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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이준호, 이준호" 하나 봅니다 [Q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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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이준호, 이준호" 하나 봅니다 [Q리뷰]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1.15 0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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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궁금했다. '우리집' 이준호일까. '옷소매 붉은 끝동' 이준호일까. '킹더랜드' 이준호일까. 제대 후 이준호가 걸어온 길 곳곳이 불붙은 듯 뜨거웠으니 무엇이 그를 이토록 '핫티스트(Hottest)'하게 만드는지 궁금한 게 당연지사였다.

이제는 알겠다. 지금의 이준호를 만든 건 '우리집', '옷소매 붉은 끝동', '킹더랜드'와 같은 수식어가 아니라 이준호 그 자체라고. 이는 잠실실내체육관 안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인 뒤 얻은 깨달음이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24 이준호 CONCERT 다시 만나는 날'이 진행됐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7월과 8일 진행된 일본 솔로 아레나 투어 'LEE JUNHO Arena Tour 2023 마타 아에루 히(다시 만나는 날)'의 연장선이자 2019년 3월 '2PM JUNHO SOLO CONCERT JUNHO THE BEST IN SEOUL(준호 더 베스트 인 서울)' 이후 5년 만에 진행하는 국내 단독 콘서트다.

이준호.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준호.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13, 14일에 걸친 2회 공연은 일찍이 매진됐고 글로벌 인기를 자랑하는 K팝 스타답게 다국적 팬들이 공연장을 채웠다. 눈과 비가 내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날씨는 괜한 걱정이었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입고 온 코트를 벗어 던질 정도로 열기가 후끈했다. 콘서트 음향보다 큰 팬들의 함성에 스마트 워치가 경고를 보내고 귀가 먹먹해졌다. 우렁찬 함성에 덩달아 가슴이 뛰었다. 콘서트 제목이기도 한 '다시 만나는 날'을 시작으로 'Pressure', 'HYPER'를 연달아 선보인 이준호는 "오늘이 제가 들어본 함성 소리 중 가장 크다"고 감탄했다. 이에 호응하듯 더 큰 함성이 들려왔다. 이준호는 지휘자가 된 듯 손짓 하나로 함성을 유도했다.

팬들 역시 거대한 함성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한국 팬 A씨는 "함성이 너무 커서 놀랐다. 소리를 크게 내지를까봐 주변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는데 주변 소리가 더 컸다. 그에 지지 않으려고 더 크게 내질렀다"고 전했다. 또 다른 팬 B씨는 "오늘 더 지르려고 어제 조금 덜 질렀다"고 이야기했다.

함성에 놀란 심장이 진정되기도 전에 'Nobody Else', 'Fire', 'Dangerous (Korean Ver.)', 'WOW', 'INSANE' 등 다양한 솔로곡 무대가 펼쳐졌다. 이준호의 분위기에 따라 현장은 공연장에서 재즈바가 되기도, 브로드웨이가 되기도 했다. 안정적인 라이브와 파워풀한 퍼포먼스에서는 마이클 잭슨, 서태지 등 시대를 풍미한 아티스트의 아우라가 엿보였다.

이준호.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준호.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그가 직접 작사·작곡한 25개 곡들로 채워져 눈길을 끌었다. 이준호는 2013년 일본에서 발매한 첫 번째 솔로 앨범 'キミの声'(너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여러 앨범을 통해 싱어송라이터 면모를 보여줬다. 여기에 뮤직비디오 기획까지 참여하며 가수 이준호가 가진 음악적 세계를 펼쳐왔다.

이준호는 "올해 가수로서 16년 차가 됐다. 솔로 가수로서는 11년 차가 됐다. 배우로서도 11년 정도 됐다. 11년 전부터 지금까지 솔로 콘서트를 통해 선보인 모든 곡을 작사·작곡해 뿌듯하다"고 밝혔다.

그의 음악 욕심은 대단했다. 아직 한국 정식 솔로 앨범을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저도 좋은 곡과 좋은 타이밍이 있다면 내고 싶다. 쉽지 않더라. 노래를 써 보면서도 이게 좋은 노래인지 모르겠고 '여러분들이 좋아해 주시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하기에는 모두가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는 팬과 대중 모두를 만족시킬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음악가의 욕심이었다. 자신이 작사·작곡한 곡만으로 세트리스트를 채우고 4시간에 가까운 공연을 홀로 끌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건만, 이준호는 더욱 성장하겠다는 약속을 더했다.

이준호.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준호.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역시 이준호"라는 감탄사는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그는 공연을 마무리하며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말이 이 말밖에 없다. 건강해. 어렸을 때는 건강하라는 말이 되게 재미있었다. '건강한데 왜 건강하라고 이야기하는 거지?' 여러분들에게도 그렇게 들릴 수 있다. 당장 건강하니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저는 만나는 동료, 친구마다 '제발 아무 일 없이 건강히 자기 자신을 잘 지켜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연예계 비보가 끊임없이 들려오던 해였다. 많은 이들이 추모와 함께 곁에 있는 이들의 몸과 정신을 챙겼다. 혹시 모르고 지나쳤던 아픔이 있지 않을까 더욱 세심하게 서로를 돌봤다. 

이준호 또한 지난해 '2023 서울콘 APAN 스타 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고(故) 변희봉을 언급하며 "삶은 짧고 감정은 무한하다. 여러분이 느끼는 희로애락을 참지 말고 서로 사랑을 전하고 슬픔을 나누는 2024년이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삶은 짧고 유한하지만, 삶을 통해 얻는 감정은 무한대다. 이 짧은 삶에서 가수와 팬으로 만나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적인 일인가. 이 기적도 서로가 존재해야만 존속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너 나 우리 모두 건강해야만 한다. 가수 겸 배우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쟁취한 스타를 넘어 16년 가까이 별 탈 없이 '건강하게' 팬들과 함께한 이준호처럼.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 이준호 CONCERT 다시 만나는 날' 공연 사진.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준호는 공연 안팎으로 팬들의 건강을 챙겼다. 공연 시작 전 내린 눈과 비에 대비해 천막을 친 관객 대기 장소를 마련하는가 하면 공연 중간중간 스탠딩 구역에 자리한 팬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쉬다 들어오라며 "당장 나가!"라고 장난스럽게 외치는 목소리에도 걱정이 한가득 묻어났다.

그런 그의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 이준호만큼 공연 스태프들도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공연장 바깥 곳곳에 배치된 스태프들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관객이 지나갈 때마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라는 따뜻한 말을 건넸고, 행여나 스탠딩 구역에서 힘들어하는 관객이 있을까 조금 더 여유로운 공간을 안내하기도 했다. 공연 전후로 휠체어를 탄 관객을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콘서트 말미 오는 25일 생일을 앞둔 이준호 앞에 케이크가 등장했다. 공연장 가득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준호는 두 눈을 꼭 감고 오래도록 소원을 빌었다. 노래가 다 끝난 뒤에도 한참을 기도했다. 

초를 불고 마지막 기념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건강해"를 외친 그는 콘서트 종료 직전 간절히 빈 소원을 털어놨다. 여러분이 건강하시길. 만수무강하시길. 들숨에 건강, 날숨에 재력을 얻으시길! 마지막 소원에는 웃음이 터졌지만 진실된 마음만큼은 전해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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