫에 올랐다.

이 밖에도 범빙빙(판빙빙), 존 조, 윤여정, 한효주, 조진웅, 차승원, 송중기, 유지태, 유태오, 이준혁, 유연석, 감독 정이삭, 저스틴 전 등이 뜨거운 관객 환호 속에 함께했다.

개막식은 배우 고(故) 윤정희 추모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날 윤정희의 딸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백진희가 직접 추모곡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연주했다. '보칼리제'는 윤정희가 작고할 당시 백진희가 곁을 지키며 연주한 곡이다. 백진희는 연주 말미 힘겹게 감정을 추스르는 표정을 지어 뭉클함을 자아냈다.

4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진=연합뉴스]
4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진=연합뉴스]

윤정희는 지난 1월 10여 년의 알츠하이머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 1960년대에 데뷔한 윤정희는 유현목, 김수용, 신상옥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과 한국영화 발전에 힘을 보탰다. 한국영화 역사에 남긴 작품만 300여 편에 달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윤정희 배우를 기리기 위해 그의 대표작 '안개'(1967)와 '시'(2010)를 특별상영한다.

윤정희는 '한국영화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에는 영화 '시'의 이창동 감독이 나섰다. 이창동 감독은 "수많은 별이 있지만 윤정희 선생님은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별이었다. 10대 시절부터 제 마음의 별이었던 선생님과 '시'를 찍었던 것은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한국영화 공로상이라는 영광적인 상을 딸 백진희께 드린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10여 년 어머니의 곁을 지키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제가 잘 알기 때문이다. 하늘에 계신 윤정희 선생님께도 큰 기쁨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눈물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연 백진희는 "부모님과 영화제의 탄생을 축하하며 행복해 했던 일이 생생하다. 그 오랜 시간동안 관객 여러분들은 배우 윤정희를 변함없이 사랑해주셨다. 어머니는 이창동 '시'의 미자 같았다. 10여 년을 중병과 싸워야 했지만 영화 '시'와 여러분의 애정이 멀리 있는 어머니를 행복하게 했으리라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윤발(왼쪽부터), 진회련, 송강호. [사진=연합뉴스]
주윤발(왼쪽부터), 진회련, 송강호. [사진=연합뉴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시상도 진행됐다. 배우 류더화(유덕화), 감독 쉬안화(허안화), 이안, 지아장커, 박찬욱이 주윤발의 수상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주윤발은 "1973년 데뷔해 올해가 딱 50년이 되는 해다. 50년은 확실히 긴 세월이지만 뒤 돌아보면 어제 같기도 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핸드폰을 꺼내들고 객석을 등진 채 셀카를 찍으며 한국말로 "빨리 빨리 (같이 찍어요) 시간 없어요. 김치!", "기뻐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고 외쳐 현장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주윤발의 신작 '원 모어 찬스'와 그의 대표작 '영웅본색', '와호장룡' 등 3편의 영화가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상영된다.

주윤발. [사진=연합뉴스]
주윤발. [사진=연합뉴스]

이번 영화제는 부산시와 연계해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홍보를 추진한다는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박형준 부산 시장은 "여러운 상황 속에서도 풍성한 영화제를 열어주셔서 감사하다. 부산은 바다와 영화의 도시로 떠오른다"며 "2030엑스포 유치가 50일 가량 남았다. 부산 엑스포를 문화 엑스포로 만들고자 한다. 끝까지 관심 가져달라"라고 알렸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3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 폐막작은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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