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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 뗀 ‘기동 매직’, 포항 정상 비결은 [FA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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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 뗀 ‘기동 매직’, 포항 정상 비결은 [FA컵]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11.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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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포항 스틸러스에는 ‘기동 매직’이 있다. 매해 선수들이 이적하면서 공백이 생겨도 그 자리를 잘 메우는 김기동(52) 포항 감독을 향한 믿음의 별명이다.

K리그 5회 우승에 빛나는 포항은 최근 모기업(포스코)의 지원이 줄며 해마다 핵심 선수들이 빠져나갔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지난 시즌 공격포인트 14개(4골·10도움)으로 활약한 미드필더 신진호가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팀 득점 1위(10골) 허용준은 일본 베갈타센다이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고 팀 득점 2위(8골) 임상협은 FC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우승을 차지한 포항 선수단이 김기동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우승을 차지한 포항 선수단이 김기동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김종우, 백성동 등 다른 팀 비주전 선수들을 영입해 기존 선수들과의 조화를 이루게 했다. 특히 지난해 2부리그인 FC안양에서 5골 1도움을 기록한 백성동은 올 시즌 4골 8도움으로 도움 부문 선두에 올라 있다.

덕분에 포항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승점 60으로 2위에 올라 있고 팀 득점도 2위(50점)를 달리고 있다.

그동안 ‘기동 매직’의 아쉬움은 단 한 가지였다. 우승이 없다는 것. 김기동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포항은 K리그1 4위(2019년), 3위(2020년), 9위(2021년), 3위(2022년)에 차례로 올랐다. 2021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으로 아쉽게 우승컵을 놓쳤다. 그랬던 김기동 감독이 마침내 무관의 한을 풀었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스틸러스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스틸러스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항은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23 하나원큐 FA컵 결승전에서 4-2로 이겼다. 2013년 이후 10년 만에 FA컵 정상에 올랐다. 10년 전에도 전북을 상대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포항은 공교롭게도 같은 상대를 만나 이번에도 이겼다.

포항은 통산 FA컵 우승을 5회(1996·2008·2012·2013·2023년)로 늘려 전북, 수원 삼성과 최다 1위로 올라섰다. 이번 우승은 포항의 창단 50주년에 이뤄져 의미가 더욱 있었다. 포항은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았다.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권도 거머쥐었다.

ACLE는 2024~2025시즌 신설되는 ACL의 상위 리그다. 한국에 3장의 출전권이 배분됐는데, FA컵 우승팀에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 김기동 감독이 우승을 확정 짓고 주먹을 쥐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 김기동 감독이 우승을 확정 짓고 주먹을 쥐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동 감독은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주위에서는 '그거만으로는 안 되고, 우승해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말하던데, 욕심은 냈지만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 선수들과 좋은 축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우선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김기동 감독은 선수 시절 우승했던 FA컵에서 사령탑으로 또 한 번 우승했다. 김기동 감독은 1991년 포항 아톰즈(포항 전신)에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했다. 하지만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1993년 유공 코끼리(제주 유나이티드 전신)로 이적했다. 그곳에서 K리그에 데뷔했다.

2003년 포항으로 이적해 2011년 은퇴할 때까지 뛰었다.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포항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K리그 우승(2007년), FA컵 우승(2008년), ACL 우승(2009년)을 맛봤다. K리그 최초 필드플레이어 500경기(501경기) 출장 기록을 가지고 있고 숱하게 최고령 득점을 갈아치웠다. 2013년에는 박태준, 한홍기, 이회택, 공문배, 이영상, 최순호, 박경훈, 홍명보, 황선홍, 이흥실, 박태하, 라데 등 포항의 레전드와 함께 포항의 명예의 전당 13인이 선정됐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 김종우가 역전 골을 넣고 세레머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 김종우가 역전 골을 넣고 세레머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항은 전력이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도 우승을 일궈 그 의미가 대단하다. 오베르단, 완덴솔, 백성동, 정재희, 김용환 등의 줄부상으로 가용 자원이 넉넉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올 시즌 부진했던 김종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김종우는 2-2로 맞선 후반 32분 터진 김종우는 후반 29분 중원에서 김승대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아크에서 왼발 중거리 슛으로 전북의 골문은 오른쪽 하단을 뚫었다. 올 시즌 포항으로 이적한 김종우의 데뷔골이다.

김종우는 올 시즌 초반 팀에 잘 녹아드는 듯했으나 부진과 부상에 허덕였다.

광주FC에서 2021년 5골 2도움, 2022년 3골 1도움을 올렸지만 첫 골은 도통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결승골을 넣고 MVP(최우수선수)에도 올라 그동안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김종우는 “팬, 감독님, 구단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조금이나마 씻어낸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부상이 길었고, 팀에 도움이 많이 못 됐는데,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셨고, 동료들도 자신감을 줬다"면서 "오늘 정말 간절했다. MVP를 내가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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